拈華茶室

비가 온다 오누나, 가도 가도 왕십리(往十里)...

難勝 2011. 5. 31. 21:57

 

 

왕십리(往十里) (김소월)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朔望)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往十里)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려거든

왕십리(往十里) 건너가서 울어나 다오,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天安)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데.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山)마루에 걸려서 운다.

 

 

풍수지리에 능했던 도선국사의 후신이라고도 하는 노인이,

조선의 도읍지를 찾는  무학대사에게 10리를 더 들어가라고 일러준 곳이라 하여 갈 왕(往)자와 십리(十里)를 써서 「왕십리(往十里)」라고 불렀다지.

 

우리네 인생 이와 같아,

가도 가도 십리를 더 가야 하는 왕십리(往十里), 늘 비가 오는가 봅니다.

 

더 가지 않아도 되는 내 터를 언제나 찾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