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숙종대왕 이야기 - 봄날에 개구리가 없어서......

難勝 2009. 3. 24. 04:41

  숙종대왕이 평복 차림으로 민정을 살피러 다니고 있었다. 

어느 곳에 가니 아주 작은 오두막집이 있는데, 그 집 문앞에

 "我歎長春無二蛙(아탄장춘무이와)"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도저히 그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주인을 찾아 들어가니,

아주 젊은 사람이 앉아 있는데, 방안에는 책이 그득했다.

 

  길 가는 나그네라 속이고 하룻밤 묵게 되었다. 

숙종대왕이 그 젊은 사람에게 물었다.

 

  "문장이 대단한데 어째서 과거를 보지 않는가?"

  "과거에 번번히 낙제해서 살림살이가 부쩍 줄었습니다."

  "특별 과거가 있다는데 응시하지 그러는가?"

  "저는 이제 과거를 보지 않을 작정입니다."

 

  무슨 곡절이 있구나 싶어 문에 붙은 글귀의 뜻을 물었다.

  "예, 다름이 아니오라 꾀꼬리와 딱따구리의 노래 시합 얘기입니다."

 

  젊은이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런 것이었다.            

 

 

 

꾀꼬리와 딱따구리가 서로 노래를 잘한다고 다투다가

결판이 나지 않자 부엉이한테 가서 판결을 받기로 했다.

 

딱따구리는 아무래도 꾀꼬리에게 질 것 같았다. 

그래서 개구리 두 마리를 잡아서 부엉이 한테 뇌물을 바쳤다. 

                



 

  부엉이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노래는 꾀꼬리가 더 잘하지만,

딱따구리한테 개구리 두 마리나 받아먹었으니

딱따구리 편을 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딱따구리가 잘한다고 판결을 내려 꾀꼬리가 지고 말았다. 

 

꾀꼬리는 나중에야 개구리 두 마리 때문에 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꾀꼬리가,

  "아탄장춘무이와(我歎長春無二蛙)"

  <나는 긴 봄날에 개구리 두 마리 없는 것을 탄식한다> 하고 푸념했다.

 

 

 

 

  얘기를 듣고 난 대왕은 과거를 꼭 보라고 권했고,

젊은이도 노인의 성의를 생각해서 과거장에 갔다. 

 

그런데 문제를 보니 '我歎長春無二蛙'였다. 

그 제목으로 글을 지으라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 구절이 어떤 내용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젊은이는 단번에 답안지를 써냈고 장원으로 급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