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할아버지가 고추자루를 들고 만원 지하철에 탔다.
할아버지는 아무래도 젊은 사람 앞에 서야 자리잡기가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
아가씨 앞에 섰다.
그런데 그 아가씨는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진짜 자는 건지 아니면 자는 척하는 건지
눈을 꽉 감고 미륵불처럼 앉아 있었다.
'까짓거 서서 가면 어때.'
헌데, 문제는 고추 자루였다.
부피가 너무 커서 윗선반에 올려 놓기도 어려웠다.
'옳거니, 의자 밑에 바짝 붙여두면 되겠구먼.'
할아버지는 점잖게 부탁했다.
"샥시. 자루 좀 넣게 다리 좀 치워줄라우?"
아가씨는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꼼짝도 안 했다.
화가 난 할아버지가 소리쳤다.
"샥시! 다리 좀 벌려봐. 고추 넣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