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불자를 위한 기초교리(경전편) |
이번 호에서는 독자 여러분에게 매우 친숙한 경전인 『천수경(千手經)』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천수경』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읽는 경전의 하나로, 절에서는 아침저녁으로 독송하는 경전일 뿐 아니라 각종 의식(儀式)에서 빠질 수 없는 경전입니다. 그러므로 불자라면 누구나 필수적으로 외워야 하는 독송집(讀誦集)입니다. 이처럼 『천수경』은 대중화되고 통용화된 경전이지만 그 내용이나 성립 연원에 대하여 아는 사람이 매우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불자들이 늘 독송하면서도 잘 모르는 것은 그것이 종교 의식과 신비 영역에 속한 것이기 때문이고 일반적인 간경(看經)과는 그 내용을 달리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런 점을 감안하여 지금부터 『천수경』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하여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천수경』과 관음신앙 『천수경』의 원래 명칭은 ‘천수천안관자재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대다라니경(千手千眼觀自在菩薩廣大圓滿無碍大悲心大陀羅尼經)’인데, 여기서 천수는 천수천안(千手千眼) 관세음보살을 뜻합니다. 관세음보살께서 지난 무량겁(無量劫) 전에 천광왕정주여래(天光王精住如來)로부터 받으신 ‘대비신주(大悲神呪)’를 다시 중생을 위하여 세상에 신설하신 것이므로 『천수경』이라 합니다. 관세음보살은 범어 ‘아바로기테스바라(Avalokitesvara)’로서 ‘관자재(觀自在), 광세음(光世音), 관세자재(觀世自在), 관세음자재(觀世音自在)’라 번역합니다. 줄여서 ‘관음’이라 칭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간략히 부르는 약칭입니다. 관세음보살은 32응신(應身) 14무외력(無畏力) 4불사의덕(不思議德)을 갖추어 현세에는 신통력(神通力)과 위신력(威神力)으로 중생들을 자비롭게 보살피십니다. 그리고 사후에는 아미타불이 계신 서방정토 극락세계로 중생을 인도하는 보살이십니다. 이와 같이 관세음보살께서는 6도(六道: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도, 천도) 중생을 다 구제하시기 위하여 6관음으로 나타나고 있으니 ① 성관음(성관음, 정관음, A-rya) ② 천수관음(千手觀音, Sahasrabhuja) ③ 십일면관음(십일면관음, Ekadasamukha) ④ 여의륜관음(如意輪觀音, Cinta-manicakra) ