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의 복수
석존께서 사밧티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사자왕(獅子王)이 광야에서 코끼리왕과 싸워서 마침내 코끼리를 구이고 그 고기를 먹어 버렸다.
그러나 코끼리의 넓적다리뼈가 목구멍에 걸려서 숨이 막혀서 한참동안은 가사상태가 되었지만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그 때 나무위에서 참새 한 마리가 벌레를 잡아먹고 있었다.
밑에 있던 사자왕은 참새에게 부탁하였다.
『내 목구멍에 걸려있는 뼈다귀를 꺼내다오. 그 대신 이번에 먹을 것이 생기면 네게도 줄테니까.』
참새는 나무에서 내려와 사자왕의 입 속으로 들어가서 온 힘을 다 하여 그 뼈를 뽑아 주었다. 사자왕 은 덕분에 온전한 몸이 되었다.
그로부터 몇 일 지난 후의 일이다. 사자왕이 짐승의 무리를 습격하여 많은 먹이를 얻은 것을 알게 된 참새는 먼저의 약속대로 사자왕한테 가서 먹을 것을 조금만 나누어 달라고 했다.
그런데 사자왕은 앞서 약속한 것과 목숨을 살려준 것은 까맣게 잊은 듯이 참새를 비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자왕이다.
어느 놈이건 죽여서
고기를 먹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너는 건방진 놈이다.
내 입에 들어 왔다가
목숨이 붙어있는 것만도
고맙다고 생각하라.』
참새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작은 새에 지나지 않지만
죽는 것이 두렵지는 않다.
다만 왕이 은혜를 잊지 않고
약속을 지켜서
조금이라도 나누어 주면
죽을 때까지 원망하지도 않고
왕을 나쁘다고 욕도 안하겠다.』
그러나 사자왕은 결국 한 조각의 살점도 참새에게 주지 않고 먹을 만큼 마음껏 먹고 어디론지 가버리고 말았다.
『나는 저 사자왕의 목숨을 살려 주고도 오히려 경멸을 당하고 조롱을 받은 것이다. 이 분함을 풀지 않고서는 죽을래야 죽을 수 없다.』
참새는 이렇게 결심을 하고 줄곧 사자왕의 뒤를 따라서 날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때, 사자왕은 또 짐승을 습격하여 그것을 잡아먹고 실컷 배가 불러서 나무 밑에 곤히 잠이 들고 말았다. 나무위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던 참새는 사자왕의 이마에 날아 앉아서 힘껏 사자왕의 한 쪽 눈을 쪼았다.
사자왕의 한족 눈은 결단이 나고 말았다. 놀라서 잠을 깬 사자왕은 몸을 치떨며 일어나서 사방을 훑어 보았지만 아무것도 없다. 다만, 한 마리의 참새가 나무위에 앉아있을 뿐이다.
사자왕은 참새를 보고 울부짖었다.
『네 놈은 어째서 내 눈을 이 지경을 만들었느냐?』
그러니까 참새는 나무 위에서 재재거렸다.
『생명의 은혜를 갚기는커녕
오히려 나를 원수로 대하는 너
한 쪽 눈만은 남겨 놓았으니
이 은혜를 잊지 말아라.
짐승의 왕이라고 뽐내면서
은공을 모르는 너 따위에게
이 이상 왈가왈부 할 필요는 없다.
자, 이젠 이것으로 작별이다.』
이렇게 말한 참새는 어디로인지 날아가 버렸다.
<菩薩瓔珞經 第十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