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한국 불교 속담

難勝 2010. 12. 1. 04:28

한국 불교 속담

 

불교는 한민족의 종교적 문화적 지주였고, 우리의 희망 기쁨 한과 고난을 같이 해왔다.

금수강산 어딘들 마을 뒷산 깊숙히 아늑하게 자리잡은 절이 없는 곳 있던가.

절과 절에 사는 승려들, 그리고 마을에 사는 민초들을 둘러싼 관계에서 수많은 불교속담이 나왔다.

 

유교나 기독교의 역사도 짧지 않건만 그들의 속담이 별무함은 무슨 연유일까?

짧은 속담에 시절의 사고, 풍습, 민초들의 애환이 녹아있다.

 

불교속담의 유래

 

불교속담은 거의 불교를 깎아 내리려는 의도에서 나온 속담이다. 조선조 억불(抑佛)의 칼바람속에서 어떻게 우리 불교가 소생했는지 기이할 정도다. 그러나 속담은 당대 현실의 거울일 뿐이다. 폐불(廢佛)의 시대상을 한번쯤 짚고 넘어가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스님이 칠반천역(七般賤役)중의 하나였던 암울한 시대의 사회, 문화, 역사적 지형도를 짚어 보자.

 

◆중이 고기값 낸다

당치도 않은 추렴을 하게 됐을 때 쓰는 말이다. 육식을 금하는 스님더러 고기값을 내게 한다. 시니컬리즘에는 폄불(貶佛)의 은유가 숨어 있다.

 

◆부처님 가운데 토막

사람이 아주 점잖고 온순할 때 하는 소리다. 이상하게도 중자 돌림의 속담은 냉소주의로 가득차 있는데 그래도 부처돌림의 속담은 약간 비켜 간다. 차마 부처님에게 까지 어깃장을 놓기는 좀 그런가 보다.

 

◆부처머리에 똥칠하기

흔히 불두착분(佛頭着糞)이란 성어로 더 잘 알고 있는 속담이다. 잘 된 일에 먹칠을 한다는 겸사의 의미로 쓰인다. 특히 책 머리글에 선학(先學)의 학문에 먹칠하지나 않을까 한다는 상투어로 종종 쓰였다. 그런데 똥이란 비어가 거슬렸는지 점잖게 불두착분으로 자리잡았다.

 

◆부처의 얼굴에 마귀의 마음씨다

겉으로는 착한 척하지만 속은 마귀처럼 못되었다는 의미다. 한자로는 불면귀심(佛面鬼心)이라 해서 심심치 않게 통용되고 있다.

 

◆말은 부처님인데 마음은 독사다

말은 좋게 하지만 속마음은 아주 나쁘다는 이야기. 불구사심(佛口蛇心)이란 한자어도 많이 쓰이니 알아 두면 좋다.

 

◆선왕재(善往齋)지내고 지벌입는다

잘되라고 한 일이 오히려 화를 입게 되었다는 말이다. 선왕재를 지내고 나서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모든 죄를 선왕재에 뒤집어 씌웠을 것이다. 당연히 좋은 일만 생겨야 하는데 어불성설이라는 이야기다.

 

바로 문제는 당연히 좋은 일이 생겨야 한다는 마음이다. 아마도 선왕재가 유달리 기복적이었을 것이다. 여기에는 염불보다는 잿밥에 눈독을 들인 스님들도 한몫 거드셨을 것으로 보인다.

 

◆눈치가 빠르면 절에 가서도 새우젓을 얻어먹는다.

눈치 빠른 사람은 안될 일도 되게 한다는 이야기다. 이른바 눈치주의를 찬양하는 대표적 속담이다. 어울릴 수 없는 절간과 새우젓을 들먹거려 눈치빠른 심성을 추켜올리고 있다.

솔직히 절간에 새우젓이 있을까. 염불에 잿밥처럼 절간에도 새우젓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 법. 방편지도로 새우젓을 썼을수도 있을 것이다. 연구해볼 대목이다.

 

◆중은 중이라도 절모르는 중이다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데 모를 경우 하는 속담.

 

◆돈만 있으면 염라대왕 문서도 고친다

돈이 있으면 생사를 결정하는 염라대왕의 생살부도 고칠수 있다는 속담.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린다는 속담과도 일맥상통한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자기 일은 자기가 못한다는 이야기다. 원래부터 세상사는 인인성사(因人成事)였다. 남의 인연에 기대 일이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독불장군이란 없다. 다만 그런 것처럼 착각할 따름이다. 독불장군이란 혈기방장한 젊은 시절에나 가당한 말이다. 서로가 서로의 머리를 깎아주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 스님의 삭발은 불가(佛家)의 장엄의식이다.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눈독을 들인다

불교의 속담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속담일 것이다. 해야 할 일에는 신경쓰지 않고 잇속이나 챙기려는 심보를 빗댄 말이다. 염불과 잿밥의 함수관계는 언제나 골치아픈 것이었다. 이 방정식을 제대로 풀지 못하면 망신살이 뻗치기도 한다. 지금도 절집에서 유효한 속담이다.

 

◆노는 입에 염불하기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이 있는 것보다는 무어라도 하는게 낫다는 이야기.

 

◆비맞은 중놈 중얼거리듯

추레한 모습으로 남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소리로 중얼거리는 모습을 이른다. 이전에 스님들은 너나없이 탁발을 했다. 그러다보니 여기 저기 돌아다녔을 것이다. 당연히 비도 맞았을 것이다. 비를 맞고도 탁발은 해야 하니 속인이 보기에 볼썽사나왔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억불시대의 초상화다.

