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통도사 용화전 벽화, 알고보니 '서유기'

難勝 2009. 3. 20. 05:28

 

‘서유기’ 12회 내용을 그린‘현장병성건대회도’ (玄裝秉誠建大會圖).

당 태종이 수륙재를 주관할 고승으로 현장법사를 뽑아 그 의식을 치르는 장면이다.

제단 앞에 줄지어 선 승려들의 행렬 앞쪽 머리에 관을 쓴 이가 현장법사다.

 

 

국내 사찰에서 서유기(西遊記)의 내용을 그린 벽화가 최초로 발견됐다.

사단법인 성보문화재연구원(원장 범하 스님)은 8일 "문화재청 지원으로 한국의 사찰 벽화를 조사하던 중 경남 양산 통도사 용화전(龍華殿) 벽화에서 '서유기'의 주요 장면을 소재로 한 그림을 확인했다"면서 "'서유기'가 석탑의 부조 형태로 표현된 예는 있었지만 사찰 벽화로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7개의 장면으로 구성된 용화전 벽화는 그동안 막연히 불교의 인연설화를 소재로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조사에서 '서유기'의 100회본 이야기 중 5회에 걸친 내용을 나누어 그린 것임이 밝혀졌다.

연구원 측은 "글씨가 희미한 까닭에 종래에는 주목하지 않았으나 각각의 벽화 내용을 압축해놓은 제목인 화제(畵題) 분석을 통해 '서유기'의 내용임을 확인했다"면서 "벽화가 제작된 시기는 1725년(영조 1년) 중건된 용화전에 후불탱이 조성된 1798년(정조 22년) 무렵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서유기'는 현장법사와 손오공의 이야기를 다룬 중국 명대 16세기의 소설이다.

벽화는 용화전 내부 동쪽, 서쪽 벽면에서 각각 발견됐다. 동벽에는 '서유기'의 94회ㆍ12회ㆍ87회 내용을, 서벽에는 85회ㆍ12회ㆍ81회 이야기를 압축해 그렸다.

특히 12회는 동ㆍ서벽 중앙에 모두 세 장면으로 나눠 비중있게 표현했는데 현장법사가 당 태종의 명으로 수륙재(水陸齋)를 여는 장면을 묘사했고, 이 의식을 주관할 고승을 선발하는 위징과 소우, 장도원 등의 인물이 등장한다.

성보문화재연구원 허상호 상임연구원은 "불보살의 위엄을 나타내는 장엄화들이 일반적인 사찰 벽화에 대중적인 소설의 내용이 등장하는 예는 별로 없다"면서 "17, 18세기 중국에서 다양한 소설이 유입되고 유통되면서 그 영향으로 기존 틀에서 벗어난 도상들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이번 조사 성과를 담은 보고서 '한국의 사찰벽화-경상남도 1편'을 발간했다.
 

양산 통도사 소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