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통영 달아공원 - 일몰과 일출을 함께 보는 곳

難勝 2010. 12. 20. 19:14

 

 

통영 달아공원

 

일몰과 일출 감상. 연말연시 여행에 빠져서는 안 될 단골 테마이다. 똑같은 장소에서 일몰도 보고 일출도 볼 수 있는 곳, 어디에 그런 곳이 있을까? 경남 통영시 미륵도 남단의 달아공원이라면 가능한 이야기이다.

 

연말에 달아공원에 가서 일몰을 만나려면 오후 4시부터, 일출을 감상하려면 오전 6시 30분부터는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것이 좋다. 해가 수평선으로 넘어가는 동안에 펼쳐지는 빛의 잔치, 해가 수평선으로 오르기 전에 전개되는 빛의 향연을 느긋하게 맛보려면 그처럼 여유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

 

겨울철, 해발 57.3m의 달아공원 전망대에서 보면 저녁 해는 두미도 왼편으로 지고 아침 해는 통영수산과학관과 이에스리조트 뒤편에서 떠오른다. 이곳에서의 해넘이와 해돋이가 아름다운 이유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풍경화의 소품 구실을 제대로 해주기 때문이다. 달아공원 앞에는 서쪽에서부터 동쪽으로 쑥섬, 곤리도, 가마섬, 사량도, 남해도, 대장두도, 소장두도, 유도, 저도, 학림도, 송도가 떠있고 그 뒤로는 추도, 만지도, 연대도 등이 보인다.

 

이보다 훨씬 먼 수평선 위로는 두미도, 상노대도, 욕지도, 연화도, 연대도, 비진도, 대매물도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한정식의 12첩 반상을 능가하는 상차림이 그 바다에 펼쳐져 있어 일몰과 일출의 교향곡을 감상하는 여행객들은 끼니를 건너뛰어도 배가 고프지 않다. 섬과 섬 사이로 고깃배와 여객선들이 지나며 빚어내는 물보라의 궤적 또한 감동적인 여운을 안겨준다.

 

이처럼 통영 바다에는 가슴 벅찬 조망의 즐거움과 신선한 기운이 넘쳐나서 시인 유치환·김춘수, 화가 전혁림, 작곡가 윤이상, 시조시인 김상옥, 소설가 박경리 선생 등의 예술적 자양분을 마련해주지 않았는지 짐작해본다.

 

 

통영반도에서 충무교나 통영대교를 건너면 미륵도. 달아공원은 미륵도 남단에 자리 잡고 있다. 편의점을 겸한 커피숍 앞 주차장에 차를 대고 비스듬한 언덕길을 오르면 바다를 보기에 좋게끔 세워진 정자 '관해정'을 지나고 달아공원의 달아전망대에 닿는데 그 거리가 불과 100여m에 지나지 않는다. 관해정 길목에서 달아전망대가 놓인 달아공원 정상부를 보면 마치 제주도의 자그마한 오름처럼 생겼다.

 

목재데크로 둥그렇게 만든 달아전망대에서는 사진 안내판을 찬찬히 훑어볼 일이다. '저 멀리 보이는 섬들은 어떤 섬일까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섬들'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주변 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대조해보는 과정이 바다를 내려다보는 재미를 살려준다. 이곳이 간첩 침투 지역이었음을 알리는 안내판에도 눈길이 간다. 1973년 12월 잠수정이 침투하고 복귀한 사건 현장이었으며 1974년 2월에는 여간첩 채수정이 침투한 지역이라는 사연이 기록돼 있다.

 

달아공원의 달아전망대는 일출보다 일몰 때 더욱 붐빈다. 아침형 인간보다는 저녁형 인간이 더 많은 것이 우리네 세상살이인가 보다. 때로 전망대가 비좁을 정도가 되면 여행객들은 울타리 너머로 밀려나간 채 디지털 카메라와 핸드폰 카메라를 손에 들고 나름대로 한 점의 작품 사진을 건지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왜 '달아공원'인지 지명 유래도 궁금하다. 해는 물론이고 달밤의 은파를 보기에도 좋기에 그런 것인가. 지형적 유래와 역사적 유래 등이 전해진다고 통영의 향토사학자들은 설명한다. 먼저 지형적 유래를 보면 달아마을 뒷산인 굴암산의 동굴 앞 바위가 코끼리를 닮아 달아공원의 지형이 상아에 비유되어 유래하였다고 한다. 다음으로 역사적 유래로는 임진왜란 당시 '아기(牙旗)를 꽂은 전선(戰船)이 당포에 도달(到達)하였다'고 해서 달아(達牙)라고 이름지어졌다는 것이다. 아기란 장군의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 깃대 끝을 상아로 장식한 호화로운 깃발을 말한다. 또 옛 가야 지역에 산재한 다라(多羅)계의 지명에서 유래된 토박이 지명인 '다라', '다래'를 음차 표기한 한자 지명이라는 설도 있다. 이 가운데 현지 사람들은 코끼리 이빨을 닮았다는 지형유래설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다. 오늘날에 와서는 '달구경하기 좋은 곳'이라는 해석도 널리 통용된다.

 

일몰과 일출 감상을 즐긴 뒤에는 저녁 식사나 아침 식사를 해야 하는데 인근 바닷가의 횟집들을 찾아도 좋고 통영클럽이에스리조트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루나피에나(055-644-4600)를 이용해도 무난하다. 저녁 식사로는 스테이크, 스파게티, 파스타 등을 맛볼 수 있으며 아침 식사로는 1만원짜리 양식뷔페(예약자는 9000원)가 마련된다.

 

기왕 통영으로 일몰과 일출 감상여행을 갔다면 낮에는 통영시티투어(055-644-5464)를 이용해본다. 통영 토박이인 여행길라잡이 박정욱씨가 손님들을 안내한다. 매일 오전 8시 30분 항남동의 강구안을 출발, 여객선을 타고 한산도로 건너가서 제승당을 답사하고 개별적으로 점심식사를 한 다음 삼도수군통제영관아였던 세병관과 향토역사관을 들른다.

 

이어 옻칠미술관(화·수·목)이나 전혁림미술관(금·토·일)을 관람하고 마지막으로 미륵산 케이블카에 탑승, 상부정류장 전망대나 미륵산 전망대에서 한려수도와 통영시내를 살펴보고 오후 4시 30분에 여행을 마치는 일정으로 짜여져 있다. 요금은 여객선 승선료, 유적지 입장료, 옻칠미술관 입장료, 케이블카 탑승료 포함 어른 3만5000원, 어린이 2만5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