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 떨어지더라도
한량없는 먼 옛날에 염광이라는 수행자가 있었다.
그는 조용한 숲 속에 기거하며 4백20만 년 동안 수행을 해온 터라 덕이 아주 높았다.
어느 날 그는 걸식을 하고자 산을 내려갔다.
그런데 한 옹기장이의 달이 염광의 잘생긴 얼굴을 보고 반해 그 뒤를 졸졸 다라다녔고,
급기야 자기를 아내로 삼아달라고 애원하는 것이었다.
염광이 말했다.
"저는 수행자이므로 결혼할 수 없습니다."
옹기장이의 딸은 이를 악물고 다짐하듯 말했다.
"만일 제 소원을 들어주시지 않는다면, 저는 이 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죽어버리겠습니다."
이에 염광이 생각했다.
'수행자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계율이다. 파계하면 모든 것이 헛일이 되고 만다.
내가 멀리 떨어져 있는 여인을 보고 음란한 생각을 한다 해도 곧 파계한 것이고,
응당 지옥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소원을 들어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고 하니, 이 일을 어쩐다....?'
염광은 고심 끝에 이윽고 마음을 정했다.
'그래, 내가 지옥에 떨어져 한없는 고통을 당한다 할지라도 먼저 저 여인을 살리고 봐야겠다!'
염광은 곧 그녀를 따라가 혼례를 치렀고, 그후 12년 동안 살다가 수명을 다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지옥에 떨어지기는커녕 하늘나라에 태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경직된 사고를 버려라. 계율은 훌륭한 삶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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