拈華茶室

일본의 다도, 한국의 다도

難勝 2008. 3. 26. 05:50

일본의다도

일본문화를 언급하면서 차를 빼놓을 수 없을 만큼 다도는 일본사회전반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일본의 많은 교과서에서도 "다도는 일정한 작법을 알아 주인과 손님이 공감하면서 차를 마시는 일본의 전통문화로서 16세기 후반 센노리큐에 의해 대성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차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이것이 헤이안시대 초기 사이쵸란 사람이 당나라에서 차열매를 들여와서 일본에 전해졌다. 이렇게 중국에서 전해진 차열매는 처음에 천황을 비롯한 귀족사회에서 큰인기를 끌다가 후에 사원에서 약용음료로 사용했다. 엽차를 빻아서 칡이나 생강을 넣고 경단을 만든뒤 끓인 차잎을 그대로 말렸다가 갈아서 분말로 만든 고급차를 말하는데 선원이 생기면서 다례라는 의례와 함께 선승들이 즐겨 마셨다.


♠ 茶道는 남성들의 문화였다

말차와 선원의 다례, 여기에 송대에 유행하던 투차놀이가 덧붙여졌다. 투차란 여러종류의 차를 나눠마시고 그품종과 산지를 맞추는 놀이로서 처음에는 주로 상류사회에서 즐겼다. 큰모임에서 이놀이를 할때는 경기를 통해 종합성적을 내어 승자를 가리기도 했다. 투차는 교토, 나라, 히라도, 하카타 등 각지로 차 재배지가 확대되면서 귀족에서 서민까지 골고루 즐기는 놀이로 정착해 갔다. 이제 차를 마시는 일은 승려와 무사귀족에게서 서민에 가지 일상화되었다. 산사나 절앞 또는 길가에 늘어서 있는 찻집과 차를 끓이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무로마치막부의 3대장군인 아시카가 요기미스는 하나노고쇼(꽃의 궁궐이라는 뜻)라는 저택을 짓고 그 한구석에 '회소'라는 건물을 지었다. 이회소에 다다미를 깔고 '도코노마(일본식 방의 상좌에 바닥을 높게 만든곳)'를 설치한다. 이 모임에 권력있는 무장과 재력있는 상인이 모여앉아 차를 마시는 일이 종종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사교적인 여흥이나 취미로 시작되었지만 차츰 무장이 상인에게 협력을 구하는 장소로 이용되었다. 특히 근세초기에는 차를 마시는 모임, 즉 다회에서 무장과 상인이라는 두계급의 협력 관계가 이루어지는 일이 많았다. 1587년 히데요시가 오사카성 안의 다회에 상인 가미야를 초대하여 특별히 대우했던 것도 규슈연안의 통상과 운수에 정통하여 해상권을 쥐고있던 가미야와 친분을 갖기 위해서였다.


한국의 다도는 일상과 격리되지 않는다.

조선시대의 숭유억불 정책으로 차문화는 쇠퇴를 거듭하다가, 불행했던 근현대사를 거치며 근근히 명맥을 유지해 왔다. 최근에 차를 즐기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좋은 현상이긴 하지만, 그 와중에 일본식 다도문화를 우리것인줄 알고 따르고 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일본의 문화는 튀는것을 용서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구획된 틀안에 집어넣어 형식을 벗어나는걸 참아내지 못한다. 모든 문화가 일본에 들어가면 정확히 계량, 측정, 형식화 되면서, 조금의 파격이나 여유도 없어지는게 일본문화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현재 한국에 알려진 다도는 일본식의 변형에 불과하다. 일본인 특유의 형식을 중요시 하는 다도를 우리 것인양 착각하고 있다. 차 마시는 법을 복잡하게 정해놓고 그 형식 자체를 다도라고 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도회나 다도강좌들이 대개는 이런 일본식 다도를 가르치고 있다.


이는, 일본식이라면 무조건 배척한다는 것이 아니다. 또한, 어느 방법이 더 우수하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에겐 한국인에게 맞는 차문화가 이미 고대로 부터 있었으니 그걸 한번 잘 밝혀 보자는 취지이다.



한국문화의 전형적인 특징은, 실제생활과 격리되어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모든것의 기준이 당대를 살아가는 일반 서민의 실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그것이 사람에게 필요하다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되고만다. 특별한 공간이나 시간을 점유하지는 않는것이 한국문화의 한 전형이다.

차를 우려 마실때 일본식 녹차는 70 - 80도 정도로 식힌 물로 우려내는데 이는 일본식 쪄서 만든 녹차를 마시는 방법이다. 찐차는 열탕을 붓게되면 떫은맛과 쓴맛이 강해져서 이를 완화하고자 한데는 나온 방법이다. 그러나 한국의 덖음차는 온도에 상관치 않는다. 취향에 따라 뜨겁게도 좀 덜 뜨겁게도 마실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의 전통적인 가마솥에서 덖어서 만드는 자생차는, 찐차에서 나는 풀냄새 비슷하고 비린내 같기도 한 불쾌한 냄새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그 우려낸 색이 연한 다갈색이며 맛 또한 구수한 숭늉 냄새가 나서, 이것이 바로 한국인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 우리의 차다.


한국차를 마시는 방법은 특별한 격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것은 실생활에서 그 말대로 다반사로 일어나는 것이지, 실생활과 격리되어 저 높은 곳에 있는 무엇이 아니다. 복잡한 형식에 얽매여 진정한 본질을 알지 못한다면 이처럼 우스운 일이 없다.


초의선사는 다신전에서 한국의 다도를 정리하여 다음과 같은 한말씀으로 모든걸 담아내고 있다. 더 이상의 잡스런 설명이 필요없는 명쾌함이다. 말 그대로 선과 차는 다름이 아님을 보여 주신다. 일체의 설명이 생략되어 바로 핵심을 찔러간다.


"정조결(精燥潔)이면 다도진의(茶道盡矣)니라"


만들때 정성을 다하고 저장할때 건조하게 하며 마실때 청결하게 하면 다도는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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