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江湖)라는 말의 어원
혜능선사 문하의 양대산맥은 마조도일과 석두희천으로 마조선사는 강서지방에서 활동하고, 석두선사는 호남지방에서 활동한 것을 두고 강호라는 말이 나왔다.
중국에서 조사선을 융성하게 한 두 분은 바로 마조선사와 석두선사이다.
무엇보다 먼저 무림 고수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가 강호다.
이 낱말이 등장한 유래에 대해서는 그 원산지인 중국에서도 설이 분분하다.
불가에서는 법력이 높았던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이 지금의 장시(江西)에 살았고, 또 한 사람의 고승인 석두(石頭)대사가 후난(湖南)성에 머물렀던 시기를 말한다. 사람들이 덕 높은 스승을 찾아 장시와 후난을 오갔던 데서 강호란 말이 유래했다고 본다.
그러나 그에 앞선 장자(莊子)가 이 말을 그대로 사용했었다.
사람이 고단한 삶을 꾸려야 하는 육지에 상대되는 말로 강호를 설명했다. 두 마리의 생선이 물 말라가는 작은 연못에서 버둥거리다 결국은 넓은 강과 호수를 그린다는 새김이다. 속세의 먼지 같은 삶을 걷어내고 대자연의 삶으로 돌아가자는 말. 즉 세간(世間)의 것을 넘어서는 초탈의 꿈을 말했다.
한편으로는 중국 장사꾼의 정신적인 스승인 춘추시대 말기 범려와 연관짓는 사람도 있다. 그가 월(越)나라 구천을 도와 오(吳)를 물리친 뒤 벼슬자리를 마다하고 장사꾼 세계에 나아간 창업의 정신을 설파한 대목이다. 『한서(漢書)』에는 “(범려가) 이어 일엽편주에 올라타 강호로 나아갔다(乃乘扁舟, 浮江湖)”라고 적혀 있다.
강호가 지리적으로는 각각 장강(長江)과 동정호(洞庭湖)를 일컫는다는 말,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물고기가 사는 하천과 소택(沼澤)의 수원지를 가리킨다는 설명도 있다. 하지만 모두 그 말 자체의 어원과 유래로 간주하기는 힘들다.
이 말은 최종적으로는 ‘일반인의 삶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정착한다. 무협지의 협객들이 노력 끝에 무공을 닦아 악한들을 물리치는 곳. 그 밑바탕에는 선과 악이 혼재한 가운데 힘든 삶을 이어가는 민초들이 있는 곳. 대개 그런 뜻이다.
강호의 인상은 때론 긍정적이다. 대자연을 향하는 초탈의 정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해 돈 없고 ‘빽’ 없는 이는 서러움을 참고 견뎌야 하는 부정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전제적 황권(皇權)이 수탈을 자행했던 과거 중국 사회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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