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견오온개공(照見五蘊皆空):오온이 공함을 비추어 보아(照見), 오온이 허망된 것이어서 執着할 바가 없다는 뜻입니다. 오온이 모두 공한 것으로 비춰본다는 뜻입니다.
조견(照見)은 밝히 본다. 또는 저 먼 곳으로부터 내려다본다는 뜻입니다.
오온(五蘊)은 범어로 판챠 스칸다(Pañca Skandha)로 “다섯 가지 쌓임”이란 뜻이며, 온(蘊)은 화합하여 모인 뜻. 즉 오온은 인간을 구성하는 다섯가지 구성 요소입니다. 五陰, 五聚라고도 하며, 蘊은 모아 쌓인 것을 말합니다. 또 오온은 色․受․相․行․識을 말하며, 이 오온으로 인하여 이 몸뚱이에 '나'라는 것이 있다고 집착하기 때문에 끝없는 세월을 윤회하게 되는 것입니다.
경전에 이른 얘기가 있습니다. “서천(西天) 계빈국왕이 사자존자에게 묻기를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소?’ 하니 존자가 답하되 ‘여기서 오온이 공한 법을 닦고 있습니다.’ 하였더니 왕이 묻되 ‘그러면 온공법을 얻었습니까?’ 하므로 ‘온공법을 이미 얻었습니다’ 하니 왕이 말하기를 ‘그러면 스님의 머리를 베어가도 되겠소?’하니 존자가 ‘이 몸뚱이에 내가 있는 것이 아니거늘, 하물며 머리에 집착을 하겠소’라고 하였다.”하였습니다. 이렇듯 육신에 집착심을 버리라는 뜻입니다.
또 色蘊은 스스로 변화하고 모든 것을 장애하는 물질(色)이나 소리(聲), 냄새(香), 맛(味), 감촉(觸)등의 五境과 五根을 말하며, 색온은 본래 '무너진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인간의 육신은 地水火風의 사대로 형성되어 있다가 흩어지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육신의 사대 구성을 보면,
地-육신, 몸둥이
水-이 몸에 있는 수분, 피와 대소변, 눈물
火-이 몸의 체온, 열기
風-움직이는 기운입니다.
색(色)은 형체가 있는 물질을 색이라고 하고, 물질적인 존재 모두가 색입니다.
수온(受蘊)은 苦樂을 감수하는 마음의 작용. 바깥 경계에 대하여 사물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작용. 괴롭다, 즐겁다, 좋다, 나쁘다, 달다, 쓰다 등의 감각작용을 말합니다.
상온(想蘊)은 外界의 사물을 받아 들여서 그것을 상상하여 보는 마음의 작용. 좋은 것을 받아들이고 싫어하는 것은 배척하는 지각작용입니다.
행온(行蘊)은 인연으로 생겨나서 시간적으로 변천하는 일체 마음의 작용. 분별한 감정을 생각으로 옮겨 행동으로 표출하는 행동작용. 잠재적이고 무의식적인 충동력을 행온이라 합니다.
식온(識薀)은 경계에 대하여 식별하는 마음의 본체. 곧 六識을 통틀어 識薀이라 하고, 의식하고 분별하는 마음의 인식작용입니다.
색온(色蘊)은 물질적인 것이며, 수상행식은 정신적인 것입니다.
수(受)와 상(相)과 행(行)과 식(識)은 물질에 대한 정신, 사물에 대한 마음을 말하는 것. 감정, 지각, 의지, 의식에 해당됩니다. 정신중에 식(識)이 중심이 되므로 심왕(心王)이라고 하고, 수, 상, 행은 의식상의 작용이므로 심소(心所)라고 합니다. 또 五蘊이란 色․受․相․行․識으로 인하여 이 몸뚱이에 ‘나’라는 것이 있다고 집착하기 때문에 끝없는 세월을 윤회하게 되는 것입니다.
