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차 한 잔
푸른 물 찬 솔
달은 높고 바람은 맑아
향기소리 깊은곳에 차 한잔 들게
차 마시고 밥먹는게
인생의 일상삼매 소식이니
이 소식을 알겠는가?
- 경봉스님 -
차를 마시는 행위에는 현대적 삶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세 가지 특징이 깃들어 있습니다.
우러남, 맑음, 그리고 멈춤이 그것입니다.
차가 우러나는 과정, 맑은 차를 대하는 과정, 차를 마시기 위해 순간순간 동작을 멈추는 과정이 다도의 전체적인 사이클을 형성합니다.
차가 우러나는 걸 기다리는 과정, 다시 말해 차를 우려내는 과정은 내면적 고해의 시간을 닮아 있습니다.
맑게 우러난 차를 대하는 과정은 한없이 정화된 진자아(眞自我)를 마주하는 시간을 닮아 있습니다. 그리고 차를 마시기 위해 중간중간 동작을 멈추는 과정은 자아를 돌아보는 과정을 닮아 있습니다.
그러니 초의선사와 추사 김정희와 다산 정약용이 어찌 다선일미와 다선삼매를 공감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맑게 우러난 차 한잔을 마신다는 건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자아를 우려내고 자아와 마주 보고 자아와 합일하는 과정이 차를 마시는 행위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런 내재성 때문에 전통차를 마시는 과정이 번거롭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천만의 말씀. 그 정도의 정화된 습관은 우리의 일상이 대부분 중독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감안하면 참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 할 반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차를 마시는 여유, 인생을 맑게 마시는 삼매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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