 

◆마음에 없는 염불

형식만 차리지 무성의한 행동을 빗대서 이르는 말. 사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마음에도 없는 염불이 얼마나 많은가. 진실이 담기지 않은 수사와 궤변은 금세 들통이 나게 마련이다. 잿밥이 눈에 안차면 염불도 대충대충했을 것이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절집 풍광은 그리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염불 못하는 중이 아궁이에 불을 땐다

사람이 무능하면 분수에 넘치는 일을 하지 못한다. 제 능력에 맞는 일을 찾아서 하게 되어 있다. 아궁이에 불때는 소임을 절간에서는 불목하니라고 했다. 대개 행자나 처사가 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간혹가다 보면 법랍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스님이 불을 때는 경우가 있다. 잘 알아서 제 자리를 찾은 것이다. 이것도 지혜와 통찰이 없으면 하지 못한다. 사람의 소임은 모두 위대한 것이다.

 

◆부처 밑도 기울이면 삼거웃이 드러난다.

아무리 훌륭해 보이는 사람도 들추어 보면 결점이 다 있다는 이야기다. 삼거웃은 삼껍질을 다듬을 때 나오는 삼검불이다. 불상을 소상(塑像)으로 만들 때 터지지 말라고 진흙과 한데 섞어 쓴다. 오히려 볏짚보다 훨씬 질기고 튼튼하다.

불상의 보이는 부분은 개금단청을 해도 밑부분은 대충대충 마무리한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불상을 옮겨 보면 바닥에 삼검불이 쌓였을 것이다. 언제 이런 것을 보았을까. 귀신 뺨칠 속담이다.

 

◆절에 간 색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라는 뜻이다. 절에선 잘 알다시피 스님이 왕인데 하물며 속가의 색시라면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아마도 절에 간 색시라면 사연과 곡절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이를테면 아이를 낳지 못했다거나 소박 출송(黜送)을 당했거나 할수도 있을 것이다.

 

바스티유 감옥같은 조선시대에 고난과 절망의 인생들이 절 아니고는 어디서도 숨조차 쉴수 없었다. 그래서 집이 없으면 절에 가서 기댔다. 당시 절은 인간생명의 비상구같은 곳이었다. 절에 간 색시는 구원과 희망의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절까마귀도 삼년이면 염불한다

늘 보고 들은 일은 누구든 할수 있다는 이야기. 서당개 3년과 스토리가 같으나 대상이 까마귀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까마귀는 흉조(이웃 일본에선 반대로 길조)라서 마을에서 살기 쉽지 않다. 하지만 절에선 뭇 생명을 다 거두어주니 자연히 까마귀도 깃들어 살았을 것이다.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 것인가.

 

◆절간 쥐같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일러 하는 말이다. 절간에서는 쥐를 잡지 않았기 때문에 쥐들이 사람무서운 줄을 모른다. 그러다보니 마구 설치고 난리법석을 떨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그런지는 모른다

 

◆절도 모르고 시주한다

영문도 모르고 돈을 썼다는 말이다. 상주도 모르고 곡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실은 절도 모르고 시주하는게 진짜다.

 

불가, 사찰등에서 유래한 듯한 속담

 

1. 절집 벼슬은 닭벼슬 보다 못하다; 주지등을 하는 것보다 수행에 정진하라

2. 절 싫으면 중이 떠난다; 중은 언제라도 바랑하나 짏어지고 떠나니, 운수행자

3. 떠나는 중 뒤 돌아보지 않는다; 미련없다

4. 들 중은 소금 먹고 살고,산 중은 나물 먹고 산다; 남 간섭말고 분수데로 살아라

5. 벼룩 서말은 몰고가도, 중 열명은 못 끌고간다; 승려들의 개성이 강함

6. 큰스님 밑에 좋은 상좌 안 나온다

7. 가는 사람 잡지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다

8. 상좌가 많으면 가마솥 깨뜨린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9. 염불 못하는 중이 아궁이에 불 땐다; 뭣이든 기술이 있어야 대접 받는다

10. 스님 나이는 출가적 나이

 

일반 불교속담

1. 공든 탑이 무너지랴

2. 노는 입에 염불하기

3. 여자의 시앗은 돌부처도 돌아 앉는다; 여자들 시기심이 심하다

4. 돌부처도 꿈쩍인다; 지렁이도 밣으면 꿈틀한다

5. 비 맞은 중 염불하듯; 혼자서 중얼중얼함

6.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다

7. 부처님 가운데 토막; 마음이 어질고 착한 사람

8. 지옥에도 부처가 있다; 어려울 때 도와 줄 사람은 있다

9. 절에 가서 빗장사 한다; 불가능한 일

10. 급하면 부처님 다리 안는다; 미리 신앙을 가져야 뒷탈이 없다

11. 중이 고기맛 들이면 빈대 하나 안남는다

12. 내가 중이 되니 고기가 천하다; 필요할 때 없더니 불필요하니 흔하다

13. 모르는 게 부처; 모르는 게 약

14. 건너다 보니 절터; 아무리 욕심내고 노력해도 안된다

15. 가을 중 싸대듯한다; 무척 바쁜 모습; 추수기에 시주를 확보해야 하기에

16. 늦 모내기에는 죽은 중도 움직인다; 모내기에는 무척 바쁘다

17. 집도 절도 없다; 갈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