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소설(小雪)의 세시풍속

難勝 2011. 11. 23. 04:43

 

 

 

소설(小雪)

 

24절기(節氣)의 스무 번째.

입동과 대설 사이에 들며, 음력 10월, 양력 11월 22일이나 23일경으로 태양의 황경이 240°에 오는 때이다. 이때부터 첫 얼음이 얼고 땅이 얼기 시작하며 첫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때로 점차 겨울 기분이 든다고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따뜻한 햇볕이 간간이 내리쬐어 소춘(小春)이라고도 불린다.

소설에는 눈이 적게, 대설에는 많이 온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부터 중국사람들은 소설로부터 대설까지의 기간을 5일씩 삼후(三候)로 구분하여, 초후(初候)에는 무지개가 걷혀서 나타나지 않고, 중후(中候)에는 천기가 올라가고 지기가 내리며, 말후(末候)에는 폐색되어 겨울이 된다고 하였다. 소설 무렵, 대개 음력 10월 20일께는 관례적으로 심한 바람이 불고 날씨가 차갑다.

 

이날은 손돌이 죽던 날이라 하고 그 바람을 손돌바람이라 해서, 외출을 삼가고 특히 뱃길을 조심한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손돌이의 墓祭

고려시대에 왕이 배를 타고 통진과 강화 사이를 지나는데 갑자기 풍랑이 일어 배가 심하게 흔들렸다. 왕은 사공이 고의로 배를 흔들어 그런 것이라고 호령을 하고 사공의 목을 베었다. 사공은 아무 죄도 없이 억울하게 죽어버린 것이다. 그 사공의 이름이 손돌이었다. 그래서 그 손돌이 죽은 곳을 손돌목이라 하고 지나갈 때 조심한다. 해마다 그날이면 강풍이 불고 날씨가 찬데, 이는 손돌의 억울하게 죽은 원혼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강화에서는 이날 뱃길을 금(禁)하였다고 한다.

 

"소설 추위는 빚내서라도 한다."했듯이 첫얼음과 첫눈이 찾아옴으로 시래기를 엮어 달고 무말랭이, 호박 오가리, 곶감 말리기 등 대대적인 월동 준비에 들어간다.

농가월령가에도 겨울채비를 노래하고 있다.

 

무 배추 캐여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방고래 구들질과 바람벽 맥질하기

창호도 발라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수숫대로 터울하고 외양간에 떼적 치고

우리집 부녀들아 겨울 옷 지었느

 

이렇게 많은 월동준비 가운데 뭐니뭐니 해도 김장이 가장 큰 일이다.

오죽하면 "김장하니 삼동 걱정 덜었다."고 하겠는가?

김장독은 볕이 잘 들지 않는 곳에 구덩이를 파고 묻는다.

천지가 잠들고 생명이 얼어붙는 겨울철, 김치는 싱싱한 야채 대용으로 장기간 저장이 가능한 훌륭한 음식이었다.

김치는 새나물이 돋아나는 이듬해 봄까지 더할 수 없는 영양분이자 겨울철 가장 사랑받는 반찬이 되는 셈이다.

 

음력 시월은 '농공(農功)을 필(畢)'하는 달이다.

추수를 끝내고 아무 걱정없이 놀 수 있는 달이라 하여 '상달'이라 했고, 일하지 않고 놀고 먹을 수 있어 '공달'이라 했다.

농가에서는 배추와 무를 절여서 김장을 담그고, 들나물도 절여 담그며 겨울을 준비한다. 이때는 벼 건조 및 저장하기, 추곡 수매와 담배 수매를 제외하고는 큰일이 없다.

소 사료용 볏짚 모으기, 무·배추수확·저장, 시래기 엮어 달기, 목화 따기 등 조촐한 일이 있을 뿐이다.

 

옛날에는 초가집이 많아 지붕이기에 바빴지만 요즘은 초가가 거의 없으므로 이젠 김장만 끝내면 올해의 살림살이는 끝이 나는 셈이다. 봄부터의 기나긴 노동에서 벗어나 휴식을 즐기고 희망찬 내년을 설계하며, 등 따습고 배부른 땀과 노동의 열매를 맛보는 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