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남해 바래길에서 일출.일몰을 함께 즐긴다

難勝 2011. 1. 1. 21:41

 

 

 

일몰·일출 함께 즐기는 남해 바래길

 

어제와 이별한 곳에서 내일의 태양을 만난다

겨울엔 푸르다 못해 쪽빛에 가까운 바다, 그 수평선 위로 나비가 날개를 활짝 펴고 살포시 앉은 듯 좌우 대칭을 이룬 섬이 있다.

 

남해다.

동쪽 날개는 삼천포대교가, 서쪽 날개는 남해대교가 연륙교로 육지와 연결한다.

 

남해로 들어가는 초입부터 아름다운 길을 지난다. 그 아름다운 섬 남해의 삶과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길, '바래길'이 또 새로운 모습으로 남해를 뽐내게 한다. 바래길은 바다를 생활 터전으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소쿠리와 호미를 들고 갯벌이나 갯바위로 나가 해산물을 채취하러 다니던 길을 말한다.

 

 

보리암 너머 낮게 엎드린 섬 사이로 해가 솟는다.

한국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인 남해는 섬 전체 둘레를 연결하는 '남해 바래길' 300㎞를 2015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둘레길이다. 현재 4개 코스 55㎞가 문체부의 문화 생태 탐방로로 지정돼 일반에 공개된 상태다. 남해엔 명승이 세 군데 있다. 명승 15호로 지정된 가천 다랭이마을을 잇는 길이 바로 다랭이지겟길이다. 창선면에 있는 명승 제71호 죽방렴을 보며 지나는 길은 말발굽길이다.

 

내년 초에 선보일 상주면의 바래길은 남해의 또 다른 명승 제39호인 금산을 바라보며 해안을 끼고 돈다.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감상하고, 주상절리 해안 절벽과 사철 푸른 상록수 숲을 걸으며 쪽빛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감상 포인트는 또 있다. 조선 3대 문학작품 중의 하나인 '구운몽'을 쓴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인 노도가 먼발치에 있다. 현재 길은 연결돼 있지만 이정표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출발은 대량마을이다. 해변 옆에 있다. 파도가 높게 치면 덮칠 것만 같은 거리에 집들이 있다. 갈매기들은 "까르륵 까르륵" 울며 하늘에 그림을 그려 어촌마을의 분위기를 한껏 고취시켰다.

 

길은 해안 콘크리트길로 가다 바로 산길로 접어들었다. 오솔길 숲 사이로 저 멀리 쪽빛 바다가 반짝거렸다. 숲은 상록활엽관목인 사스레피나무로 뒤덮여 있다. 여름의 싱싱한 녹음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겨울에 푸른 숲길을 걸을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색다른 기분이다. 소나무를 칭칭 감은 덩굴나무는 마치 밀림을 보는 듯하다.

 

참나무는 잎을 떨어뜨려 낙엽으로, 소나무는 솔가리로 바래길을 푹신하게 덮고 있다. 이 길은 "사부작사부작 걸어야 더 맛이 나는 길"이라고 했다. 그래서 사부작사부작 걸으며 숲과 바다를 두리번거리며 걷는다.

 

비룡계곡의 해안 주상절리와 조릿대 군락지, 전망대 등을 지나니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했다. 우스갯소리로 '동해에선 해가 뜨는 줄만 알고, 서해에선 해가 지는 줄만 안다'는 말이 있다.

 

그럼 남해에선? 해가 뜨기도 하고 지기도 한다. 남해의 가장 좋은 경관은 일출과 일몰이다.

 

금산 38경 중의 제1경이 금산 망대에서 만경창파를 한눈에 바라보며 즐기는 일출이다. 그만큼 아름답다는 얘기다. 남해의 겨울 바다는 오후 3시가 넘어서면서 조금씩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노란색은 반짝거리는 파도와 어울려 서서히 붉게 물들었다. 노을은 바다와 어울리고, 넘어가는 해는 구름과 어울려 한참 뒹굴며 노는 듯했다. 지켜보는 이는 연방 감탄과 탄성 이외에 내놓을 게 없다.

 

잡고 싶지만 잡을 수 없는 해는 아쉽게 넘어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변은 어둑해진 현실이다. 노을이 마지막 붉은 불꽃을 태우는 바로 그 순간의 연말이다. 신묘년 새해엔 무엇을 할 것인가 계획을 세울 때다. 미련 없이 남해로 떠나서 일출과 일몰을 보자.

새해 계획이 저절로 세워질 듯하다.

 

 

 

금산 보리암은 강원도 낙산사의 홍련암, 강화도 보문사와 더불어 전국의 3대 기도처 중의 하나다. 금산 자락의 남해바래길에서 일몰을 감상하고, 다음날 새벽 금산에 올라 일출을 보면 새해맞이에 안성맞춤일 것 같다. 상주 바래길을 거쳐 지나는 곳은 대량마을~초소(경관 포인트 조성계획)~비룡계곡~공동묘지~조릿대 군락지~일출일몰공원 조성예정지 등이다. 조금 더 걸어가면 상주해수욕장이 나오고 각종 휴식시설이 있다. 총 6㎞에 2시간 30분가량 걸린다.

 

손수 운전은 경부고속도로에서 대전-통영고속도로, 남해고속국도로 차례로 바꿔 탄다. 이어 남해대교나 삼천포대교로 들어가 상주해수욕장 방면으로 가면 된다. 고속버스는 오전 8시 남부터미널에서 첫 출발, 1시간 남짓 간격으로 운행하며 오후 7시 30분에 막차가 있다. 요금은 2만2600원. 남해터미널에서 대량마을까지 버스는 1시간 간격으로 있으며, 택시요금은 대략 1만7000원 정도 나온다. 택시 문의 011-861-1478.

 

남해는 멸치회가 유명하다. 상주 해수욕장 주변에 상주횟집(055-863-5528 또는 010-7558 -7608) 등 멸치 횟집이 많다.

 

펜션은 보통 방 3개에 평일 10만원, 주말 12만원 한다. 두문체 펜션(055-863-3582 또는 010-3862-3972). 걷기를 끝내고 온천을 즐기길 원한다면 유자해수탕도 있다. 상주해수유자랜드(055-862-5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