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내음 가득한 과메기에 반하다, 경북 포항
위 치 :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포항은 두 얼굴을 가진 도시이다.
포항시가 처음 보여주는 얼굴은 ‘영일만 신화’라 불리는 근대 산업화 주역으로서의 포항이다. 잘 정돈된 도심을 따라 쭉쭉 뻗어 올라간 아파트와 빌딩숲, 제철산업의 대표인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 현대과학을 이끌어갈 인재들의 요람 포항공대와 첨단과학연구시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연구단지 등이 있다. 하지만 시가지를 지나 구룡포 바다로 나가면 포항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어촌풍경을 보여준다. 특히 11월말부터 2월까지는 온통 과메기천국이다. 차가운 해풍에 과메기를 말리기 위해서이다.
▲ (좌) 바닷바람에 마르고 있는 과메기 (우) 깨끗하게 손질되어 손님을 기다리는 과메기
구룡포는 한반도가 동해를 향해 툭 불거져 나온 장기반도에 자리하고 있다. 장기반도의 최동단인 일출명소 호미곶에서 경주방향 해안도로를 따라 내려가면서 바닷가는 온통 과메기덕장이다. 구룡포에 이처럼 많은 과메기덕장들이 있는 것은 구룡포 지역 일대가 차가운 북서풍과 바닷바람이 다각적으로 교차되는 곳이어서 온도, 습도, 바람 등의 건조조건이 최적인 구룡포가 과메기를 만들기에 제격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하나 이유는 청어가 많이 잡히던 곳이라는 것.
과메기는 원래 청어를 새끼줄로 엮어 동해의 겨울 찬바람에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꾸덕꾸덕 말려진 것을 말한다. 지금처럼 꽁치가 청어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은 1960년대 이후 청어가 잡히지 않으면서부터이다. 아직도 옛 맛을 찾는 포항사람들은 청어과메기만을 고집한다. 하지만 외지사람들에겐 청어보다 비린 맛도 덜하고 고소한 꽁치과메기가 더 입에 맞는다.
과메기 말리는 방법에 따라서도 비린맛과 고소한 맛이 달라진다.
예전 청어를 말릴 때는 잡은 생선 그대로를 지푸라기에 엮어 바닷바람에 말려먹었다. 그렇게 하면 내장안의 기름과 맛이 몸통 안으로 스며들어 독특한 풍미를 가지게 된다. 이것은 청어잡이를 하던 선원들이 반찬으로 먹기 위해 선창 지붕위에 던져두거나 지푸라기로 엮어 선창에 걸어두었다 먹던 것에서 비롯된 방법이라 한다. 요즘은 통째 말리는 것보다 생선을 반으로 갈라 뼈와 내장을 빼고 말리는 ‘배지기’를 더 많이 사용한다.
이렇게 말리면 비린내가 덜한 것은 물론 보름은 말려야 먹을 수 있던 꽁치를 사나흘이면 먹을 수 있다. 먹는 사람에게도 편리하다. 머리 쪽에서 꼬리 쪽으로 얇은 껍질을 벗겨 내기만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것. 그래도 남아있는 과메기의 비린 맛이 싫다면 초고추장이나 쌈장을 찍어 생미역, 쪽파, 배추, 마늘, 고추와 함께 싸먹으면 된다. 비린 맛은 미역과 배추가 감춰주니 입 안 가득 고소하고 쫄깃한 과메기 맛이 느껴질 것이다.
▲ 짚으로 엮어 말리고 있는 통과메기
길을 따라 구룡포 과메기 덕장들을 돌아보다보면 심심찮게 ‘원산지 북태평양’이라는 표식을 볼 수 있는데, 한해 6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과메기를 일일이 앞바다에서 잡아 충당하기 어렵고, 찬 바다에서 자란 꽁치가 적당히 지방을 가지고 있어 좀 더 맛있는 과메기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원양어선이 신선도를 지키기 위해 급랭 운반해온 꽁치를 손질해 사용하는 것이라 신선도에도 문제가 없다고. 그렇다면 이 많은 과메기는 어떻게 유통되는 것일까. 이 궁금증은 포항시가지에 자리한 죽도시장에서 풀 수 있다.
동해안 최대 재래시장인 죽도시장은 이른 새벽부터 포항사람들의 활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저마다 싱싱한 활어를 싸게 구입하고자 노력하는 공판장, 낙찰 받은 물고기를 가지고 상점으로 이동하는 사람들, 원하는 물건을 구하지 못해 동동거리는 상인들…. 다양한 삶의 모습을 지켜보며 새롭게 한해를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 죽도시장이다.
그런 이곳을 대표하는 겨울산물은 뭐니 뭐니 해도 과메기이다. 포항과메기들이 모두 모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과메기상점들이 있다. 이 많은 상점들에 있는 과메기를 누가 다 소비하는 것일까. 그 궁금증에 돌아온 대답은 “이곳에서 직접 팔려나가는 과메기도 있지만 택배를 통해 전국으로 팔려나가는 것이 더 많다”이다. 교통의 발달이 전국의 특산품 판매 흐름도 바꾸어놓았음을 알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시장에는 과메기는 물론 국제협약에 따라 포경업이 금지된 뒤로 좀체 맛보기 어려워진 고래고기, 길이 1m의 타원형 물고기 개복치 등 포항의 별미들이 즐비하다. 건어물시장과 활어회시장 등 없는 것도 없다. 활어회시장에서 싱싱한 횟감을 사들고 인근 식당으로 가 맛있는 회와 시원한 매운탕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장점. 모든 식당에서 과메기를 먹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1월, 포항을 찾는다면 호미곶 일출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반도 남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호미곶은 조선 명종 때의 풍수지리학자 격암 남사고가 “우리나라의 지형상 호랑이 꼬리에 해당되는 곳”이라고 밝힌 천하 명당이다. 매년 1월1일 호미곶 해맞이광장에서는 대형 떡국을 끓여 관광객과 함께 먹으며 새해 인사를 나누는 해돋이축제가 열렸으나 올해는 구제역으로 인해 취소되었다.
