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모깃불 쐬며 귀신이야기 듣던 시절

難勝 2009. 8. 8. 04:13

 

 

모깃불 쐬며 귀신 이야기 듣던 시절..

옛날 얼마전 옛날의 이맘때쯤 밤......
모깃불은 풀내를 내면서 새 하얀 연기로 타 오르고
어른들은 간혹 불붙는 모깃불에 물을 뿜어 마른풀을 축이신다.

그 때는 TV도 없던 시절이니
그냥 와상이나 덕석에 둘러 앉아 별이나 세든지
마실 나온 동네 아주머니의 으스스한
납량특집을 예고도 없이 듣게 된다.
도깨비불을 봤다는 이야기나
누구 혼이 빠져나가서 혼불이 그 집 지붕위에 떠돌았다는 이야기
그러면 필시 삼일,
아니면 삼년안에 명을 달리한다는 이야기..
공동묘지에는 혼불이 너울거린다는 이야기..
그럴 듯하게 들리는 무서운 이야기였다.


그 옛날 밤..
하늘은 왜 그리 허공으로 뚫려 보이고
사방은 왜 그리 틔어 있는지...
어른들은 그런 얘기가 무섭지도 않은지
밤이 깊으면 목덜미에 땀띠 없애자고
차가운 물이 솟는 우물가로 간다.
어른들과 함께 가는 동안은 무서운 얘기도 잠시 잊게 된다.

숨을 안으로 몰아쉬게 하는 그 찬물에서
목욕을 하고 나면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이빨이 서로 다달거리며 부딪치는 정도가 되면
돋아난 땀띠가 다 사그러지는 듯 했었다.

그렇게 돌아오는 밤길에
반딧불이 좁은 도랑가의 돼지풀 위에서 날고 있다.
느린 반딧불을 호박꽃 속에 잡아 가두어 꽃등을 만들고 했다.

TV 없던 그 시절의 여름밤이면
어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며
우리들의 몸짓이 한 권 분량의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요즘의 도시 아이들..
그 옛날 모든 것들을 ‘특별히 날 잡아서 체험’하는
색다른 시대로 변해 버렸다.

그 때 TV 없던 시절의 우리들에게는
날마다 밤마다 일어나곤 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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