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백전리 물레방아
전래 농기구의 일종인 물레방아.
물레방아라는 말은 물레와 방아의 복합어이다.
한국 재래농기구 중 탈곡이나 정미 또는 제분에 이용되었던 도구로는 돌확·맷돌·절구·디딜방아·연자매·물레방아 등이 있는데, 그중 물레방아는 가장 늦게 생긴 것으로 여겨진다.
물이 비교적 풍부한 마을에는 대개 물레방아가 하나씩 있어서 공동으로 활용했다. 대부분의 물레방아는 물이 떨어지는 힘으로 바퀴가 돌아가게 되어 있다. 드물게는 물이 바퀴 밑으로 흐르는 힘을 이용하는 것도 있는데 특별히 '밀방아'라 부른다. 작동원리는 바퀴를 가로지른 방아굴대 양쪽에 달린 눌림대가 바퀴가 돌아감에 따라 집안에 장치된 방아의 한쪽 끝인 살개목을 지그시 눌러 방아공이를 들어올린다. 따라서 1바퀴 돌 때 방앗간의 방아공이가 1번 찧게 되는데 방아 2개를 나란히 놓았기 때문에 마치 마차를 끄는 2마리의 말머리와 같이 방앗간 속에 장치된 2개의 방아공이가 오르내리게 된다.
옛날 한국 농업은 물 사정이 어려웠던 탓으로 물레방아를 돌릴 용수가 부족한 곳에서는 설치할 수가 없었다. 1930년대에 바퀴의 크기와 방앗간 내부도 변화했고, 1950년 이후로는 바퀴가 철제로 바뀌기 시작했다. 물레방아의 용도도 곡물가공뿐만 아니라 발전용·제지용·직조용·떡방아·메주 및 고추방아용 등으로 다양해졌다. 농촌의 전력화가 촉진되면서 물레방아도 급격히 사라지게 되었다.
네덜란드를 네덜란드답게 인상짓는 풍물은 풍차이듯이 한국을 한국답게 인상짓는 풍물은 수차, 곧 물레방아다.
네덜란드에서는 이 풍물을 유지하고자 하는 운동이 일어 풍차발전으로 이를 동력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영화나 대중가요 속에서만 명맥을 잇고 있을 따름으로, 현재 우리나라에는 총 83개의 물레방아가 남아 있다 한다.
우리나라말 가운데 어미가 ....레'로 끝나는 말은 '윤(輪-돈다)'이란 뜻이 있다.
수레, 둥글레(원), 둘레, 두레, 코뚜레 등등.....
물레방아의 물레도 물로 돌리는 바퀴란 뜻이다.
물레방아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동채물레'라는 물의 낙차로 물레를 돌리는 방아와,
'밀채물레'라는 물의 유속으로 돌리는 방아가 그것이다.
산이 많아 물의 낙차가 심하고 또 유속이 빠른 곳은 손꼽히는 물레방아 적지라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적으로 물레방아 문화가 잘 형성된 곳이 있었던 것이다.
신문이나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 남자들이 정보를 5일장에서 교환했듯이 부인네들은 이 방앗간에서 정보를 교환했다.
믿지 못할 소문을 '방앗간 품문'이라고 했던 것으로만 미루어보아도 할말 못할말 다하는,
그래서 언론자유가 보장된 숨막히는 유교사회의 치외법권지대 였던 것이다.
물레방앗간에는 아무나 유숙할 수가 있게끔 발을 드리워놓았기로 그 마을을 지나는 등짐, 붓짐장수, 소금장수, 새우젓장수, 땜장수 등 잡상인이 묵고 가는 여인숙이기도 하며, 정보뿐 아니라 생활필수품의 유통센타가 되기도 했다.
물레방앗간은 내방교육을 하는 교실이기도 했다.
시집갈 날을 받아놓은 예비신부는 마을로 부터 떨어진 이 방앗간에서 '곡(哭)' 레슨을 받았다.
울음이 나올 턱이 없는 시집의 제사나 초산 때 구슬피 울기 위해서는 곡하는 테크닉을 익히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곡의 레슨뿐 아니라 은밀한 성교육을 받기도 했다.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는 꼴을 "물레방앗간에서 나오는 처녀 같다"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또 물레방앗간에서 아기를 낳으면 사내아이일 확률이 크고 앞으로 사내아이를 다산한다는 미신이 있어 진통하는 산부를 방앗간에 업고 와서 해산시키는 공공산실이기도 했다.
그래서 아들을 꼭 얻고 싶은 부부는 와서 동침하는 러브호텔이 되기도 했다.
비슷한 것끼리는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원시적 사고방식에서 내려찧는 방아를 남자의 '고추'로 유추 한 데서 비롯된 물레방앗간의 핑크빛 민속이다.
이처럼 다양한 민속이 집약된 물레방아.
최근 회전문 인사, 몇 안되는 사람을 가지고 이 자리 저 자리 돌려쓰는 인사를 물레방아 인사라고 하는 모양인데, 단순히 돌린다는 의미만 가지고 우리의 전통을 훼손하는 표현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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