拈華茶室

물 떨어지니 돌이 보인다(水落石出)

難勝 2010. 12. 18. 05:30

 

 

물 떨어지니 돌이 보인다(水落石出)

 

높은 산자락에 물이 흐르고 물이 흐르다가 절벽을 만나면 폭포를 이룬다. 폭포의 모양도 다양해서 그 떨어지는 형태에 따라 사람들은 제각기 이름을 붙인다.

 

동진(東晋)의 도연명은 그의 사시사(四時辭)에서

봄에는 비가 많이 내려서 못마다 물이 가득하다(春水滿四澤)‘고 노래 했다.

물이 가득차면 물속에 숨어 있는 내용을 볼 수가 없다.

 

북송(北宋)의 소동파(蘇東坡)는 신종(神宗)의 총애를 받던 왕안석(王安石)의 변법(變法)에 반대하다가 호북성 황주(湖北省 黃州)의 동파(東坡)라는 곳으로 귀양을 가서 산천을 유람하면서 두 번이나 적벽강(赤壁江)에서 뱃놀이를 했고 두 편의 글을 남겼다.

그의 후적벽부(後赤壁賦)는 10월 15일에 갔었으니 겨울의 강이었다. 강가의 험준한 산을 오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높은 산 위에 보름달 떠 있고 떨어지던 물줄기가 얼어 바위가 드러난 모습을 보고

’산 높으니 달은 더 작게 보였고, 물 떨어지니 돌이 드러난다.(山高月小 水落石出)‘ 고 노래 했다.

 

그는 또 유명한 취옹정기(醉翁亭記)에서 정자주위의 사시풍광(四時風光)을 노래하면서

’들에 피는 꽃에선 그윽한 향기 풍기고, 아름다운 나무들 욱어져 그늘 만들며, 서릿바람에 높고 깨끗한 기상과, 물 떨어진 뒤에 돌 나타나니, 이는 산속의 사계(四季) 풍경이다.(野芳發而幽香 佳木秀而繁陰 風霜高潔 水落石出者 山間之四時也)‘ 라고 노래했다.

 

그 후에 이 명문(名文)은

‘어떤 숨기는 일이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드러난다.’ 는 뜻으로 ‘어떤 일이든지 반드시 바른 곳으로 돌아간다(事必歸正)’는 성어(成語)와 함께 인용(引用)되었다.

 

극심한 도덕성의 해이로 부끄러움의 극치를 달리는 현실을 보면, 자신이 처한 위치도 망각하고 자신이 하는 행위에 한 치도 부끄러움을 모르면서 마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以手遮天) 어리석음을 범해서 사람들을 실망시킨다.

예로부터 내려온 말 중에 ‘열흘 붉는 꽃 없고(花無十日紅), 십년세도 누리기 힘들다(權不十年)’는 유행어가 있었다. 도덕과 원칙을 기반으로 이룩하지 못한 권세는 마치 사상누각(砂上樓閣)과 같은 것을 모르는가?

 

지도자들의 각성이 참으로 중요한 때다.

제발 허황되고 무질서한 작태에서 깨어나야 한다.

내가 오늘 하는 일이 영원히 감춰질 것으로 착각하지만 반드시 세상에 드러날 것임을 어찌 모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