拈華茶室

바랑

難勝 2011. 9. 18. 21:20

 

 

 

바랑

 

어깨에 짊어진 바랑

그 속엔 한 움큼 근거 없는 망상이 들어 있고

그물 같은 삶의 번뇌도 들어 있고

세상의 온갖 잡념이 들어 있다

 

짓눌려 나를 잡는 등짐을 벗어버리면 홀가분할 텐데

벗는 순간 백 년을 다 산 것 같은 두려움

개벽이라도 일어날까 봐 벗지 못한다

 

그래 혼자일 수는 없다

내가 먹는 것과 입는 것 모두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바랑,

내가 짊어지고 갈 책임과 의무며

살아 생전 보시하고 남에게 갚아야 할 은혜의 빚이다.

 

 

최명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