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인들 이만큼 고울까 철쭉꽃이 이보다 화려할까 무주 덕유산
1월의 산―전북 무주 덕유산
덕유산(德裕山·1614m·정상 향적봉)은 겨울이면 순백의 세계로 변한다. 남한 내륙 제3위 고봉답게 하늘을 뚫을 듯 우뚝 솟구친 향적봉은 하나의 눈꽃이요, 그 향적봉에서 남쪽 남덕유(1507.4m)에 이르기까지 장장 15㎞로 뻗은 굵은 능선은 멀리서도 눈부실 만큼 반짝이는 설릉을 이룬다. 여기에 멋진 조망의 아름다움이 더해지는 산이 덕유산이다. 남으로 함양 백운산을 지나 동서 100리 긴 산줄기를 뻗친 지리산이 선계를 가르는 경계인 양 경외감 넘치고, 동으로는 오도산에서 가야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비롯해 수많은 능선은 거친 파도 일렁이는 듯하며 수묵화를 그려놓는다.
늘 푸른 조리대도 잎 떨군 나무들도 새하얀 꽃을 피웠다.
환상적인 풍광을 자아내는 설경과 조망을 기대하며 덕유산 산정으로 향한다. 산 아래 깊이 파인 구천동계곡은 깊은 겨울잠을 자고 있다. 나무와 바위들은 흰 눈옷 입고, 계곡은 얼음에 덮인 채 숨죽이고 있다. 간혹 얼음판 숨구멍 밑으로 드러난 옥색 물빛만이 살아 움직였다. 그래도 물소리는 잔잔히 골을 울려대고, 그 소리에 구천동 길은 더욱 호젓했다.
고즈넉하고 멋스런 눈길에 취해 한발한발 걷는 사이 백련사 앞. 일주문을 들어서자 딴 세상이다. 대웅전에 자리 잡은 부처는 너그러운 눈빛으로 반겨주고, 돌아서자 덕유산 산자락이 넉넉한 산세로 우리 마음을 감싸주었다. 불교의식을 치르는 백련사 계단(戒壇)을 지나자 야트막한 나무들은 가지마다 고운 눈꽃을 피우고, 파란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자란 참나무들은 나뭇가지마다 겨우살이들이 파릇한 꽃을 피운 채 깊어가는 겨울을 구가하고 있다.
순간순간 등줄기에 식은땀 나게 하는 오르막 빙판길 따라 향적봉 기슭에 다가서자 동화 속 오두막 같은 향적봉대피소가 반겨준다. 산장에 들어가 잠시 몸을 녹인 뒤 중봉(1594.3m)으로 향한다. 손끝이 금세 얼어오고 얼굴이 깨져나갈 듯 강하고 매서운 바람이다. 콧구멍 속의 코털도 쩍쩍 달라붙는다.
그런데도 얼굴빛이 밝아졌다. 꽃밭에 들어서 있었다. 벚꽃인들 이보다 고울 수 있을까. 철쭉꽃인들 이만큼 매혹적일 수 있을까. 덕유산 눈꽃은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초여름이면 연분홍 꽃으로 화사하게 빛났던 철쭉 군락은 희디흰, 순백의 눈꽃으로 반짝이고, 짙푸른 가지 축 늘어뜨린 구상나무들은 하얀 함박꽃을 피웠다. 이에 뒤질세라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은 켜켜이 달라붙은 천년의 눈꽃으로 장식하고 있었다.
중봉 꼭대기에 올라서자 일진광풍이 몰아친다. 구름안개가 흩어지자 덕유 주능선이 꿈틀거렸다. 연 꼬리처럼, 용꼬리처럼. 그러다 지리산 주릉이 흰 눈을 얹은 채 솟구쳐 오르고, 동으로 파도가 밀려왔다. 그 끝에 가야산이 벌떡 일어섰다. 덕유산은 산을 불러들이는 어머니 같은 산이었다.
◆덕유산 산행 코스는 다양하다.
가장 인기 있는 산길은 국립공원사무소가 위치한 삼공리 원점회귀코스. 삼공리~구천동계곡~백련사~향적봉 왕복(☆☆☆·6시간) 또는 향적봉에서 중봉~오수자굴~백련사~구천동계곡을 거쳐 다시 삼공리로 돌아오는 코스(☆☆☆☆·7시간)가 인기 있다.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 터미널까지 오르면 한결 쉽게 덕유산행을 즐길 수 있다. 곤돌라 터미널에서 향적봉은 0.6㎞, 15분 거리. 향적봉에서 백련사로 내려오는 등산인도 제법 있다. 준족이라면 겨울 장비를 제대로 갖춘 상태에서 향적봉과 남덕유를 잇는 덕유 설릉 종주에 도전하도록 한다. 최소 이틀은 잡아야 한다(☆☆☆☆☆).
