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이
연체동물의 복족강(綱)에 속하는 중복족목(目)과 병안목의 몇 과(科)에 속하는 동물의 총칭. 우렁이에 관한 속담으로는 ‘우렁이도 두렁 넘을 꾀가 있다.’·‘우렁이도 집이 있다.’·‘우렁이 속 같다.’ 등이 있다.
처음 것은 미련하고 못난 사람도 제 요량은 있고 무엇 한 가지 재주는 있다는 말이고 둘째 것은 우렁이와 같은 미물도 그 집 즉 외각이 있는데 사람으로서 그 몸을 의탁할 집이 없다는 뜻이고 셋째 것은 속으로 파고들면서 굽이굽이 돌아서 헤아리기 어렵다는 뜻과 마음씨가 의뭉스럽다는 뜻이다.
우렁각시
우렁각시는 몰래 숨어서 남을 도와주는 사람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전래동화 우렁각시이야기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 이야기의 전문은 이러합니다.
아득한 옛날 옛적입니다.
한 총각이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총각은 날마다 들에 나가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좀처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총각은 나이가 서른이 되도록 장가를 못 갔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누구랑 먹고 살자고 이 힘든 농사를 짓지.' 총각은 논을 매면서 탄식을 했습니다.
"나랑 먹고 살지. 누구랑 먹고 살아?" 어디에서 이런 대답 소리가 들렸습니다. 총각은 깜짝 놀랐습니다. 푸념으로 하는 소리였습니다. 그런데 대답 소리가 들려오니 이상했습니다. 부근에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것 참 이상하다. 혹시 내가 잘못 들었나?'
총각은 자기의 귀를 의심하면서 다시 논을 맸습니다. 총각은 한참 일하다가 허리를 폈습니다. 하루 종일 허리를 구부려서 논을 매고 나니 허리가 몹시 아팠습니다.
'이 농사를 지어 누구랑 먹고 살려고 이러지?'
총각은 다시 푸념을 하였습니다.
"나랑 먹고 살지, 누구랑 먹고 살아."
대답 소리가 또 들렸습니다. 아까와 똑같은 소리였습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사람의 목소리가 틀림없는데 사람은 없으니.......'
총각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살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총각은 소리나던 곳으로 살금살금 가 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커다란 우렁이 하나가 있었습니다. 총각은 우렁이를 집어들었습니다.
'야! 그 우렁이 엄청나게 크기도 하구나!'
여태까지 이렇게 큰 우렁이는 보지 못했습니다.
'이 우렁이를 집으로 가져 가 길러야겠다.'
총각은 일을 마치고 우렁이를 집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총각은 우렁이를 물동이에 넣었습니다. 이튿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총각은 아침을 지으러 부엌으로 나왔습니다.
'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총각은 하마터면 놀라 외마디 소리를 지를 뻔하였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 한 그릇과 반찬이 상 위에 놓여 있는 게 아닙니까?
'그거, 참 이상하다. 누가 밥을 지어 놓았을까?'
총각은 머리를 갸웃거리며 밥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들로 나가 일을 했습니다. 총각은 아침밥을 누가 지었을까 하고 하루 종일 생각하였습니다.
총각은 저녁때에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 또 누가 밥을 지어 놓았네.'
아침과 똑같은 밥상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총각은 또 맛있게 밥을 먹었습니다.
그 뒤에도 누군가가 날마다 총각 몰래 밥을 지어 놓곤 했습니다.
'누가 밥을 짓는지 알아봐야겠다.'
총각은 어느 날 키를 덮어 쓰고 부엌 한편 구석에 숨어서 엿보았습니다.
점심때가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처녀가 물동이에서 나왔습니다. 처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밥을 지어 놓았습니다. 그리고는 물동이로 들어갔습니다.
'저 물동이 속엔 우렁이가 들어 있는데 처녀가 나오다니'
총각은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럼, 우렁이가 사람으로 변한 걸까?'
총각은 다음날도 엿보았습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물동이에서 처녀가 나와 밥을 지어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물동이로 들어가려고 하였습니다.
이 때 총각은 처녀의 치맛자락은 덥석 잡았습니다.
"여보시오, 나랑 같이 삽시다."
"이러시면 아니 됩니다. 때가 이릅니다. 나는 원래 하늘나라의 선녀인데 죄를 짓고 인간 세상에 내려왔습니다. 이제 당신과 인연이 닿아 여기까지 오게 되었지만 우리가 같이 살려면 좀더 기다려야 합니다. 몇 달 동안만 참으시면 당신과 함께 살게 될 겁니다. 그러나 그 기한까지 참지 못하고 살게 되면 슬픈 이별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 나를 놓아 주시고 기한이 될 때까지 참아 주십시오."