개공(皆空) ‘텅 비었다’는 의미로 존재의 실체를 텅 빈 것으로 바로 아는 일이 곧 반야입니다. "공"에는 두 가지 성질이 있습니다. 그것은 불변성(不變性)과 가변성(可變性)인데, 불변성은 그대로 진(眞)의 차원이고, 가변성은 여(如)의 차원입니다. 또 "오온개공"도 위의 두 가지 입장에 비추어 설명할 수 있는데, 하나는 "오온" 그 자체가 그대로 "공"이며 진이라는 입장입니다. 다시 말해서 "오온"은 영원불변한 것의 한 표현인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오온'은 가변적이어서 환영적(幻影的)이며 비실재적(非實在的)인 것이라는 차원입니다. 이것은 여(如)의 입장으로 대부분 "오온개공"을 가변적인 입장에서 해석하고 있습니다. 존재의 실체를 텅 빈 것으로 바로 아는 일이 곧 반야점을 항상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가끔 화를 냅니다. 자존심을 건드려서 화(감정)가 난다고 말합니다. 자존심이란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집착입니다. 내가 없다면 자존심도 없고 화를 낼 이유도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알지도 모르는 가짜 나 때문에 나답게 살지 못하고 한 생을 살아갑니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의 몸과 마음을 텅 빈 것으로 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존재의 법칙은 텅 빈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입니다.
도일체고액(度一切苦厄):"도일체고액"의 뜻은 '일체의 괴로움을 건너간다'는 말입니다. 일체의 괴로움을 건너간다는 말은 결국 모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상태를 뜻하며, "도(度)"라는 말은 '건넌다'.'초월한다'.'제도한다'는 뜻으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도"란 괴로움의 세계에서 즐거움의 세계로 건너가는 도피안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도"의 의미는 일체의 문제가 해결된 상태를 말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다음으로 "일체"라는 말은 '그 속에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는 뜻입니다. "고액"을 현대적 의미로 해석하면 바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액"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 지혜는 몸과 마음이 텅 빈 것이라는 존재의 실상을 꿰뚫어 보는 안목을 말하는 것입니다. 또 "괴로움의 실체는 없는 것이다. 존재의 실상이 공하다."는 존재의 실상이 공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반야의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또 "오온"의 존재 양상이 바로 "개공"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몸과 마음이 텅 빈 모양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인데, 존재의 텅 빈 모양을 바로 이해하는 것이 곧 지혜이며, 그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행복은 없는 즐거움을 가져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있는 괴로움을 소멸하는 데서 행복은 저절로 찾아오는 것입니다. 만일 오온이 공(空)한 줄 깨닫지 못하면 여전히 나고 죽는 생사의 세계에 떨어지게 되고, 생사의 세계에 떨어지면 다시 윤회의 괴로움을 받게 됩니다. 노자(老子)가 이르기를 ‘나에게 가장 큰 근심은 나의 몸이 있다는 것이다’라고 하였으니 몸이 있으면 모든 것이 고통이 시작됩니다. 만일 괴로움 없기를 바란다면 바로 자기 자신을 돌이켜 스스로 비춰 보고, 뼈 속까지 훤히 다 비춰 보면 본래 청정해집니다.
모든 괴로움이란 무엇인가? 원시불교에 팔고(八苦)가 있습니다. 태어남도 괴로움이요(生苦), 늙는 것도 괴로움이고(老苦), 병드는 것도 괴로움(病苦)이요, 죽는 것도 괴로움입니다(死苦).
애별이고(愛別離苦):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도 괴로움이요.
원증회고(怨憎會苦):원한이 있는 사람과 만나지 않으면 안 되는 괴로움.
구부득고(求不得苦):갖고 싶은 것을 구하지 못하는 괴로움.
오음성고(五陰盛苦):번뇌의 수풀 위에 이 몸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괴로움. 살아 있기 때문에 괴로움이다. 오음(五陰)이 성하다고 하는 것은 살아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들에게 죽음에 대해서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한번 해보시오.
사람은 왜 죽습니까? 늙기 때문입니다. 늙는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바로 세포 조직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 세포조직이 노화됩니까? 그것은 신경을 쓰고 자꾸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기 위해서 죽는 것입니다. 괴로움은 어떻게 없앨까요? 그것은 탐진치(貪瞋癡)을 없애는 것입니다. 그 방법은 탐하는 마음을 절제하는 마음으로, 성내는 마음을 고요한 마음으로, 어리석은 마음을 지혜로운 마음으로 바꿔 삼독을 소멸 시켜야 합니다. 그러면 바로 열반입니다.
또 우리가 살아가면서 괴로워하는 것은 일체의 것이 있다고 하는데서 비릇됩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있다는 것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은 바로 불교의 목적이며, 우리 인생의 길잡이인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불교의 진수를 깨닫는 것이며, 불교 전체를 이해하는 열쇠가 됩니다.
결국 『반야심경』의 주된 안목은 우리의 몸과 마음, 즉 육신과 정신 세계를 텅 빈 것으로 관조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사실을 올바로 이해하고 또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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