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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難勝 2009. 3. 21. 14:52

  어느 곳에 늘 열일곱 자로 시를 짓는 사람이 있었다.

오랫만에 삼촌집에 가서 이런 저런 말을 하다가 돌아오는데, 삼촌은 작별하기가 아쉬워서 동네 밖 다리까지 따라 나왔다. 삼촌은 이 사람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면서 작별을 아쉬워하는데 이 사람도 눈물을 흘렸다. 이 사람은 그 광경을 열일곱 자로 작별시를 읊었다.

 

春風石橋上 (춘풍석교상)     봄바람이 살랑부는 돌다리 위에서 

叔父送我情 (숙부송아정)     나를 보내는 삼촌의 정이여,

兩人相對泣 (양인상대읍)     두 사람이 서로 마주하여 우니

三行           (삼행)              눈물이 석줄이라.

 

  삼촌은 한쪽 눈이 멀어서 눈물도 한 눈에서만 나오니까 둘이 울어도 눈물은 석줄이라는 말이었다. 기막힌 표현이었다.

 

  어느 해 비가 안 와서 사람들은 가뭄 때문에 농사가 안된다고 야단이어서 그 고을 사또가 기우제를 지냈는데도 비는 안 오고 햇빛만 쨍쨍 내리비추었다. 그것을 보고 이 사람이 열일곱자로 시를 읊었다.

 

太守祈雨祭 (태수기우제)     사또가 기우제를 지내자

黑雲蔽白日 (흑운폐백일)     먹구름이 해를 가리더니

精誠猶不足 (정성유부족)     정성이 부족했는지

日出           (일출)              해가 나왔네.

 

  사또가 이 말을 듣고 노발대발했다.

  "이런 괘씸한 놈을 가만두어서는 안 되겠다."

그리고는 잡아다가 매를 열일곱 대 때렸다. 그러자 이 사람이

 

每作十七字 (매작십칠자)     늘 열일곱 자로 글을 지었더니

笞得十七度 (태득십칠도)     매를 열일곱 대 맞았다.

若作十七句 (약작십칠구)     만약에 열일곱 구(句)를 지었더라면

打殺           (타살)              맞아 죽었겠군.

 

  이렇게 또 열일곱 자 글을 지었다.

사또는 그 문장 솜씨에 탄복하여 풀어 주었다.

출처 : 원주불교대학 제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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