"몇 달 동안을 어떻게 참겠소. 그냥 같이 삽시다."
총각은 막무가내로 졸랐습니다. 처녀는 할 수 없이 총각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총각은 행복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총각이 갑작기 배가 아파서 들에 나갈 수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아내가 대신 들로 나갔습니다. 아내는 논가에서 물꼬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 때 고을 현감이 지나갔습니다. 아내는 얼른 풀 덤불 속에 숨었습니다.
"저 덤불 속에 무엇이 있어서 저렇게 빛이 서려 나오는지 가 보고 오너라."
현감은 이방을 불러 말했습니다. 정말 풀 덤불 속에선 이상한 빛이 났습니다. 이방은 덤불 속으로 달려가서 아내를 발견하였습니다.
"이런 미인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가. 사또께서 가 보고 오라 하시기에 왔으니 같이 가자."
"가서 보니 이 신 한 짝뿐이라고 말씀드려 주십시오. 저는 한 농부의 아내입니다. 남편이 아파서 대신 일을 나왔습니다."
미인은 이방에게 신 한 짝을 주며 애원했습니다. 이방은 딱한 사정을 듣고 헌신 한 짝을 들고 왔습니다.
"가서 보니 이것밖에 없었습니다."
이방이 현감에게 가서 아뢰었습니다.
"아직도 빛이 훤하게 나는데, 다시 가 보아라."
이방은 할 수 없이 미인이 있는 덤불로 갔습니다.
"이것밖에는 없더라고 말해 주십시오."
미녀는 은가락지 한 개를 빼어 주면서 또 애원하였습니다. 이방은 할 수 없이 은가락지 한 개를 들고 돌아 왔습니다.
"아니다. 아직도 저렇게 빛이 서려 나오고 있는데, 다시 가서 자세히 가서 살펴보아라."
이방은 또 미인이 있는 덤불로 갔습니다. 미인은 치마를 벗어 주며 부탁했습니다. 다음엔 저고리를 벗어 주었습니다.
현감은 계속 빛이 난다고 이방을 보냈습니다.
"사또께서 호령하신다. 이번엔 같이 가야겠다."
미녀는 할 수 없이 이방을 따라 나섰습니다. 미녀는 속옷만 입은 채로 현감 앞에 가 섰습니다.
현감은 미인을 보자 너무나 아름다움에 취했습니다. 현감은 미녀를 가마에 태웠습니다.
"아니 되옵니다. 저의 남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인은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습니다. 미녀가 타고 가는 가마에서는 빛이 스며 나오고 있었습니다.
집에 있던 남편은 아내가 오지 않자 찾아나섰습니다.
"내 아내를 못 봤습니까?"
남편은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봤습니다. 그러나 아내를 보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현감이 이리로 지나갔다는데 혹시 아내를 빼앗긴 건 아닌가?'
남편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감이 지나갈 때 앞 가마에서 이상한 빛이 나더라는 사람의 말을 듣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기한이 차기 전에 같이 살면 슬픈 이별이 있다고 하더니 그렇게 될 건 아닐까?'
남편은 아내의 말을 듣지 않은 걸 후회하였습니다. 남편은 관아로 달려갔습니다.
"사또님, 오늘 가마에 태워 온 그 여자는 저의 아내입니다. 돌려 주십시오."
남편은 아내를 돌려 달라고 애원하였습니다.
현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남편의 마음은 슬프고 분했습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온 남편은 땅을 치면서 울었습니다. 슬픔에 젖어 울다가 그만 피를 토하고 죽었습니다.
이 때 남편의 시체에서 한 마리의 푸른 새가 나왔습니다. 어디론가 날아갔습니다. 남편의 넋이 푸른 새가 되었습니다.
푸른 새는 아내가 있는 관아로 날아갔습니다. 관아에 붙들려 있는 아내는 현감 앞에서 거문고를 타고 있었습니다. 푸른 새는 관아의 보리수나무에 앉아서 슬피 울었습니다. 거문고를 타고 있던 아내는 새소리를 들었습니다. 푸른 새 소리에 맞춰 거문고를 탔습니다. 거문고 소리도 새소리만큼 구슬펐습니다.
푸른 새는 아침저녁으로 관아의 뜰로 날아가 보리수나무에서 구슬피 울었습니다. 아내도 푸른 새를 따라 구슬피 울었습니다. 음식도 먹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마침내 죽고 말았습니다.
아내도 죽어서 푸른 새가 되어 보리수나무에서 슬피 우는 푸른 새에게 날아갔습니다.
'푸드득──.'
두 마리의 푸른 새는 날개를 퍼득이며 하늘로 날아갔습니다. 멀리 높이높이 날았습니다.
두 사람은 죽어서 새가 되어 다정히 지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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