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이순신 장군의 숨결따라 가는 통영 한산도 여행

難勝 2011. 7. 20. 04:01

 

 

역사체험여행, 통영 한산도 이충무공 유적

 

경상남도 통영시에 딸린 아름다운 섬 한산도는 소문 자자한 한려수도 비경의 출발점이자 그 옛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이끌던 조선 수군의 최고 사령부가 자리한 유서 깊은 섬이다. 시원한 여름휴가를 겸해 아이들과 함께 충무공의 숨결이 서린 역사적인 현장을 찾는다면 여행을 겸한 훌륭한 역사 공부가 될 것이다.

 

충무공의 숨결 서린 아름다운 섬

1592년 일본이 일으킨 임진왜란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정세를 송두리째 뒤흔든 국제적인 전쟁이었다. 나라를 연 후 200여년 동안이나 태평성대를 누리던 조선은 전혀 준비 없이 맞이한 이 큰 전쟁앞에서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그나마 겨우 정신을 차리고 사태를 수습해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수군의 선전과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이름 없는 의병들의 거룩한 희생 덕분이었다. 특히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의 기적 같은 연전연승은 전쟁을 궁극적인 승리로 이끈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이순신 장군의 빛나는 발자취가 서려 있는 곳은 사실상 우리나라 서남해안 전역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무언가 유형의 흔적이 남아 있어 그의 체취를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은 경상남도 통영에 딸린 아름다운 섬 한산도라고 할 수 있다. 한산도는 조선 최초의 삼도수군통제영, 요즘으로 치면 해군 총참모부가 설치되었던 곳으로 이순신 장군의 생애에서 가장 진한 사연이 남아 있는 곳이다. 널리 알려진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로 이어지는 그의 시조가 쓰여진 무대가 바로 이곳이다.

한산도를 가려면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야 한다. 한산도로 가는 길은 참으로 운치 있는 뱃길이다. 한려수도를 이루는 크고 작은 섬들이 사방에 점점이 흩어져 있고, 남해 특유의 잔잔한 물살은 흡사 호수 위를 미끄러지는 듯 유려하다. 통영항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즈음이면 배는 멀리 한산도를 그림처럼 앞두고 사방이 탁 트인 넓은 바다의 물살을 가르기 시작한다. 아마도 이 바다가 전설적인 해전, ‘한산대첩’의 현장이었을 것이다. 물살을 가른 지 30분쯤 후면 배는 한산도 충무공 유적지에 도착한다.

 

 

 

 

통제영의 지휘본부, 위풍 당당 ‘제승당’

이순신 장군이 여수에 있던 전라좌수영을 이곳 한산도로 옮긴 것은 한산대첩의 승리로 남해안의 제해권을 완전히 장악한 1593년 7월의 일이었다. 여수는 남해안 전체로 보았을 때 호남 쪽에 많이 치우쳐 있어 작전의 수행에 적합지 않다고 여긴 그는 새로운 수군기지를 물색한 끝에 이곳 한산도로 진을 옮길 것을 결심하고 임금의 허락을 받아내기에 이른다. 그 무렵 조정은 장군에게 조선 수군 전체를 지휘하는 삼도수군통제사에 임명함으로써 한산도는 이때부터 삼도수군통제영이 들어선, 명실상부한 조선 수군 최고의 사령부 역할을 맡게 된다.

 

당시 장군이 이끌던 수군 병력과 그를 따라나선 백성들의 숫자까지 합치면 한산도 진영의 규모는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관련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정확한 규모는 추정하기 어렵다. 게다가 장군이 모함에 빠져 백의종군으로 고난을 겪고 있는 동안 발발한 정유재란으로 진영 전체가 완전히 불타버려 안타깝게도 이순신 장군 당시의 유적은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현재 한산도 충무공 유적지에는 통제영의 중심 건물인 제승당을 비롯, 충무공의 사당, 활터, 수루 등 여러 유적들이 자리하고 있으나 그 대부분은 거의 현대에 들어와 새롭게 지은 상징적인 유적들이다.

