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경북 봉화 옥돌봉 - 가슴이 탁 트이는 길마다 철쭉이 배웅하고

難勝 2011. 6. 10. 21:00

 

경북 봉화 옥돌봉

 

가슴이 탁, 푸른 풍광 길마다 배웅하는 철쭉

옥돌봉 정상에서 도래기재 방면으로 20분쯤 내려가면 550년 된 철쭉 있어

 

도심의 6월은 여름이 무르익는 시기다. 이미 한낮의 더위는 폭염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아직도 높은 산은 계절의 바뀜이 한창이다.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의 바람과 물은 여전히 차고 시리다. 게다가 고산지대는 지금도 꽃 잔치가 한창이다. 운이 좋다면 능선에 만개한 야생화나 철쭉을 만날 수 있는 때가 바로 6월이다.

 

경북 봉화의 깊은 산중에 솟은 옥돌봉(한자 표기는 玉石山·1242m)은 산골 오지의 평범한 봉우리다. 그러나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이들에게 이 산의 의미는 남다르다. 소백산과 태백산을 잇는 산줄기의 한 정점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종주객이 이 생소한 산을 징검다리 삼아 백두대간을 이어가고 있다.

 

옥돌봉은 잘 보존된 울창한 숲이 자랑거리다. 특히 주능선의 활엽수림 아래 형성된 철쭉터널은 봄이면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키 큰 나무가 잎을 틔우기 전 분홍빛 철쭉꽃이 산자락을 물들이며 터널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철쭉터널은 5월 중순 고도가 낮은 지역에서 시작해 6월 초 정상부에서 절정을 이룬다.

 

옥돌봉은 국내 최고(最古) 수령으로 기록된 550년짜리 철쭉나무가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이 철쭉은 밑동의 둘레가 1m에 달하는 보기 드문 고목으로, 친절하게도 등산로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이 특별한 나무를 구경하는 재미도 옥돌봉 산행의 빠트릴 수 없는 묘미다.

 

옥돌봉 산행은 백두대간 줄기를 밟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많은 이들이 다니는 곳이라 산길이 확실하고 접근로가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래기재에서 옥돌봉을 거쳐 박달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주능선만 밟을 경우 조망이 시원하지 않은 것이 단점이다. 숲이 짙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수산과 옥돌봉을 이어주는 주실령에서 시작해 주능선으로 코스를 연결하면 한층 뛰어난 조망을 감상할 수 있다.

 

구불구불한 도로가 걸려 있는 주실령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햇볕은 따갑지만 소름이 돋을 정도로 바람이 차가운 날이다. 처음부터 가파른 계단이 앞을 가로막는다. 한발한발 힘주어 오르는 동안 등줄기가 땀으로 젖는다. 짙은 소나무 숲을 지나니 짧은 철쭉터널이 나타난다. 하늘을 가리는 연분홍 철쭉꽃 밑을 걷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주실령에서 1시간이면 이정표가 있는 지(枝)능선 위의 삼거리에 닿는다. 이곳에서 오른쪽 바위 능선으로 올라서면 멋진 전망대가 나온다. '수목원 전망대'로 불리는 이곳은 문수산(文殊山·1206m) 자락에 조성 중인 '백두대간 고산수목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소다. 그 흔한 고압선 하나 보이지 않는 춘양면 일대의 울창한 숲이 발아래 펼쳐진다. 가슴이 시원해지는 조망을 기대해도 좋을 곳이다.

 

전망대에서 15분 거리의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예천바위가 있다. 서쪽 아래 오전약수관광지 일대와 소백산으로 이어진 백두대간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수목원 전망대와는 사뭇 다른 웅장한 풍광이 펼쳐진다. 이곳이 옥돌봉 오름길의 마지막 뷰포인트다.

 

예천바위에서 15분이면 숲으로 둘러싸인 옥돌봉 정상에 선다. 이제는 조망보다 숲과 철쭉을 보는 재미로 걷는다. 도래기재 방면으로 20분쯤 내려서면 수령(樹齡) 550년의 철쭉 고목이 기다리고 있다. 굵은 가지가 풍성하게 뻗은 모습이 다른 나무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하산지점인 도래기재로 가는 도중 곳곳에 철쭉 터널이 나타났다. 하지만 고도가 낮은 곳은 이미 꽃이 져버린 상태. 옥돌봉 철쭉터널은 내년에도 분명 꽃을 피울 것이다. 그때를 기약하며 하산지점인 도래기재로 내려섰다.

 

 

 

여행수첩

 

<산행가이드> 

옥돌봉 산행은 등산로는 도래기재에서 정상을 거쳐 박달령과 선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종주코스가 가장 널리 이용된다. 당일 산행객들은 도래기재에서 출발해 철쭉 고목을 거쳐 정상에 오른 뒤 박달령을 통해 오전약수탕 방면으로 하산하는 팀들이 많다. 전형적인 백두대간 구간종주 산행 코스로, 굵은 능선을 밟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산행거리는 7.2㎞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이럴 경우 고산준령이 연출하는 시원스러운 조망을 놓치기 쉽다.

 

백두대간 종주팀이 아니라면 굳이 박달령으로 산행을 이어가지 않아도 된다. 대신 옥돌봉 정상에서 박달령 쪽으로 250m가량 떨어진 삼거리에서 서쪽 주실령으로 이어진 문수지맥을 이용한다. 이 능선상에 수려한 조망을 감상할 수 있는 예천바위와 수목원 전망대가 있다. 도래기재와 주실령을 연결하는 이 코스는 4.5㎞ 거리로 2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다.

 

산행기점이 되는 오전약수탕은 철분이 함유된 탄산수가 일품이다. 입 안을 강하게 자극하는 청량감이 특징이다. 주실령 서쪽인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의 두내약수탕 역시 탄산 약수가 솟아난다.

 

<교통> 

일단 봉화까지 간다. 서울 동서울터미널(ARS 02-446-8000)에서 1일 6회(07:40~18:10) 운행하는 봉화 경유 춘양행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봉화 1만5800원, 춘양 1만9000원.

 

오전약수탕을 산행기점으로 할 때는 봉화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약수탕행(06:40~18:40)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도래기재로 가려면 춘양이 가깝다. 춘양에서 택시(054-672-3277)를 이용해 고개를 오른다. 요금 2만2000원.

 

자가용 차량은 중앙고속도로 영주나 풍기 나들목에서 나와 36번 국도를 타고 봉화·울진 방향으로 진행한다. 봉화군청이 있는 읍내에서 북쪽으로 뻗은 지방도 915번을 타고 물야면을 거쳐 오전약수탕으로 접근할 수 있다. 오전약수탕에서 비탈길을 오르면 주실령을 넘어 두내약수탕 방면으로 연결된다.

 

<맛집>(지역번호 054)

 

오전약수관광지구에 있는 관광식당(672-2330)은 한약닭백숙을 선보인다. 황기, 인삼, 생강 등의 약재와 밤, 녹두, 대추, 찹쌀 등을 넣고 약수로 고아냈다. 근처의 한미식당(672-2400), 박달장식당(672-2034) 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