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화한 서산마애불과 태안마애불의 수난
태안마애불, 서산마애불의 엇갈린 운명
어느 백제는 웃고 있지만 다른 백제는 울고 있었다
◆ 서산마애불의 '백제의 미소'
온화한 서산마애불 - 백제를 대표하는 문화재인 서산 마애삼존불
9일 오전 충남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가야산 계곡. 4월의 아침 햇살을 받은 화강암에 온기가 돌자 미소를 띠고 있는 서산마애삼존불(瑞山磨崖三尊佛) 본존(本尊)의 입꼬리가 은은하게 빛났다. 둥글넓적하고 후덕한 얼굴을 가진 서산마애불 본존의 인자한 미소는 '백제의 미소'라고 불린다. 석가모니불로 여겨지는 본존의 왼쪽에는 미륵반가사유상이 자리하고 오른쪽에는 보주(寶珠)를 든 보살이 서 있다. 미륵이 '미래불(未來佛)'을 뜻하는 것으로 미루어 삼존불은 '과거-현재-미래'의 삼세불(三世佛)의 개념으로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제작 연도는 600년 전후.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중국 산둥성 용흥사 유적지에서 발굴된 불상 중 6세기 동위(東魏) 때 조성된 불상이 이 삼존불의 형태와 비슷해 영향관계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태안마애불의 '수난'
같은 날 오후 서산마애삼존불로부터 약 38㎞ 떨어진 충남 태안군 태안읍 동문리 백화산 기슭. 보호각으로 둘러싸인 바위에 태안마애삼존불(泰安磨崖三尊佛)이 조각돼 있었다. 백제 7세기 초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태안마애삼존불은 가운데에 높이 1.3m의 키 작은 보살상을 두고 양옆에 3m에 가까운 두 여래상이 서 있는 독특한 구성이 특징이다. 삼존불의 경우 가운데에 여래를 두고 양옆에 두 보살이 있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 불상을 두고 '현세불인 석가불과 과거불인 다보불(多寶佛) 사이에 미륵보살이 끼어 삼존을 이뤘다'는 학설이 나오기도 했다.
백제를 대표하는 문화재인 서산 마애삼존불과 태안마애삼존불을 비교해보면,
서산마애삼존불의 얼굴이 또렷하게 남아있는데 반해 태안마애불의 얼굴은 코가 깨지고 윤곽이 뭉개지는 등 심하게 훼손됐다. 이태호 교수는 "서산마애불이 저부조로 새겨진 데 반해 태안마애불은 고부조다. 훨씬 입체적이지만 옛날부터 사람들이 '아들을 낳게 해준다', '장수하게 해준다' 등의 이유로 눈·코·입 등을 쪼아 가는 수난을 겪어 밋밋해졌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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