問余何意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杳然去
別有天地非人間
왜 푸른 산에 사느냐고 물으시니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으나 마음만은 한가롭습니다.
복사꽃이 흐르는 물에 아득히 떠내려가니
인간세상 아닌 별천지입니다.
(李白 山中問答)
사람이 살지 않는 ‘산중(山中)’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뜻하는 ‘인간(人間)’의 상대적 개념,
거기에 인간세상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인 문(問)과 답(答)을 대비시킨 것이야말로 모순이라면 모순,
창녀에게 순결이 무어냐고 묻는 장난기가 도를 넘어 자조와 자학으로 치닫고 있음을 본다.
먹고사는 욕망을 추구할 하등의 필요나 당위가 없는 산중에서, 사는 이유를 묻는 덜 떨어진 놈에게 진지하게 답할 필요가 없어서 그냥 웃고 말았더니 마음이 절로 한가로워지더라는 지독한 경멸이 바로 ‘소이부답심자한(笑而不答心自閑)’이다.
‘산’이 이상향이라면 ‘한’은 그걸 추구하는 심정적 태도를 말하고 ‘간’은 피할 수도 부인할 수도 없는 현실 인식, 그걸 복숭아 꽃잎이 물위에 떠 흘러가듯 자연스레 꿰맞춘 표현이다.
낙천적이고 호방했던 이백에게 있어서 별천지(別天地)는 인간과 무관한 선경(仙境)이 아니라 ‘비인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人間’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갈등과 고뇌를 벗어나는 지름길은 ‘非人間’, 그걸 추구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따지고 보면 그가 술을 좋아했던 것도 알콜 중독자들처럼 술 그 자체를 좋아했다기보다는 맨 정신으로는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여이동소만고수(與爾同消萬古愁)! 저 유명한 ‘장진주(將進酒)’의 끝을 “그대와 함께 만고의 시름을 삭여보리라”고 맺은 것도 인간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시름을 술로써나마 달래보자는 게 아니었던가?!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이면서도 ‘비인간’을 지향했던 이백이야말로 진짜 휴머니스트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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