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렵(川獵)

천렵(川獵)

냇물에서 고기를 잡으며 즐기는 놀이로,

주로 여름철에 하며 남자들이 즐기던 피서법의 하나이다.

냇물이나 강가에 그물을 치고 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 먹으며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데 때로 농악이 따르기도 한다.

이맘 때 쯤이면,

동네사람 몇몇이서 고기 잡을 그물하고 솥단지 하나 챙겨들고 냇가로 천렵 가는 것으로 휴가를 대신 하는 철입니다.

물고기를 잡다 그대로 물에 풍덩 빠지면 수영장이 되고, 피래미며 붕어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서 밥도 말아 먹고 소주도 한잔 하고 나서 얼굴이 불콰해지면 노래도 한 곡조 뽑기도 하지요.

 

앞 내에 물이 주니 천렵을 하여보세

해 길고 잔풍하니 오늘 놀이 잘되겠다

벽계수 백사장을 굽이굽이 찾아가니

수단화(水丹花) 늦은 꽃은 봄빛이 남았고나

촉고를 둘러치고 은린옥척(銀鱗玉尺)후려내어

반석에 노구걸고 솟구쳐 끓여내니

팔진미 오후청(五候鯖)을 이 맛과 바꿀소냐

이 내용은 조선 헌종때 정학유(丁學遊)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4월령에 있는 천렵을 소개한 글입니다.

우리는 흔히 천렵(천렵)을 <주로 여름철에 남자들이 냇물이나 강가에 그물을 치고 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먹는 것>쯤으로 알고 있는데 위 농가월령가 4월령에서 보듯이 여름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며, 일반백성만이 즐겼던 것도 아닙니다.

태종실록 7년(1407)에 보면 임금은 완산부윤(完山府尹)에게 전지를 내려 회안대군의 천렵을 허락하도록 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왕실에서도 즐겼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물고기만 잡았던 것도 아닙니다.

1929년8월1일자 <별건곤 제22호>에 이진구씨의 <팔도기행문>을 보면「安州名物로는 도야지갈비 불고기지만 그것보담도 삼복중의 닭 川獵일 것이다」라는 글이 보입니다.

또,「청천강가에 천렵하는 안주의 녀름은 하로 동안에 죽어가는 닭의 수가 수백마리나 된다고 하니 한 녀름에 죽어내는 닭의 수가 얼마나 되겠는가」라는 말로 미루어 닭을 잡는 천렵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이든 닭을 잡든 천렵은 들로 냇가로 나가 이웃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누면서 시를 읊거나 노래를 부르면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낸 것이지요.

마지막 가는 이 여름, 천렵 한 마당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