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찾아 가는 길

철야수련법회를 마치고......

難勝 2007. 8. 27. 08:21
 

연초부터 계획 되었던 철야수련법회.

원주불교대학 제7기 신입생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여서 단촐한 Temple Stay로 진행 되었습니다.


한낮의 더위 속에 토요 정기법회를 마치고 남은 인원은 달랑 15명.

다섯시에 입제를 하기로 하였는데 법사님의 강의가 길어져서 서둘러

회색 바지와 조끼로 갈아입고 입제에 참석하였습니다.

대웅전과 마당에는 불교 TV에서 주관한 신묘장구대다라니 기도법회가

진행중이라 심검당에서 입제를 시작하였고,

학장님께서 부재중이시라 법철스님께서 주재하셨는데 아뿔싸!

부학장님께서는 진행을 맡으셨고, 목탁 쳐 주실 포교사를 비롯한 선배님이 한 분도 없으니......

신입생들밖에 없으니 황당한 일이었지요.

법사님의 권유로 제가 목탁을 잡았습니다.

더듬더듬, 등에서 흐르는 땀을 느끼며 삼귀의부터 사홍서원까지 진행했는데, 다행스러운 건 동참한 동기들 누구도  이상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갔다는 점이지요. 히유~


잠시 쉰 다음 법철스님 주재로 발우공양을 시작하였는데,

이게 또 난생 처음 해 보는 공양인데다 법철스님께서 슬쩍 엄포까지 놓으시니 모두 여법하게 따르겠다고 마음 먹었는지 공양도 대충대충 드시는 것 같았습니다.

세상에, 평상시 막 먹는 밥도 5분에 마치는게 쉽지 않은데 발우를 따로따로 들어다 먹어야하는 공양을 5분내에 마치라고 하시고, 설거지 때 깨끗하지 않으면 퇴수물 마시게 하겠노라고......

여하튼 공양을 마치고 퇴수물 받았는데 양쪽 것을 비교해 보신 스님께서 남자 법우님들 물이 더 지저분하다고 퇴수물 마시라고 했는데 혹시

생각이 어떠냐고 제게 물으시더군요.

양쪽 모두 비슷한 것 같다고 대답하니 그럼 여자 법우님들도 모두 마시라고 하시네요.

아이고메~ 난 죽었다.


아니나 다를까,

공양 마치고 나니 어떤 법우님께서는 저녁 먹은 것 같지 않다고 하시고, 몇몇 여자 법우님께서는 회장님 나쁘다고 눈을 흘기시데요.

다행히 미워하는 것 같지는 않고, 즐기는 마음인 것 같아 다행이었습니다.


이어진 저녁 예불은 법철스님께서 집전하시고, 부학장님도 동참을 하셨습니다.

미리 법철스님께 어떤 내용을 준비하면 되겠습니까 여쭈었더니 해달라는대로 해 주시겠다고 해서, 원주불교대학 토요정기법회 때 하는 예불 및 천수경 말씀드렸더니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하셔서 우리 법회집 준비해서 진행하였습니다.

불과 열다섯명의 단촐한 인원이지만, 그간 익힌 보람이 있었는지 아주 잘, 예불 모시고, 천수경 독송, 반야심경 독송을 끝으로 저녁예불 마쳤습니다.

부학장님께서도 나중에 생각외로 아주 잘 하더라고 칭찬을 많이 하셨습니다.


다음에는 108염주 만들기.

원래는 법철스님 지도로 1080배 정진을 계획했었다는데, 부학장님 지도로 108염주 만들기로 프로그램이 변경되었습니다.

그래도 3배 올리고 1주 끼우는 것이라 만만치 않게 보였는데 동참하신 법우님 모두 잘 만드셨습니다.

문제는 저한테 있었지요.

알도 작은 것이 많고, 구멍도 불량인 것이 많아서 얼마나 헤맸는지, 다른 법우님들은 절반 이상 끼울 때까지 스무알도 못 끼우고는 안되겠다 싶어서 차에 있던 휴대용 드라이버 가져다 일일이 구멍 새로 깎고, 안 쓰던 돋보기도 가져다 쓰는 수선을 부렸는데도 작업은 지지부진.

