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문(山門)
사찰은 거룩한 부처님을 모시고 있는 청정하고도 장엄한 곳이며 스님들이 머물면서 수행하는 터전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을 닦고 올바른 삶을 다짐하는 곳도 여기며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전법의 주요 공간도 이곳입니다.
사찰의 중심인 큰 법당에 들어서려면 일주문(一柱門)금강문(金剛門)천왕문(天王文)해탈문(解脫門)을 지나야 하는데 이러한 문들을 일컬어 산문(山門)이라 합니다.
일주문
일주문은 사찰의 입구입니다. 속세로부터 벗어나 부처님의 대지인 진리의 터전으로 들어서는 첫 관문인 것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일주문의 기둥이 사각이 아니고 한 줄로 늘어선 두 개 혹은 네 개 기둥이 버티고 서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바로 우리들의 깨끗한 마음인 일심(一心)을 상징합니다. 불자들은 여기서 마음을 가다듬고 법당 쪽을 향해서 반배한 후 한발한발 단정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발길을 옮깁니다.
일주문을 지나면 천왕문이 나타납니다. 천왕문은 부처님과 불법과 스님과 불자들을 수호하는 사천왕(四天王)을 모신 건물입니다. 천왕문은 외부의 악한 기운이나 침입자로부터 사찰을 보호하여 청정도량으로 만들기 위한 것으로 사천왕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서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금강문
금강문의 좌우측 대문에는 금강역사(金剛力士)가 그려져 있습니다. 금강역사는 엄청난 힘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 강력한 힘으로 사찰을 수호하는 기능을 맞고 있습니다. 그래서 금강문이라는 별도의 문을 갖춘 사찰도 있는데, 이 곳에는 금강역사가 조각으로 조성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불이문
천왕문을 지나 길을 오르면 다시 불이문(不二門)이 나타납니다. 이 문은 번뇌의 속된 마음을 돌려서 해탈의 세계에 이르게 한다하여 해탈문(解脫門)이라고도 하며, 궁극적으로 번뇌와 해탈이 둘이 아니기 때문에 불이문이라고 일컫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해탈문은 누각 밑을 통과하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2층의 다락집 형태인 누각 밑 1층 기둥 사이로 길이 나 있어 문의 모습을 이루고 있는 것이지요. 2층 누각은 불법을 설하는 강당으로 쓰여 왔습니다. 그래서 진입하는 쪽에서 보면 문이요 진입하고 난 뒤 법당 쪽에서 보면 누각으로 다가옵니다.
해탈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사찰의 중심 법당이 보입니다. 그리고 법당 앞마당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나 말씀인 경전을 간직한 탑이 우뚝 서 있습니다.
2. 법당의 이름과 여러 부처님, 보살님들
이제 법당으로 들어설 차례입니다. 법당이란 법을 설하는 건물이라는 뜻입니다. 예전에 이곳에 황금색의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고 해서 금당(金堂)이라 불렀습니다. 법당은 불보살을 모시고 있기에 궁전이라는 뜻의 전(殿)이라 존칭하고 있습니다. 법당은 그곳에 모셔져 있는 불보살님이 어떤 분인가에 따라 여러 가지 다양한 이름을 갖고 특징지워집니다. 특히 사찰의 정중앙에 자리잡은 법당은 큰법당이라고 합니다.
대웅전(大雄殿)
석가모니부처님을 모신 법당입니다. 석가모니부처님은 모든 번뇌를 쓸어버리고 깨달음을 얻었기에 위대한 승리자요 위대한 영웅이라 했습니다. 그래서 대웅(大雄)이라 불렀으며 이 분을 모신 곳을 대웅전이라 이름한 것입니다. 보통 석가모니부처님 좌우에는 협시보살이나 다른 부처님이 모셔져 있습니다. 석가모니부처님 좌우에 아미타부처님과 약사여래가 자리잡고 있을 경우 그곳은 격을 높여 대웅보전(大雄寶殿)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대적광전(大寂光殿)
화엄경에 등장하는 주존 부처님인 비로자나부처님을 모신 법당입니다. 비로자나부처님이란 태양의 빛이 만물을 비추듯이 우주의 일체를 비추며 일체를 포괄하는 부처님입니다. 진리의 본체라 하여 법신불(法身佛)이라 일컫기도 하지요. 이 법신부처님은 형상도 없고 소리도 없습니다. 그래서 전혀 설법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법신불의 미간 백호에서 광명이 비춰 나와 시방 세계의 모든 나라를 드러냅니다. 이렇게 침묵 속에서 찬란한 진리의 빛을 발한다 하여 이 법신불을 모신 큰법당을 대적광전, 적광전, 대광명전(大光明殿), 보광전(普光殿)이라고도 부릅니다. 비로전(毘盧殿)이라는 명칭도 있습니다.
극락전(極樂殿)
인간과 모든 생명의 한계 상황인 죽음을 물리치고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아미타부처님을 모신 법당입니다. 이 부처님은 서방정토 극락세계의 주불이기 때문에 이분을 모신 법당을 극락전이라 한 것입니다. 아미타부처님은 또한 무한한 빛이요 생명의 부처님이어서 무량광불(無量光佛), 혹은 무량수불(無量壽佛)이라 불리기에 극락전은 무량수전, 무량광전으로도 일컬어집니다. 이 밖에 아미타전, 미타전이라는 이름도 갖고 있습니다.
