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한 마리가 지네의 다리를 보고는
도무지 믿겨지지가 않는 것이었다.
불가능해 보였다.
그 무수한 다리를 어떻게 움직일까?
먼저 움직여야 할 다리가 어느 것이고,
두 번째로 움직여야 할 다리가 어느 것이고,
세 번째, 네 번째로는 어떤 다리를 움직여야 할까?
저 무수한 다리를 어떻게 움직일까?
토끼는 어리둥절해서 지네에게 물었다.
"아저씨, 난 참 혼란스러워요.
아저씨가 그 무수한 다리를 어떻게 움직이는지
전혀 상상조차 못하겠어요.
만일 내가 아저씨처럼 무수한 다리를 가졌다면
어떻게 걸어야 할지 모를 거예요. 정말 당황할 거예요."
지네는 이제껏 그 문제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지네는 그것 때문에 한 번도 혼란을 일으켜 본 적이 없었다.
지네가 말했다.
"난 그걸 생각해 본 적이 없단다.
하지만 이제 그것을 생각해 봐야겠는 걸."
지네는 그 문제를 깊이 생각해 보았다.
지네는 난생 처음 그것을 의식하게 된 것이다.
지네는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 보았다.
아, 그 무수한 다리들!
지네는 깜짝 놀라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는 결국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