 

한산도 선착장에 내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잠시 걷다보면 곧 이충무공유적지에 도착한다. 우거진 숲과 잘 단장된 길, 그리고 수려한 바다 풍경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이다. 정문이기도 한 대첩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는 것은 ‘제승당’이라는 현판이 걸린 건물이다. 제승당은 한산도 진영의 중심 건물로 통제사 이순신의 집무실이자 그가 참모들과 작전을 수립하던 곳이다. 문자 그대로 ‘승리를 만드는 집’이라는 뜻의 당호가 막강 이순신 함대의 위용과 썩 어울린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제승당 왼편에는 ‘수루’가 복원돼 있다. 화려한 팔작지붕에 사방이 탁 트인 정면 3칸, 측면 2칸의 장방형 누각 건물로 바다를 향해 서 있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수루의 모습이 본래 이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산만의 바다풍경이 그림처럼 내려다보이는 수루에 올라 먼 바다를 바라보면 갖은 모함속에서도 나라를 위해 싸워야 했던 고독한 영웅의 비애가 제법 절절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한편 제승당 오른편으로는 충무공의 사당인 ‘영당’이 있고, 그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당대의 명궁이기도 했던 이순신 장군이 활을 쏘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활터가 있다. 장군의 일기인 <난중일기>에는 그가 홀로, 혹은 부하들과 함께 활을 쏘았다는 기록이 아주 많이 나온다. 여기가 바로 그 터였을것이다. 사대와 과녁 사이에 바닷물이 들어와 있는 풍경이 무척 아름답고 이채롭다.

 

한편 한산도의 산 정상에는 지난 1976년의 대대적인 성역화 작업 때 세워진 웅장한 규모의 ‘한산대첩비’가 자리 잡고 있다.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적적하기 이를 데 없는 산길을 따라 정상에 올라 대첩비 앞에 서면 한산대첩의 현장이었던 한산도 앞바다의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게 눈앞에 펼쳐진다. 한산도의 충무공 유적 중에서 그나마 옛 색깔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영당 뜨락에 서 있는 ‘제승당유허비’일 것이다. 영조 임금 시절인 1739년 제107대 통제사 조경이 운주당 옛터에 제승당을 복원할 당시 세운 기념비석으로 세월에 따라 퇴락해가는 제승당 터에 대한 안타까움과 충무공에 대한 조선 민중의 변함없는 사랑을 담아낸 비문이 사뭇 뭉클하게 가슴을 저며온다.

 

 

가는 길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제승당행 배 승선. 30분 소요. 오전 7시부터 한시간 간격으로 오후 6시까지 하루 12회 왕복. 자가용 함께 승선 가능. 운임 왕복 9000 원, 자동차와 함께 승선할 경우 중형 기준 2만2000원 추가. 문의 055-642-0116

 

주변 볼거리

한산도는 통영시에 속한 작은 섬이므로 통영 여행권에 속한다. 통영에서는 거리도 가깝고 소요 시간도 많지 않으므로 한산도 여행을 간 김에 통영이 자랑하는 주변 명소들도 함께 둘러보는 것이 좋다.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

해발 461m의 미륵산은 통영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남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는 해맞이의 명소이자 한려수도를 이루는 남해의 크고 작은 섬들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최고의 전망 포인트이기도 하다. 통영시 도남동에서 미륵산 정상까지 오르는 케이블카가 있어 미륵산을 오르는 일이 한결 즐겁고 쉬워졌다. 요금 어른 9000원, 어린이 5000원 문의 055-649-3804

 

-산양관광도로와 달아공원

통영 시가지에서 충무교나 통영대교를 건너면 통영 제1의 섬 미륵도에 닿게 된다. 미륵도를 찾는 큰 즐거움은 해안을 따라 이어진 신양관광도로를 따라 해안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과 달아공원에 올라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비경을 한눈에 조망하는 일이다. 통영대교를 건너 산양읍에 접어들면 산양관광도로가 시작되는데, 이 도로는 달아공원까지 이어진다.

 

-통영수산과학관

달아공원에서 왼편 해안선으로 시선을 옮기면 바다를 향해 날아갈 듯 서 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통영수산과학관이다. 바닷가 고장 통영시의 해양사를 고대에서 현대까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물로 꾸며놓은 곳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체험 시설을 갖추고 있으므로 자녀를 동반했다면 꼭 가볼 만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