정토세계의 주불(主佛) 아미타부처님의 협시보살로서 좌측에 있는 분이 관세음보살이고 우측에 있는 분이 대세지보살입니다. 여기서 관세음보살은 자비를, 대세지보살은 지혜를 각각 상징합니다.
미륵전(彌勒殿)
미래에 이 사바세계에 오셔서 중생들을 구원할 구원의 부처님, 당래불(當來佛)이 미륵부처님이고 이 분을 모신 법당이 미륵전입니다. 이 법당은 미륵부처님에 의해 정화되고 펼쳐지는 새로운 불국토인 용화세계를 상징한다고도 하여 용화전(龍華殿)이라고도 부릅니다.
약사전(藥師殿)
병든 사람과 생명들을 고치고자 하는 원력을 세운 부처님이 약사여래요 이 분을 모신 전각이 약사전입니다. 약사여래는 의왕여래(醫王如來) 또는 대의왕불(大醫王佛)이라고 이름했고 동방 정유리세계(淨琉璃世界)의 주불이므로 약사유리광여래(藥師琉璃光如來)라고도 불립니다. 그래서 유리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약사여래의 좌협시 보살이 일광보살(日光菩薩), 우협시 보살이 월광보살(月光菩薩)입니다.
한편 이러한 큰법당 주변에는 여러 부처님과 보살님들을 모신 법당 또한 자리잡고 있습니다. 원통전, 지장전 등이 그것입니다.
원통전(圓通殿)
관세음보살님을 모신 법당이기에 관음전(觀音殿)이라고도 합니다. 관세음보살은 중생의 고통스러운 음성이나 바램을 관찰하여 그들을 구해내는 자비로운 보살님입니다. 그래서 이 분을 일러 대비성자(大悲聖者), 구제대비자(求世大悲者)라고도 불렀습니다. 그리고 원통대사(圓通大士)라는 말도 있는데, 이것은 관세음보살의 능력이 두루 미치지 못하는 바가 없음을 의미하는 말 입니다. 원통전은 이 관세음보살의 원통대사로서의 능력을 강조한 명칭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장전(地藏殿)
온갖 죄악으로 죽어서 육도 윤회를 거듭하는 중생, 특히 처참한 살풍경이 벌어지는 지옥 중생에게 구원의 손길을 보내 그곳에서 그들을 구원해 내는 분이 지장보살님입니다. 이 지장보살님을 모신 법당을 지장전이라 합니다. 한편 지장보살은 지옥중생을 구제하기 때문에 지옥의 세계인 명부세계 주존으로 모셔져 있습니다. 그래서 지장전은 명부전(冥府殿)이라 일컫기도 합니다. 그리고 명부전에는 망자를 심판하는 열명의 심판관이 들어서 있으므로 시왕전(十王殿)이라 지칭하기도 합니다.
나한전
석가모니부처님의 제자로서 아라한의 지위에 오른 나한님들을 모신 전각입니다. 아라한은 번뇌를 남김없이 끊어버린 분들로서 진리와 합치하기 때문에 응진(應眞)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응진전은 나한전의 또다른 이름으로 사용됩니다. 또한 나한전은 영산회상의 모습을 재현했다 해서 영산전(靈山殿)으로도 불립니다.
3. 그 밖에 여러 전각과 요사
큰 법당 주변으로는 칠성각, 산신각, 독성각, 삼성각등이 자리를 잡고 다소곳이 앉아 있습니다. 이곳은 우리나라 토속신을 수용한 공간으로 전(殿)보다는 격을 낮추어 각(閣)이라 불립니다. 산신각(山神閣)은 신령스러운 산신을 모신 곳입니다. 산신은 사찰과 산을 찾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여러 가지 뛰어난 덕을 지니고 있습니다.
칠성각(七星閣)은 밤하늘에 빛나는 북두칠성을 신격화한 칠성님을 모신 곳으로 칠성은 인간의 수명과 건강을 관장합니다.
독성각(獨聖閣)에는 나반존자(那畔尊者)라 일컬어지는 독성이 모셔져 있습니다. 독성이란 부처님 없는 세상에 태어나 홀로 수행하여 깨친 분을 일컫습니다. 신통력이 뛰어나며 말세 중생을 제도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삼성각에는 산신, 칠성, 독성이 함께 모셔져 있습니다.
큰법당 들어서기 전 좌우에는 여러 가지 요사(寮舍)가 들어서 있습니다. 그러니까 법당과 누각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좌우편에 요사가 들어서 있는 것이지요. 이 요사는 요사채라고 하는데 스님들의 수행공간이자 생활공간을 말합니다. 좌선 공간도 이곳에 있으며 스님들이 경전을 공부하는 곳도 여기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밖에 스님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공양을 하고 대중공사를 벌이는 대중방도 이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사 뒤편에는 스님들의 개인방과 부엌인 정지간, 화장실인 해우소(解憂所)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