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고성 화암사의 설화

難勝 2008. 7. 22. 06:30

화암사 남쪽 300m 지점에 위치한 수바위는 화암사 창건자인 진표율사를 비롯한 이 절의 역대스님들이 수도장으로 사용해 왔던 곳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수바위는 계란 모양의 바위 위에 왕관 모양의 또 다른 바위가 놓여 있는데, 이 바위 윗면에 길이 1m, 둘레 5m의 웅덩이가 있다. 이 웅덩이에는 물이 항상 고여 있어 가뭄을 당하면 웅덩이 물을 떠서 주위에 뿌리고 기우제를 올리면 비가 왔다고 전한다. 이 때문에 수바위 이름의 “수”자를 수(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나 바위의 생김이 뛰어나 빼어날 수(秀)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화암사는 민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스님들이 항상 시주를 구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화암사 두 스님의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수바위에 조그만 구멍이 있으니 그 곳을 찾아 끼니때마다 지팡이로 세 번 흔들라고 말하였다. 잠에서 깬 스님들은 아침 일찍 수바위로 달려가 꿈을 생각하며 노인이 시킨 대로 했더니 두 사람분의 쌀이 쏟아져 나왔다. 그 후 두 스님은 식량 걱정 없이 편안히 불도(佛道)에 열중하며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한 객승(客僧)이 화암사 스님들은 시주를 받지 않고도 수바위에서 나오는 쌀로 걱정 없이 지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객승은 세 번 흔들어서 두 사람분의 쌀이 나온다면, 여섯 번 흔들면 네 사람분의 쌀이 나올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다음날 날이 밝기를 기다려 아침 일찍 수바위로 달려가 지팡이를 넣고 여섯 번 흔들었다. 그러나 쌀이 나와야 할 구멍에서는 쌀은 커녕, 엉뚱하게도 피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객승의 욕심에 산신(山神)이 노여움을 샀던 것이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 수바위에서는 쌀이 나오지 않았다고 전한다.

화암사가 벼 화(禾)자에 바위 암(巖)자를 쓰게 된 것도 이 전설에 연유한다는 이야기이다. 수바위는 아들을 점지 해 주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 신혼부부들의 중요한 참배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