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에 늘 열일곱 자로 시를 짓는 사람이 있었다.
오랫만에 삼촌집에 가서 이런 저런 말을 하다가 돌아오는데, 삼촌은 작별하기가 아쉬워서 동네 밖 다리까지 따라 나왔다. 삼촌은 이 사람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면서 작별을 아쉬워하는데 이 사람도 눈물을 흘렸다. 이 사람은 그 광경을 열일곱 자로 작별시를 읊었다.
春風石橋上 (춘풍석교상) 봄바람이 살랑부는 돌다리 위에서
叔父送我情 (숙부송아정) 나를 보내는 삼촌의 정이여,
兩人相對泣 (양인상대읍) 두 사람이 서로 마주하여 우니
三行 (삼행) 눈물이 석줄이라.
삼촌은 한쪽 눈이 멀어서 눈물도 한 눈에서만 나오니까 둘이 울어도 눈물은 석줄이라는 말이었다. 기막힌 표현이었다.
어느 해 비가 안 와서 사람들은 가뭄 때문에 농사가 안된다고 야단이어서 그 고을 사또가 기우제를 지냈는데도 비는 안 오고 햇빛만 쨍쨍 내리비추었다. 그것을 보고 이 사람이 열일곱자로 시를 읊었다.
太守祈雨祭 (태수기우제) 사또가 기우제를 지내자
黑雲蔽白日 (흑운폐백일) 먹구름이 해를 가리더니
精誠猶不足 (정성유부족) 정성이 부족했는지
日出 (일출) 해가 나왔네.
사또가 이 말을 듣고 노발대발했다.
"이런 괘씸한 놈을 가만두어서는 안 되겠다."
그리고는 잡아다가 매를 열일곱 대 때렸다. 그러자 이 사람이
每作十七字 (매작십칠자) 늘 열일곱 자로 글을 지었더니
笞得十七度 (태득십칠도) 매를 열일곱 대 맞았다.
若作十七句 (약작십칠구) 만약에 열일곱 구(句)를 지었더라면
打殺 (타살) 맞아 죽었겠군.
이렇게 또 열일곱 자 글을 지었다.
사또는 그 문장 솜씨에 탄복하여 풀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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