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해설사 자료실

평창 백룡동굴 16일 개봉박두

難勝 2010. 7. 9. 21:48

 

 

평창 백룡동굴 16일 개봉박두  - 실제 나이 5억살, 속살 온도 18.4도


강원도 평창군 마하리에 살던 스무살 청년 정무룡. 1976년 그에게는 '동네 뒷산'이나 마찬가지인 백운산의 자그마한 동굴 끝에서 그는 주먹만한 구멍 하나를 발견했다. 구멍에선 냉기가 흘러 나왔고, 관박쥐가 드나들고 있었다.


뭔가 심상찮은 느낌을 받은 그는 즉시 탐험대를 꾸렸다. 대원은 네 명. 인근 마을에 살던 사촌 동생들이었다. 청년 탐험대는 정과 망치로 그 주먹만한 구멍 주변을 파기 시작했다.


꼬박 사흘이 걸렸다. 탄광에서 석탄 캐듯 구멍을 넓힌 끝에, 주먹만 했던 구멍은 사람이 들어갈 만한 크기로 커졌다. 탐험대가 기어 들어간 그곳에는 신천지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는 관청에 이 동굴의 존재를 알렸다. 3년 뒤, 동굴은 천연기념물 제260호로 지정됐다. 동굴이 자리한 백운산(白雲山)의 '백'자와 정무룡(鄭茂龍·54)의 '룡'자를 합쳐, '백룡동굴'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백룡동굴이 오는 16일 일반인에게 최초로 공개된다. 그 동안은 학술연구 목적으로만 극히 제한적으로 개방됐던 곳이다.


'최초' 타이틀은 또 있다.

백룡동굴은 국내 최초의 체험형 동굴이다. 탐사 복장에 장화, 안전모를 완전히 갖춰야 한다. 게걸음은 물론, 가끔은 포복으로 진흙투성이의 동굴 바닥을 기어야 한다. 조명시설도 없다. 의지할 빛이라곤 안전모에 달린 랜턴뿐이다. 왕복 1.5㎞를 오가야 비로소 세상의 빛을 다시 본다. 대신 그 빛의 공백 사이, 다른 동굴에선 느낄 수 없는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뿐인가.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동굴을 볼 수 있다. 빛과 편리함을 버리고 얻은 대가다.


백룡동굴은 그 동안, 여러 번 시끄러운 뉴스로 세상에 자신을 알렸다. 1991년 동강댐 건설계획이 발표된 이후에, 백룡동굴은 동강댐 건설 반대의 선봉장이었다. 댐이 들어서면 동강 옆 백룡동굴은 수장될 예정이었다. 환경단체는 "백룡동굴을 지키자"며 건설 계획에 반대했다. 1997년 '남근석'이라 불린 종유석이 잘려 외부로 반출된 사건은 동굴 보호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2000년 동강댐 건설 계획은 백지화됐고 2002년 남근석은 제자리를 찾았다.


올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깜깜한 동굴, 백룡동굴.

올핸 이 곳이 있어 더 시원하게 느껴진다.


탐사복 입고 동굴 속으로

출발지는 백룡동굴 생태체험학습장. 동굴 입구로부터 약 300m쯤 떨어져 있다. "동강 물길도 구경하고, 동굴 들어가기 전에 몸을 풀기 위해서"다. 실제로 진입로는 백운산 절벽과 동강 사이에 있다. 절벽 옆으로 철제 기둥을 세워 나무 계단과 통로를 설치했다. 길 위에서, 흰 구름 낀 백운산(白雲山)과 사행천(蛇行川) 동강이 또렷하다. 강 너머 영월이고, 능선 너머 정선이다. 그 사이 백룡동굴이 있다.


1일 생태체험학습장 앞 기온은 34.5도. 원피스형 탐사복과 무릎까지 올라오는 장화 차림으로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인 진입로를 지나자 온몸에 땀이 흥건하다. 그러나 길의 끝에서, 찬 공기가 몰려온다. 동굴 입구다. 그 너머 어둠이 웅크리고 있다. 여기서 안전모를 쓰고 헤드 랜턴을 켠다. 이제 본격적인 진입이다.


입구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두려움이 몰려온다. 어둠에 대한 본능적 공포다. 아직 등 뒤로 빛이 쏟아지고 있어도 헤드 랜턴으로 발 앞을 비추지 않으면 걸음을 내딛기가 어렵다. 축축한 땀이 식은 땀으로 바뀐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니 천천히 진입하라"는 박종일 동굴가이드의 말이 막힌 벽을 타고 울린다. 그러나 익숙해지는 건 눈이 아니라 랜턴의 방향을 운영하는 머리의 움직임이다. 빛을 놀리는 움직임에 익숙해질수록, 두려움이 물러가고 탐험가적 기질이 솟구친다.


