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往十里) (김소월)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朔望)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往十里)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려거든
왕십리(往十里) 건너가서 울어나 다오,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天安)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데.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山)마루에 걸려서 운다.
풍수지리에 능했던 도선국사의 후신이라고도 하는 노인이,
조선의 도읍지를 찾는 무학대사에게 10리를 더 들어가라고 일러준 곳이라 하여 갈 왕(往)자와 십리(十里)를 써서 「왕십리(往十里)」라고 불렀다지.
우리네 인생 이와 같아,
가도 가도 십리를 더 가야 하는 왕십리(往十里), 늘 비가 오는가 봅니다.
더 가지 않아도 되는 내 터를 언제나 찾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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