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여행) 초록 세상속 양들의 나들이, 대관령 양떼 목장
초록 세상속 양들의 나들이, 대관령 양떼 목장
도심의 답답함을 벗어나 확 트인 공간으로의 시선만으로도 가슴이 후련해지는 것을 느낀다. 거기에 온통 초록으로 물들인 곳이라면 그 자체가 바로 환상 속의 그 곳일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환상 속에서의 시간, 바로 대관령 양떼 목장에서 펼쳐진다.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 못되는 나지만, 신록이 우거질 때면 생각나는 영화가 하나 있다. 로버트 와이즈 감독이 1965년에 제작한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천사 같은 일곱 아이들의 노래 소리도 예쁘지만, 그보다 더 강한 인상을 심어준 건 알프스의 아름다운 자연이다. 특히 마리아(줄리 앤드류스)가 아이들과 함께 소풍을 가서 ‘도레미송’을 불렀던 곳. 알프스의 영봉과 어우러진 초지. ‘바람에 풀잎이 산들거리고 그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따라 걷는다’ 이런 곳에 살아봤으면 하는 기대는 나만의 환상이 아닐 것이다.
알프스의 초원이 부럽지 않다!
국내에서 눈부신 초록 풀빛을 안고 있는 장소를 꼽으라면 단연 대관령을 들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국내에 하나뿐인 양목장인 대관령 양떼목장이 첫손에 꼽힌다. 태백의 험준한 산세 속에 둥글둥글 부드럽게 솟은 구릉에는 천지 가득 푸름과 싱그러움을 담은 초원이 펼쳐져 있다. 파란 하늘에 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과 눈 닿는 끝까지 환히 트인 초지가 조화를 이루는 풍경은 영화 속 알프스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대관령 터널이 뚫리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진 구영동고속도로. 양떼목장으로 가기위해서 오랜만에 이곳을 지난다.
대관령휴게소 뒤로 돌아 찾아간 양떼목장은 대관령 정상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안내소를 지나니 벌써부터 목장의 느낌이, 아니 초원의 느낌이 팍 와 닿는다. 기분이 좋아진다. 공기가 맑아서 인지, 답답하지 않은 전원풍경이 마음에 들어서인지 모르겠다. 목장에는 양떼를 풀어놓은 초원 사이로 산책로가 나 있다. 출발지점은 공교롭게도 두 갈래 길이 놓여 있다. 하지만 어디로 방향을 잡아야 할 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여행자들이 왼쪽 길을 택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목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마지막에 축사에서 양에게 건초 먹이는 체험을 하면서 여행을 마무리 할 수 있다.
하얀 울타리가 처진 산책로를 걸으니 초원에 양들의 모습이 보인다. 털이 수북하게 자란 양은 그야말로 ‘복실강아지’ 같다. 하나같이 웃는 표정을 짓는 것 같다. 귀엽고 예쁜 표정이 여간 사랑스럽지 않다. 하긴 도심 속에만 있다 자연으로 나온 나도 이렇게 행복한데, 넓은 초원을 마음껏 돌아다니는 녀석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마음은 양들에게 단숨에 달려가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울타리가 처 있는 탓이다. 내 욕심 채우자고 달려들었다가는 양들이 놀래서 경기 일으키지나 않을까. 다행히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탓인지 양들이 울타리 옆으로 다가와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다른 동물 같으면 무서울 법도 하지만, 양은 성정이 온순해서 가까이 있어도 무섭지 않다. 아이들도 전혀 꺼리지 않는다. 울타리 밖으로 머리를 삐죽내민 양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아이 역시 행복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