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한 원로 미술사가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회상조로 하신 말씀이 "평생 기억에 남는 감동적인 작품이 한 점만 있어도 그 전시는 훌륭한 전시였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셨다. 지금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에는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명화가 여러 점 선보이고 있다. 그중 하나가 고려불화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이다. 고려불화는 당대부터 유명하여 원(元)나라 문헌에 "화려하고 섬세하기 그지없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우리는 고려불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지금 고려불화라고 하는 것은 절집의 대형 벽화가 아니라 높이 2m, 너비 1m도 안 되는 아담한 크기의 채색 탱화(幀畵)들로 고려 귀족들의 원당(願堂)에 장식되었던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대부분 일본에 남아 있는 이 고려탱화들은 오랫동안 원나라 그림으로 잘못 알려져 왔는데 30여 년 전부터 한국과 일본 미술사가들의 고증으로 다시 국적을 찾게 된 것이다.
고려탱화는 현재까지 160점 정도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근래에 호암·호림·아모레퍼시픽·용인대 등 사설박물관들이 외국에서 사들여 온 7점이 모두 국보, 보물로 지정되었고, 미국과 유럽 박물관에 10여 점, 나머지는 일본의 사찰과 박물관에 있다.
고려탱화들이 일본으로 건너간 것은 당대에 수입해 간 것도 있고, 고려 말에 왜구들이 약탈해 간 것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화려하기 그지없다는 고려탱화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수월관음도이다. 보타낙가산의 금강대좌에 결가부좌하고 앉아 선재동자(善財童子)의 방문을 맞이하는 관세음보살을 그린 것으로 무엇보다도 그 복식의 표현이 압권이다. 아름다운 무늬를 금박으로 수놓은 붉은 법의(法衣)에 흰 사라를 걸친 모습인데 속살까지 다 비치게 그렸다. 곁에서 그림을 보고 있던 한 중학생이 "야! 웨딩드레스를 입은 것 같다"며 감탄하고 지나간다.
고려불화 '수월관음도'는 전 세계에 35점 있는데 이번에 출품된 것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소장품으로 그림 아래쪽에 공양하는 인물이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며,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것이다.
유홍준 명지대 교수·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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