동굴은 서서히 몸을 낮추며 아래로 깊어지다 철제 계단을 타고 경사를 급히 올렸다. 머리 위 큼직한 바윗덩어리에 랜턴의 불빛이 닿을 때마다 뭔가 영롱하게 빛난다. 박종일 가이드가 말했다. "꼭 은가루 같죠? 물방울이에요. 동굴을 일군 주역들이죠." 맞다. 물 없는 석회 동굴은 상상할 수 없다. 석회암의 주성분, 탄산칼슘은 이산화탄소와 물을 만나 녹는다. 물은 지상의 탄산칼슘을 녹여 땅속으로 파고들어 굴을 내고, 굴 속에서 다시 증발하며 탄산칼슘을 지하에 내놓는다. 그 물의 양과 방향, 함유된 성분에 따라 종유석, 석순, 석주 같은 다양한 생성물들이 형성된다.


그러나 '개구멍'에 이르기까지, 물의 움직임은 섬세하지 않다. 백룡동굴은 아직 거칠고, 속내를 온전히 보여주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1976년 전에 알려진 백룡동굴이다. 20대 청년 다섯 명이 사흘에 걸쳐 넓힌 개구멍을 지나야만 비로소 참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가 별천지

주먹만한 크기를 사람 크기로 넓혔대도, 여전히 개구멍은 작다. 입구에서 기다리는 어둠이 첫 난관이라면, 이 개구멍은 두 번째 난관이다. 몸을 완전히 눕혀 포복 자세로 기어가야 한다. 빨간 탐사복에 진흙이 묻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이 난관을 넘어서면 물의 현란한 손놀림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음의 높낮이를 표현한 듯한 피아노형 종유석을 비롯, 삿갓과 방패를 닮은 석주도 있다. '신의 손'이란 이름을 가진 유석도, 팝콘 같은 동굴 산호도, 얇고도 줄무늬가 확연한 베이컨 시트도, 레이스 달린 커튼도 거기 있다. 불빛으로 만지는 대부분의 돌이 기이한 괴물 같다. 그 모습이 괴기함을 바탕으로 하되 동화적 감수성이 충만한 영화감독 팀 버튼이나 종교적 감성을 지닌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를 닮았다.


물의 감수성으로 돌은 생명을 얻었다. 박종일 가이드는 "동굴에서 생물의 신진대사는 평소의 10분의 1 정도로 느려진다"고 말했다. 그 무성장의 시간 속에 확연한 건 돌의 성장이다. 생의 초기 단계는 종유관. 천장의 물방울이 고인 곳에서 자란다. 빨대처럼 길쭉한 모양에 속이 텅 빈 모습이 얇은 고드름을 닮았다. 그러다 물의 양이 많아지거나 이물질이 섞여 구멍이 막히면 종유석이 된다. 성장 속도는 1년 평균 0.2㎜. 그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받아 자라는 것이 석순이고, 오랜 시간 끝에 둘이 만나면 석주다. 유석은 동굴 벽을 타고 흐르는 물이 만든 작품이다. 이 돌의 대가족은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 속 가문의 천태만상을 닮았다.


백룡동굴엔 다른 동굴에는 흔한 조명 장치가 없다.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녹색 오염'을 경계해서다. 박종일 가이드는 "빛이 들기 시작하면 이끼류 등이 자랄 위험이 있다"고 했다.


다른 하나는 동굴을 탐험하는 듯한 느낌을 위해서다. 실제로 조명이 설치된 곳에서 한눈에 동굴 내부를 보는 것과 불빛으로 벽을 더듬으며 그 내부를 보는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꼭 헤드 랜턴의 빛으로 벽을 만지는 느낌이 있다.


그러나 조명이 없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빛 없는 온전한 어둠이다. 체험자가 다다를 수 있는 동굴의 끝은 대형광장. 정무룡씨가 처음 발견했을 때 '별세계'라 불렀던 곳이다. 여기서 가이드는 랜턴을 끄게 했다. 순간, 절대 암흑이 찾아온다. 눈앞에서 손을 움직여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토록 빛이 없는 공간은 처음이다. 본래 동굴의 공간이다. 그 암흑 속에서 드문드문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만 들려온다. 수억 년에 걸쳐 동굴을 제작해온 소리다. 다시 말해 본래 동굴의 시간이다.


완연한 동굴의 시공간을 경험하고 나면, 처음 입구에서 느꼈던 두려움 대신 경이감이 몰려온다. 이 경이감으로 동굴을 돌아 나오는 길이 경쾌하다. 때로 마주치는 포복이나 게걸음 역시 힘들다기보다 즐겁다. 그렇게 780m를 걸으면 다시 빛이다. 그 햇빛이 반갑고도 아쉽다. 장마철 끈적끈적한 습기와 한여름 뜨거운 햇볕이 만나 34.6도를 기록했던 지난 1일, 강원도 평창군 백룡동굴은 최저 18.4도를 기록했다.



◎ 백룡동굴 체험은 하루 9회 실시할 예정이다. 1회당 체험인원은 20명. 가이드가 동행한다. 현장에서 구매하거나 인터넷(www.maha.or.kr)에서 예약할 수 있다. 어른 1만5000원, 청소년 1만원.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 82. (033)334-7200~1


글=김우성 기자

영상= 이경호 기자

(조선일보 기사 펌)

'원주해설사 자료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원도의 시원한 동굴로 가자  (0) 2010.07.09
삼척 환선굴  (0) 2010.07.09
원주 치악산 입석사  (0) 2010.07.09
원주 영천사  (0) 2010.07.09
원주 치악산 보문사  (0) 2010.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