拈華茶室

추야몽(秋夜夢) - 만해 한용운

難勝 2010. 8. 24. 04:47

 

 

추야몽(秋夜夢)

만해 한용운

가을밤 빗소리에 놀라 깨니 꿈이로다
오셨던 님 간 곳 없고 등잔불만 흐리구나
그꿈을 또 꾸라 한들 잠 못 이루어 하노라  

야속타 그 빗소리 공연히 꿈을 깨워
님의 손길 어디 가고 이불귀만 잡았는가
베개 위 눈물 흔적 씻어 무삼하리요   

꿈이거든 깨지 말자 백번이나 별렀건만
꿈 깨자 님 보내니 허망할 손 맹세로다 이후는
꿈은 깰지라도 잡은 손은 안 놓으리라 

님의  발자취에 놀라 깨어 내다보니
달 그림자 기운 뜰에 오동잎이 떨어졌다
바람아 어디가 못 불어서 님 없는 집에 부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