일찌감치 마치신 심해월 법우님께서 옆에 와서는 실 끝을 너무 뭉툭하게 했다면서 도와주셨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너무 늦을 것 같아서 저는 계속 절을 올리고, 심해월 법우님은 3배마다 1주 끼우는 식으로 진행을 하였는데, 다른 법우님들 염주 묶는 작업도 거의 끝이 나 가기에 남은 알 수 세어서 우선 작업하기로 하고 저는 곱하기 3 해서 절 마저 올리기로.......ㅠㅠ

남은 절 모두 마치니 심해월 법우님과 벽송 법우님께서 108염주 완성했다고 건네 주시더군요.

<심해월 법우님 감사합니다.>

주어진 시간은 제가 모두 때우고 말았습니다.


손수 만드신 108염주가 신기하고 보람 있었는지 모두 목에 걸고 수련법회 끝날 때까지 지니신 모습을 보니 묻지 않아도 보람을 느끼셨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때도 밖에서는 신묘장구대다라니 기도법회가 진행 중이기에, 새로 지은 육화당에 배정받은 숙소에 법우님들 안내 해드린 후 동참을 하려고 심검당을 나서는데 선배 몇 분이 7기 수련회 위문차 오셨습니다.

야식을 낸다고 해서 팔각정으로 갔는데 이미 문을 닫은 시간이라서 매표소 상점으로 내려가 감자부치기, 도토리 묵 무침, ㅁㅈ, ㄷㄷㅁㄱㄹ,

등등을 사 들고 사천왕 문 옆 등나무 그늘집에서 야식을 즐겼는데 별미에, 좋은 분위기였습니다.

수련법회 진행 중에 익명의 음식을 즐김이 5계를 어김이 맞기는 한데,

속세간에 사는 사람이라 세속법을 따른다고 자위를 했습니다.

<옴 살바 못자모지 사다야 사바하>


개인적으로 세웠던 목표가 있었는데 그 분들 덕(?)에 깨지고 만 아쉬움도 있었지만, 선배님들의 정성이 고맙고, 저녁 공양이 부실했던 동참 법우님들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흔쾌히 동참을 했습니다.


법행 법우님, 칠보행 법우님, 묘신 법우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동참 법우님들께서 숙소로 들어간 후에 선배님들 배웅해 드리고는 다시 대웅전 앞 마당까지 들어 찬 대중들 옆에서 신묘장구대다라니 독송에 동참했는데 새벽 3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고,

숙소에 들어가면 취침 중이신 법우님들 방해할까봐 차에서 잠깐 눈 붙였습니다.


새벽 4시.

늘 일어나는 시간이라 어김없이 눈을 뜨니 스님의 도량석 목탁소리가 상쾌하게 들립니다.

화장실에 가서 세면 마치고 숙소에 가니 벌써 숙소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참 부지런하신 법우님들.

서둘러 대웅전에 들어가니 이미 부학장님과 법우님들 모두 좌정을 하고 계시니, 결국 제가 제일 늦은 셈입니다. ㅎㅎ

종성, 장엄염불, 타종에 이어서 새벽예불이 장엄하게 이어졌는데,

신행에 익숙하지 않으신 법우님들인지라 행선 축원 때 하는 절,

신중단과 영단으로 향하는 타임,

구룡사에서 특이하게 진행하는 영단의 영가를 위한 무상게 독송 등에약간의 혼란이 있었고, 이것이 나중에 벌칙이라면 벌칙, 공부라면 공부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예불 마치고는 바로 대웅전에서 학장님의 법문 들었습니다.

오래 된 산 치악산, 천년 고찰 구룡사에서 원주불교대학 제7기 신입생들의 수련법회 동참을 환영하면서 꾸준히 정진하여 불교 발전에 많은 일을 해 달라고 격려를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벌칙 아닌 벌칙.