▲ 호미곶 상생의 손
이곳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26.4m 규모의 호미곶 등대와 국립등대박물관이 있다. 1903년 12월에 처음 불을 밝힌 호미곶 등대는 10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불을 밝힌 채 해상을 오가는 배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등대 뒤로 우리나라와 해외 여러 나라의 등대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박물관의 모습이 보인다. 지난 1985년 문을 연 이 박물관에서 가장 흥미로운 곳은 ‘등대지기’라 불리는 등대원들의 생활상을 디오라마로 재현해놓은 등대원 생활관이다.
등대가 대부분 무인등대로 바뀌면서 이제는 사라진 60~70년대 등대지기들의 생활모습이 그대로 재현돼 있다. 20세기 초 등대의 불을 밝히기 위해 사용하던 석유등과 유리렌즈 등명기 등 각종 유물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고 관람료는 무료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 국립등대박물관 해양생태관과 호미곶등대
해맞이 광장의 번잡함이 싫은 사람은 남구 장기면 읍내리 영일장기읍성으로 가면 좋다. 동악산 줄기를 따라 동서로 긴 마름모꼴을 하고 있는 읍성 위로 올라서면 너른 들과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 아래 바다를 뚫고 솟아오르는 일출도 장관이다.
▲ 영일장기읍성 성곽풍경
<여행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포항시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phtour.ipohang.org
- 국립등대박물관 : www.lighthouse-museum.or.kr
○ 문의전화
- 포항시청 문화관광과 054)270-2371
- 죽도어시장상인회 : 054)247-0180
- 국립등대박물관 : 054)284-4857
○ 대중교통 정보
[ 버스 ]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포항, 하루 29회 운행, 4시간40분 소요
광주고속버스터미널-포항, 하루 4회 운행, 4시간 소요
마산고속버스터미널-포항, 하루 5회 운행, 2시간 10분 소요
선산(하)휴게소-포항, 하루 25회 운행, 1시간 40분 소요
* 문의 :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www.kobus.co.kr
[ 비행기 ] 김포-포항 대한항공 3회 운항, 1588-2001, kr.koreanair.com
아시아나항공 2회 운항, 1588-8000, flyasiana.com
○ 자가운전 정보 : 주요 도시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
[서울-대구-포항]
대구포항고속도로 포항IC → 포항 시내, 31번 국도 구룡포 방향 → 죽도시장 → 포스코 → 포항공항 → 병포리, 925번지방도 호미곶 방향 → 호미곶~도구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장기반도 해안도로
[광주-포항]
호남고속도로 고서분기점 → 88올림픽고속도로 담양방향으로 진입 → 금호분기점,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진입 → 경부고속도로 도동분기점, 대구포항고속도로 포항방향 진입 → 포항IC → 포항 시내, 31번 국도 구룡포 방향 → 죽도시장 → 포스코 → 포항공항 → 병포리, 925번지방도 호미곶 방향 → 호미곶~도구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장기반도 해안도로
○ 숙박정보
- 칠포파인비치 : 흥해읍 칠포리, 054)262-5600, www.pinebeachhotel.com
- 설록모텔 : 죽도2동, 054)277-0208, www.sulrok.com
- 죠이비즈텔 : 두호동, 054)242-3355, www.joybiztel.com
○ 식당정보
- 삼거리식당 : 장기면 양포리, 아구탕, 054)276-0229
- 새포항물회 : 대신동, 물회, 054)241-2087
- 경희상회 : 죽도시장, 과메기, 054)244-9410
○ 이색체험 정보
포항공대(POSTECH) 안에 포항의 첨단과학기술을 만날 수 있는 포항방사광가속기연구소(054-279-1050, pls.postech.ac.kr)와 로보라이프뮤지엄(054-279-0425, www.robolife.kr이 자리하고 있다. 방사광가속기연구소는 X선보다 짧은 파장을 가진 방사광을 연구하는 곳으로 반드시 안내자의 안내에 따라 돌아봐야한다. 때문에 연구소 견학은 예약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
포항지능로봇연구소 1층에 위치한 로봇 체험 전시관인 로보라이프뮤지엄에도 들러볼 것.
○ 주변 볼거리 : 사방공사기념공원, 포스코역사관, 오어사, 보경사, 경상북도수목원
'그곳에 가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전 뿌리공원 - 조상의 뿌리를 찾아서 (0) | 2011.03.05 |
---|---|
[스크랩] 황토와 갯벌이 빚어낸 오색진미가 있는 무안 (0) | 2011.01.14 |
[스크랩] 선자령 눈꽃길에서 동해를 굽어본다 (0) | 2011.01.10 |
[스크랩] 눈꽃을 찾아 무주 덕유산을 간다 (0) | 2011.01.08 |
[스크랩] 고성 화진포의 겨울을 찾아가는 길 (0) | 2011.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