尋劍堂

이 세상의 보물, 일령지물(一靈之物)

難勝 2012. 1. 4. 06:49

 

이 세상의 보물

 

이세상의 보물은 네 몸밖에 없다

 

일령지물(一靈之物).

목불을 태우는 행위를 통해 중생. 부처가 같다는 평등사상을 실천해 보이신 마조스님의 ‘내 마음이 부처’ 사상을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글이다.

 

스님은 설파한다.

“여러분은 온 힘을 다해서 반드시 몸을 보호해야 한다. 이 일령지물(一靈之物)은 네가 조작해서 얻은 모양과 이름이 아니다. 이 일은 담화(談話)를 해봐서 얻는 것도 아니며, 네가 본래 한 자리를 갖추어 가지고 있는 것이므로 다시 어떤 선(禪)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 요즈음의 학인들이 분분히 떠들면서 참선을 말하고 또 묻지만, 나는 ‘도(道)는 가히 닦을 것도 없으며, 법(法)은 가히 증(證)할 것도 없다’고 말할 뿐이다.”

 

 

단하소불(丹霞燒佛)

 

단하천연(丹霞天然) 선사가 혜림사(惠林寺)에서 하룻밤을 묵을 때 일이다.

방이 매우 추웠으나 장작이 없는 까닭에 법당의 목불을 쪼개 불을 지폈다.

 

이튿날 원주 스님이 이 사실을 알고서 단하 스님을 매우 꾸짖었다.

“무슨 이유로 부처님을 태우는 거요?”

 

그러자 단하 스님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몸은 화장하여 많은 사리가 나왔다기에, 나도 이 부처님을 화장하여 사리를 얻으려고 하는 것이오.”

 

이에 원주 스님은 몹시 화를 냈다.

“나무토막에서 무슨 사리가 나온단 말이오?”

 

그러자 단하스님은 이렇게 반문하였다.

“사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부처님이 아니라 나무토막일 뿐이니 뭐 그리 잘못된 일도 없는 것 같은데 왜 나를 꾸짖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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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하 천연 스님이 바랑을 메고 길을 떠났다가 낙양의 혜림사에 이르렀다.

때는 엄동이라 백설은 분분히 내리고 삭풍은 살을 에이는 듯 매서웠다.

스님은 허름한 객승 차림으로 절 안으로 들어섰다.

식은 밥 한 덩어리를 얻어먹고 주지가 객방으로 안내하여 들어서니 냉기가 서렸다.

밤이 깊어갈수록 객실의 추위는 등골을 시리게 하여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나마 화로에 불이 거의 다 사위어가 그는 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불쑥 일어나서 불전 앞으로가 안치해 놓은 목불을 번쩍 들어다가 도끼로 쪼개어 불을 놓았다.

바짝 마른 나무조각은 이내 붉은 화염을 넘실대면서 환하게 타올랐다.

그러자 단하 스님은 또 하나의 목불을 들어다 불속에 던졌다.

불길은 더욱 활활 타올라 차차 방안이 훈훈해지며 몸이 녹자 그는 만족스레 나무가 타는 것을 흥겹게 바라보다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었다.

 

눈을 번쩍 떠보니 이른 새벽이었다.

단하 스님은 행장을 챙겨 서둘러 절을 나섰다.

원주가 일찍 일어나 경내를 둘러보다가 객방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방문을 열자 훈훈한 공기가 얼굴에 확 닿자 어찌된 일일까 하고 윗목을 보니 목불이 없었다.

필경 어제 저녁 재운 스님의 짓으로 생각하고 헐레벌떡 단하 스님의 뒤를 좇아갔다.

 

"야, 이놈의 미친 중놈아. 이런 몰상식한 일이 천하에 어디 있느냐!"

그는 노발대발 격분하여 귀청이 떨어지게 호통을 치면서 내려칠듯이 달려들었다.

 

그러나 스님은 들은체 만체 그의 이름 그대로 천연덕스럽게 능청댔다.

 

원주는 더욱 화가 폭발하여 발을 구르며 큰소리를 질러 댔다.

"법복을 입었으니 당신도 중이 아니오."

"그렇소이다만."

"그런데 예배드리는 목불을 쪼개 땐단 말이오."

"허어 참,너무 흥분마시오. 석가여래의 몸은 화장하여 많은 사리가 나왔다기에 나도 이 부처에게서 사리를 얻으려고 한 것이요."

그는 여유있게 낮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이 어리석은 중아. 목불에서 무슨 사리가 나온단 말이냐?"

원주는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사리가 안 나올 바엔 나무토막이지 무슨 부처요? 나무토막을 추워서 좀 땠기로서니 그 무슨 큰 허물이라고 그리 소란을 떠는거요?"

그는 유유하게 오히려 정색을 하면서 원주를 힐책했다.

 

원주는 너무도 기가 막혀 파랗게 질려 버렸다.

그리고는 큰 벌이라도 금방 머리 위에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에 온 몸을 떨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을 한 스님은 불벌은커녕 그 후 아무 일도 없었다.

 

목불상을 태운 단하소불의 말을 듣고 한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스님은 왜 불상을 태우셨습니까?"

 

이에 스승이 담담하게 대답하였다.

"날이 추우면 너도 따뜻한 화로 가까이 모여 앉지 않느냐?"

"그럼 부처를 태웠는데 잘못이 없단 말씀입니까?"

 

그러자 스승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더울 때는 너도 시냇가 대숲 그늘을 찾으면서, 뭘."

 

제자의 물음에 좀 더 시원하게 대답해 주고 싶었지만 단하 스님은 봄바람에 꽃잎이 흔들리듯이 대답했다.

 

단하스님의 결단은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생각하면 사람이 산부처(生佛)다.

그런데 그 산부처인 사람을 섬길 줄도 모르면서 나무로 만든 불상을 섬겨 뭐하겠느냐는 뜻이 담겨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