덕유산에는 대피소가 두 군데 있다. 향적봉 100m 아래 향적봉대피소는 일출맞이 산행객이나 산악사진가들에게, 삿갓봉 북동릉의 삿갓재대피소는 종주산행객들에게 인기있는 산장이다.
덕유산은 눈과 바람이 많은 산이다. 방풍 보온의류에 신경을 쓰고, 스패츠와 아이젠을 꼭 준비하도록 한다. 또한 열량 높은 간식은 물론 보온병에 따뜻한 물을 담아 가지고 다니도록 한다.
설천봉까지 운행하는 무주리조트 곤돌라는 09:00~16:00(설천봉터미널 막차 16:30) 운행. 왕복 1만2000원, 편도 8000원. 곤돌라는 바람이 강하게 불면 운행하지 않는다(문의 리조트 사무소·063-322-9000). 무주리조트(만선하우스)~삼공리 덕유산국립공원 주차장간은 셔틀버스가 1시간~1시간30분 간격으로 운행.
◆ 여행수첩
●서울→구천동(설천): 서초동 남부터미널(ARS 02-521-8550)에서 1일 5회(08:30~ 14:35) 운행. 3시간 20분, 1만2200원.
●대전→구천동: 동부시외버스터미널(ARS 042-624-4451)에서 1일 6회(07:20, 10:30, 13:20, 16:10) 출발하는 구천동행 직행(1시간40분·8000원)이나, 1일 17회(07:10~21:00) 운행하는 무주행(50분·4200원) 직통버스 이용.
●전주→구천동: 공용버스터미널(ARS 063-270-1700)에서 07:20, 16:45, 18:35 출발(2시간 40분·1만2800원). 또는 1일 16회(06:45~20:35) 운행하는 무주행 직통·직행버스(직통 1시간 50분·장계 경유 2시간 50분·9000원) 이용.
●무주→구천동: 공용버스터미널(063-322-2245)에서 1일 12회(08:05~20:10) 운행. 50분, 39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대전통영간고속도로 덕유산IC나 무주IC에서 빠져나가 치목터널과 구천동터널을 거쳐 구천동으로 진입한다.
◆구천동계곡 입구인 삼공리 일원에는 숙소가 많이 있다. 향적봉대피소는 단층건물에 2단 침상으로 꾸며져 있다. 수용인원 54명. 1인 1박 7000원(성수기 8000원), 담요 대여 1장당 1000원. 생수(500mL 1500원), 컵라면(온수 포함 2000원), 햇반, 비스킷류 등을 판다. 식수는 대피소에서 150m 떨어진 샘터에서 구할 수 있으나 수량이 많지 않다. 예약은 전화(063-322-1614)를 통해 받는다. 삿갓봉과 무룡산 사이에 있는 삿갓재대피소는 7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예약은 덕유산국립공원 홈페이지(deogyu.knps.or.kr)를 통해 받는다.
오토캠핑 장비가 있다면 삼공리 덕유대야영장을 이용해볼 만하다. 1일 이용료 성인 22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주차료(승용차) 4000원. 캐빈도 있다. 11평형(2동·6만5000원), 15평형(2동·8만원). 예약 문의 (063)322-3174.
◆삼공리 국립공원관리소 주변에는 식당가와 여관촌이 형성돼 있다. 한윤순할매보쌈(063-322-2188)은 맛깔스러운 보쌈정식으로 이름나 있다. 취나물, 오갈피, 도토리묵, 고사리, 된장찌개, 계란탕 등이 곁들여 나오는 보쌈정식은 2인분당 2만6000원. 산채정식(1인분 1만5000원), 산채비빔밥(8000원), 돌솥비빔밥(8000원)도 먹을 만하다. 새전주식당(322-3152)은 주민들이 추천하는 매운탕집이다. 쏘가리매운탕(4인 기준 5만원), 빠가사리매운탕(4만원), 송어매운탕(4만원). 무주리조트 곤돌라 종점 설천봉 레스토랑(063-320-7717)에서는 소고기특대갈비탕(1만1000원), 해물김치볶음밥(1만원), 왕돈가스(1만원) 등의 음식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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