조금 쉬었다가 아침 공양 예정이었는데 법철 스님께서 법우님들께서 절을 잘 못하는 것 같으니 절에 대해 강의를 좀 해 주시겠다고 하셔서 바로 심검당에서 절에 대한 의미와 실습을 진행 하였습니다.

영광스럽게도 제가 시범을 맡았고, 둘로 나뉜 법우님들이 서로 절을 하는 것으로 마치었습니다.

중간에 법철스님께서 이번 7기에서 법회집 만들어 예불도 익히고, 천수경도 익히는 자세가 참 좋다고 높이 평가를 하시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법철스님, 아니면 더 훌륭한 스님도 모셔줄테니까 언제라도 도움을 청하라고, 적극 도와주시겠다는 격려 말씀도 해 주셨습니다.


마무리에 미련한 제가 공양은 심검당에서 합니까, 아니면 공양간에서 합니까 물었는데,

법철스님 왈, <발우공양 한 번 더 하실랍니까?>

동참 법우님 전체가 즉각 <아니요~~~>  합창.

아마 전날 저녁 긴장되고 부실했던 발우공양, 특히 퇴수물 마신 기억이 남았던가 봅니다.

또 한 번 원성을 들을 뻔 했습니다. 하하


아침 일곱시.

구룡폭포 입구에서 모여서 산행을 하였습니다.

구두를 신고 동참하셨던 법우님은 심검당에서 고무신 찾아 신고 오셨고, 허리를 삐끗하여 힘을 못 쓰시면서도 계속 함께 동참하신 구복 법우님도 가는데 까지는 가시겠다고 나섰습니다.

아침의 상쾌한 공기와, 맑은 물, 그 물소리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렴폭포까지 갔습니다.

모처럼 삼삼오오 짝을 지어 세상사 이야기에, 개인 신상 이야기에, 동기 법우님들의 정이 돈독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맨손으로 출발을 한 것 같았는데 폭포 앞에서 잠깐 쉬는 동안에 초콜렛, 사탕 등이 나와서 나누어 먹기도 하고......

마지막에 도착하신 구복 법우님은 일제히 박수로 환영.


하산 한 후에는 반야심경 사경이 이어졌습니다.

산행을 한 직후라 힘이 들 법도 하고,

부학장님께서 3배 후 1자를 쓰라고 하신 반야심경을 제한 된 시간인

두 시간 내에는 어렵다 싶어서 슬쩍 법우님들께 체력과 시간을 고려해서 개인적인 목표를 정해놓고 사경을 하시라고 귀띔을 해 드렸습니다.

부학장님께 죄송.

<옴 살바 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

나중에 들으니 제가 드린 말씀대로 개인적인 목표대로 해서 시간에 맞춰 사경을 마치신 법우님이 대부분인데, 청강 법우님은 3배 1자를 제대로 하셨습니다.

다행히 사경 후 다담 시간이 예정되었었는데 학장님께서 새벽 예불 후 바로 월정사에 가셔서 취소가 된 덕에 끝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청강 법우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사경 후에는 구룡사 경내의 쓰레기를 줍는 운력을 잠깐 하고,

수련법회를 마친 소감문을 쓰고 해제에 임했습니다.

해제는 대웅전에서 법철스님 주재로 진행하였습니다.

학장님을 대신해서 끊임없이 배우고 정진할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수련복을 반납하고,

심검당 앞 마당에서 법철스님과 부학장님의 노고에 감사드리는 인사 올리고 박수 올리는 것으로 철야수련 법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수련법회를 마친 법우님들 모두 행복한 얼굴이었으며, 보람 찬 말씀을 하시니 마음이 즐거웠습니다.

저도 같은 마음이었는데 표현을 잘 못하는 체질이니 몇 분 법우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으로 글을 마칩니다.


< 부처님, 절을 마음껏 하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 수련법회를 마치고 나니 아프던 허리가 다 나았습니다. >

< 회장님, 템플스테이 한 번 더 해요. >

< 내년에는 졸업생도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동참하게요. >

                                        2007. 8. 27.   난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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