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스크랩] 대게와 함께 입과 눈이 즐거워지는 영덕 여행

難勝 2011. 1. 6. 07:05

 

 

영덕 대게, 천년을 이어온 부드러운 속살

 

딱딱한 껍질 속에 감춰진 부드러움을 만났을 때의 짜릿함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드디어 그 짜릿함을 경험할 시기가 찾아왔다. 한겨울 영덕에서 만나는 짜릿한 순간.

고려 태조 왕건 23년, 서기 940년에 영해 지역을 순시했을 때, 그곳의 예주부사가 임금님께 올리는 특별한 것을 준비해 올렸다고 하니, 그것이 바로 대게였다. 이후 대게는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역 특산물로 사랑받으며 많은 이들의 미각을 유혹하고 있다.

 

대게는 얼핏 생각하기에 ‘큰 게’라는 의미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실은 다리가 대나무처럼 길고 곧게 뻗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대게’ 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영덕’을 떠올릴 만큼 영덕 대게는 마치 고유 명사처럼 불리고 있는데, 그만큼 그 맛에 있어 영덕 대게를 따라올 것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대게는 12월부터 5월까지만 잡아 올린다.

 

원래 11월부터 시작됐던 것인데 한 달을 늦춰 대게 보호를 하는 것이다. 시기를 늦춘 것뿐 아니라 암게는 잡지 않고, 수게라고 해도 9cm 미만의 것은 잡지 않는다. 순간의 욕심을 버리고 대게를 보호하기 위해 영덕 자체에서 결정한 일이다. 3~4월이 가장 맛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지난 6월부터 기다려온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긴 시간이다. 겨울의 대게도 살이 꽉 차 있고 단맛이 강해 충분히 입맛을 자극할 만하다.

 

풍성한 대게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은 영덕에서도 강구항이 유명하다. 이곳은 갯벌이 없고 바다 밑바닥이 깨끗한 모래로 되어 있어 다른 지역의 것보다 담백하고 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곳은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한적했던 항구가 사람들로 북적였고, 자연스레 대게도 유명세를 타는 데 한몫했다. 대게를 맛보기 위해 영덕을 찾은 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바로 ‘맛있는 대게를 고르는 법’이다. 영덕 대게라고 해서 무조건 다 맛있고 좋은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우선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대게도 색이 선명하고 크기가 큰 것이 맛있다. 크기가 비슷하다면 배가 단단하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이 속이 꽉 차고 쫄깃할 확률이 높다. 또한, 게딱지 위에 갑낭이 많은 것이 좋은데, 이는 대게에 영양소가 풍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게는 아무리 제철이라고 해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현지까지 와서 그냥 갈 수는 없는 법. 대형 식당보다는 위판장 주변에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 찌는 값만 내면 싱싱한 대게를 바로 맛볼 수 있다. 아니면 다리가 두 개 이상 없는 것을 공략해도 된다. 한 개가 없는 것은 정상으로 인정돼 가격이 정상가와 별 차이가 없지만, 두 개가 없으면 상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현지에서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입과 눈이 즐거워지는 영덕

 

쫄깃하고 신선한 대게로 입이 즐거워졌다면 이젠 눈이 즐거워질 차례다.

새벽부터 달려서 영덕에 도착했다면 강구항 뒤쪽 언덕으로 가자. 이곳에서는 가슴 벅차게 꽉 차 오르는 동해의 일출을 볼 수 있다. 붉은빛이 항구의 모습을 모두 덮어버려 강구항의 모습은 시간이 멈춘 듯해 보인다. 삼사해상공원도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 해가 뜰 때 소원을 빌면 모든 것이 이뤄진다는 말이 있어 한 번쯤 찾게 되는 곳이다. 일출을 감상했다면 언덕 위에서 봤던 강구항으로 내려오자. 아마 언덕에서 봤을 때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밤새 대게잡이를 끝낸 어선들이 하나둘 항구에 도착하면서 대게 경매가 시작되는데, 상인들의 암호와 같은 동작으로 진행되는 그 모습은 낯선 이방인에게는 신선한 경험일 수 있다. 영덕의 넓은 자연을 감상하려면 강구항부터 축산항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달려보자. ‘한국의 아름다운 길’ 중 하나로 꼽히는 이곳은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가슴이 뻥 뚫리듯 시원함을 안겨준다. 특히 이 길 중간에는 영덕에 꼭 어울리는 등대가 있다. 대게발이 등대를 감싸고 있는 ‘창포말 등대’가 그것. 이곳에는 산책로와 쉼터, 조각상들이 있어 잠시 머물다가기에 좋다.

 

걷기 열풍은 영덕에서도 만날 수 있다. 강구항을 출발해 고래불해수욕장까지 50km의 ‘영덕 블루로드’ 코스가 있다. 이곳은 다른 지역의 걷기 길보다 인적이 드물어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 쉬엄쉬엄 걷기에 좋다. 특히 얼마 전까지 군경계지역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됐던 6.7km의 석리어촌마을~축산항 코스는 가장 ‘영덕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어 한 번쯤 거닐 만하다.

 

 

<Travel Info>

맛집 :

강구대게회타운 (대게를 구입해 찜값만 내면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곳)

문의 54-733-6942

사계절대게 직판장 (영덕대게 전문점으로 택배로 주문할 수도 있다)

문의 054-734-2777

 

주변볼거리 :

삼사해상공원, 신돌석장군유적지, 칠보산자연휴양림, 장사해수욕장 등

 

숙박 :

초록바다펜션 054-733-2749, 대게펜션 054-732-2170, 동해비치관광호텔 054-734-5400

출처 : 원주불교대학 제7기
글쓴이 : 다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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