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과 이렇게 살고 싶다
지나온 세월 속
이제 얼마만큼 남아 있는지 모르는 세월
무얼 하며 살겠느냐
내게 물으면,
그리 많지 않은 인연 속 그를 만나
녹녹치 않았던 고단한 길을 함께 걸었던 사랑하는 사람과
이렇게 살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 바라볼 때 행복을 느끼며
텃밭에 일군 행복의 푸성귀 가득 담아낸 아침상 물리고
거칠어지고 야윈 손 꼭 잡고
젊은 날의 추억 거닐며
살갑게 보듬어 줌에 고마워하고
물안개 피어오르는 호숫가 소박한 찻집에서
같이 부르던 옛 노래 한 소절 나즈막히 함께 부르며
이제까지 지켜줌에 감사하고
말없이 바라만 보아도
잔주름 미소 가득 담은 눈길로
무슨 말 하려는지 무슨 생각 하는지
읽을 수 있는 이에 감사하고
때로는 삶이 버거워져
속절없이 흐르는 눈물마저
넉넉한 가슴으로 안아 줄 사람 만났음에 감사하고
혼자 끙끙대던 속앓이를 털어 놓기 전 알아버려
편케 마음 나눌 사람 곁에 있음에 감사하고
세상에 태어나 그대 만남은
살아가는 존재의 이유로
서로 믿고 의지함에 감사하고
서산 해거름 땅거미 밀려들면
나란히 앉아
저문 하루 이야기 속 살아감에 감사하고
해 뜨고 지고 달과 별들의 차고 기우는 사계절 순리 속
들 향기 흙 한줌 벗하며
솔 바람 풀 내음 이는 한적한 곳에
굴뚝연기 피어나는 사랑둥지 틀어
헤진 신발엔 미투리 엮고
헤진 옷깃엔 살아온 정 덧대어 기워가며
꾸미지 않아 거칠어지고 마디 옹이 박힌 까슬한 손길에
사랑보단 정을 느끼고
같이 있음에 감사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이렇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