拈華茶室

그대 나를 아는가

難勝 2011. 3. 19. 05:12

 

그대 나를 아는가,

나는

이름없는 풀꽃이고

그리고 바람이고

그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이고 싶다.

 

그대 나를 아는가,

나는

봄날 연하게

돋아나는 새순이고

그위에

잔잔히 내려 앉는

안개비이고 싶다. 

 

그대 나를 아는가,

나는

여름날 밤하늘을

하얗게 수놓은 은하수이고

그리고

안개다리를 만들며 떨어지는

별똥별이고 싶다.

 

그대 나를 아는가,

나는

산골의 까만밤을

휘젓고 돌아다니는 반딧불이고

그밤,

슬피 울어대는 소쩍새이고 싶다.

 

그대 나를 아는가,

나는

청정한 푸른바다에

느닷없이 휘몰아치는 비바람이고

그 풍랑에 흔들리며 가는

가여운 작은 배가 되고싶다

 

그대 나를 아는가,

나는

짙은 가을날

갈바람에 나부끼는

고운 빛깔의 단풍이고

찬란한 빛을 퍼붓는 태양이고 싶다

 

그대 나를 아는가,

나는

폴폴 날리는 함박눈이고

그 함박눈 위에

점점히 박힌 발길처럼

정처없이 길 떠나는 나그네이고 싶다.

 

그대 나를 아는가,

나는

바람이고 싶다

그대의 가슴에

사랑의 불을 지피는

바람이고 싶다

사그러지지 않을

영원의 바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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