拈華茶室
벼루처럼 둔하게 산다
難勝
2011. 1. 8. 20:13
둔한자는 장수하고
예민한 자는 요절한다.
조용한 자는 장수하고
움직이는 자는 요절한다.
붓은 끝이 날카로워
빨리 망가지고
벼루는 둔하기에
언제까지나 쓰일 수 있다.
벼루와 붓과 먹은 氣가 같은 종류의 것들이다.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이 서로 비슷하고 제몫을 할 때나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는 처지가 서로 비슷하다.
헌데 오래 살고 빨리 죽게 되는 것만은 서로 같지 않다.
붓의 수명은 몇 일 몇 날로 끝이 나고, 먹은 그래도 몇 달을 갈 수 있다.
벼루만은 몇 대를 잇는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생김새 탓이다.
붓은 가장 날카롭게 생겼다. 먹은 그 다음이요 벼루는 둔하게 생겼다. 둔하게 생긴 것은 수명이 길지만 날카롭게 생긴 것이야 오래 남아 남겠는가.
쓰임새를 살펴보자.
붓은 가장 쨉싸게 움직이고 먹은 그 다음이며 벼루는 조용히 엎드려 있을 뿐이다.
그럴 게다. 고요히 엎드린 것은 오래 남겨지고 잽싼 것이 빨리 사라지고 말 게다.
나는 알겠다. 양생법이 무엇인지.
둔한 것을 몸으로 삼았으니 고요하게 처신하면 오래오래 살 될 거이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오래 살고 일찍 죽는 것은 운수소관이다.
둔하고 날카롭고 잽싸고 느려터진 것은 마음 먹은 대로 안 된다고.
글쎄다. 붓이 날카롭지도 둔하지도 않다 하더라도 내사 알 것 같다.
붓은 벼루처럼 오래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래 벼루처럼 오래 살지 못하고 죽는다 할지라도 나는 벼루처럼 살지 붓처럼 살지는 않겠다.
날카롭지 못할 거라면 둔한 것을 본바탕으로 삼아야 하리.
잽싸게 못 살 거라면 언제나 느릿느릿 조용히 살아가리라.
모든 것이 그러하리라.
이렇게 꾸물거리며 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