진각국사의 행다법
진각국사의 행다법
◦ 장 소 : 구례의 오봉산 전물암, 길상사
◦ 인 원 : 2명 (진각국사, 시자)
◦ 의 식 : 생활차 행다법
◦ 문 헌 : 무의자 시집, 진각국사 어록, 선문염송
◦ 의 의 :
진각국사(1178~1234)가 구례의 오봉산 전물암에서 이빠진 찻잔에 다리 부러진 솥으로 차를 달여 마신 일이나, 길사의 선방에서 소반 가득히 눈을 퍼다가 다져서 산봉우리를 만들고 우물을 파서 고이는 눈물로 설수차를 달여 마시는 행다법은 멋의 극치요, 선승들의 차 생활이 격식에 억메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행다법임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선과 차가 한 경지로 어우러지는 선다일여의 수행차를 개척해 주기도 하였다.
◦ 해 설 :
대각국사 혜심(慧諶)은 전남 화순에서 나서 24세때에 사마시(司馬試)에 합격하여 태학관에 들어 갔으나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길상사로 보조국사를 찾아가 뵙고 출가를 하였다.
그래서 유학에도 통달하여 유불을 넘나들며 시문에도 출중한 면모를 보였다.
특히 신의 경지를 시적으로 표현하는 게송을 잘하였으며, 차의 경지를 시로 읊어내는 멋스러움을 한껏 발휘하였다.
이러한 풍모가 얽매임 없는 선의 경지와 멋의 극치인 차의 세계를 하나로 통하게 하는 다시와 선시의 창출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정신이 격식을 초월한 행다법의 세계를 창출해 내었고, 또한 걸림이 없는 수행차 행다법을 창안해 낸 것이다.
다리 부러진 가마솥에 배고프면 죽을 끓여먹고 목마르면 차 달여 마시는 선승,
이빠진 찻잔에 죽을 담아 먹기도 하고 차를 받아 마시기도 했다.
여기에 무슨 법도와 격식이 필요 하겠는가.
◦ 다 구 : 생활용 다구
◦ 차 솥 : 노구솥(鐺)
◦ 찻 잔 : 이 빠진 잔
◦ 차 : 작설차, 녹명
◦ 차 상 : 눈담는 소반
◦ 찻 물 : 설수, 은하수(星河), 용천(龍泉)
◦ 연 료 : 솔방울
◦ 다 관 : 청자
◦ 차 통 : 청자, 나무
◦ 차 숟가락 : 청동, 나무
행다순서
◦ 먼저 뜰에 있는 아궁이에 불을 피워 노구솥에 찻물을 부어 끓인다.
◦ 연료는 솔방울을 주어다 모아놓고 사용하는데 솔향내가 그윽하다.
◦ 방안에는 시자를 시켜 소반에 깨끗한 눈을 가득 담아오게 한다.
그리고 손으로 다지고 눌러서 산봉우리를 만들고 계곡을 만들고 이윽고 산아래에 구멍을 뚫어 용천을 만든다.
◦ 용천에 고인 물을 떠내서 노구솥에 붓고 찻물을 끓인다.
◦ 떡차(뇌원차)를 가루내서 차통에 담아 두었다가 꺼내서 차솥에 물이 끓으면 가루차를 넣고 다시 끓인다.
◦ 차상에는 이빠진 찻잔과 표주박을 준비하여 차가 익으면 떠낸다.
◦ 진각국사는 팽다법으로 차를 달여 마시기도 하고 잎차인 작설차를 달여 마시기도 하였다.
◦ 작설차는 눈녹인 설수를 끓여서 다관에 넣고 울궈 마시는 행다법이다.
◦ 용천에 눈녹인 물을 솥에 부어 넣고 끓인다.
◦ 차상에는 청자다관과 작설차통과 찻숟가락과 찻잔을 준비한다.
◦ 찻물이 다 끓으면 다관에 작설차를 넣고 그 위에 찻물을 붓는다. 잠시후 울궈 나면 찻잔에 따른다.
진각국사는 새롭게 유행하는 점다법은 별로 쓰지 않은듯하고 오히려 작설차를 끓여 마시는 전다법과 팽다법을 더 즐긴 듯 하다.
소나무 뿌리에서 이끼를 털어내니
샘물이 영천에서 숫구친다
상쾌함은 쉽게 얻기 어렵나니
몸소 조주선(趙州禪)에 든다
여러편의 차시를 남긴 진각국사는 직접 다천을 파기도 했으며, 위의 詩는 차와 시를 선으로 승화 시킨 흔적을 보여주는 차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