拈華茶室

스님의 낚시

難勝 2010. 10. 14. 22:32

 

스님이 낚시를 한다?

연못에 물고기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낚시를 한다? 

 

스님과 물고기는 각별하다. 물고기는 자면서도 눈을 감지 않는다하여 물고기를 보고 항상 깨어 있으라고 가르치고, 절의 풍경에 물고기를 매달아 밑에서 올려다보면 푸른 하늘에 비친 물고기가 마치 한없는 호수를 헤엄치는 것처럼 보인다.

 

그 의미는 넓은 물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아무런 얽매임이나 구속없이 자유로이 마음껏 생각하라고 깨치라는 의미란다.

 

그런데 그러한 물고기를 낚시로 잡는다? 스님들은 낚시를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 보자.

 

<溪叟계수>

 

溪翁居靜處(계옹거정처) 시냇가 노인은 조용한 곳에 앉았고,

溪鳥入門飛(계조입문비) 시내의 새는 문안으로 날아들고.

早起釣魚去(조기조어거) 아침 일찍 일어나 낚시하러 가서,

夜深乘月歸(야심승월귀) 저녁늦게 달을 보면 돌아오네.

露香菰米熟(노향고미숙) 이슬이 향기로울 때 줄풀밥이 익고,

煙暖荇絲肥(연난행사비) 안개가 따뜻할 때 행채의 어린 줄기가 여무네,

瀟灑塵埃外(소쇄진애외) 소탈하게 속세 밖,

扁舟一草衣(편주일초의) 일엽편주에 띠옷하나.

 

이 시는 경운(景雲)스님이 쓴 것이다. 경운스님은 당대(唐代) 잠삼(岑參)과 같은 시대의 인물로, 그의 이력은 남아있는 것이 많지 않고 다만 ≪전당시≫에 시 3수만이 전한다.

 

스님의 뜻은 낚시에 있는 것이 아니다.

비록 아침에 일찍 나가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오지만, 물고기를 낚는 것이 아니라 ‘靜處’인 ‘塵埃外’,‘扁舟’를 원해서 나가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줄풀밥이 익고, 행채의 어린 줄기가 여물듯이 깨달음도 쌓여간다.

 

스님의 깊은 뜻을 중생이 감히 어떻게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