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혜 동자(善慧童子)와 구리 천녀(拘利天女)
아득히 먼 과거의 일이다.
세상에 연등불이 오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상 사람들은 다투어 연등불을 맞이할준비를 하였다.
석가모니의 전생인 선혜 동자도 연등불에게 바칠 연꽃을 구하려고 사방으로 수소문했으나 연꽃은 이미 다른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 버리고 남아 있는 것이 한 송이도 없었다.
늦기 전에 꼭 연꽃을 구해야 하는 선혜동자는 울상이 되어 사방으로 꽃을 찾아 뛰어다녔다.
그런데 우연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연화(靑蓮花) 일곱 송이를 가진 구리 천녀라는 여인을 길가에서 만났다. 동자는 뛸 듯이 기뻤다. 그래서 동자는 천녀에게 자기가 가진 전재산인 은전 500냥을 줄 터이니 그 연꽃을 자기에게 팔라고 말하였다.
천녀는 선혜 동자의 말을 듣고 그렇게 많은 돈을 주고 이 꽃을 사서 무엇을 하려 하는가 하고 물었다. 동자는 꽃을 연등불에게 바치고 연등불로부터 내세에 성불할 수기를 받기 위해서라고 대답하였다.
또 자기 일신의 안락을 위해서가 아니고 고통에서 허덕이는 많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 성불하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구리 천녀는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동자를 바라보고 있다가 조용히 말하였다.
' 나는 이 꽃을 그대에게 그냥 드리겠읍니다. 그런데 내게도 한 가지 소원이 있읍니다. 내 소원은 다름이 아니라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동자께서 나와 결혼해 주시면 좋겠읍니다. '
그러나 동자는,
'나는 이미 수행자의 길을 걷고 있는 몸이므로 지금 당장 결혼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하지만 만일 내세에서 만나 결혼을 한다 해도 다시 수행을 위해 출가할 때는 언제라도 헤어질 수 있다는 조건이라면 구리 천녀의요구를 받아들이겠습니다.' 라고 말하였다.
이미 선혜 동자에게 반해 버린 구리 천녀는 그에 따르겠다고 하면서 일곱 송이의 꽃을 동자에게 주었다. 그리고 다섯 송이는 선혜 동자의 뜻에 따라 쓰고 두 송이는 자기의 사랑을 위해 바쳐 달라고 말하였다.
선혜 동자는 꽃을 받아 나는 듯이 뛰어서 연등불에게 달려갔다. 그 후 몇 겁의 세월이 흘렀다. 선혜 동자는 이 세상에 싯달다 태자로 태어나서 도를 이루어 부처가 되었고, 구리 천녀는 아쇼다라 공주로 태어나서 태자의 비가 되었다 한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서로 만나 결혼은 했으나 전생에서 맺은 약속대로 태자가 성불하자 서로 부부의 인연을 끊어 버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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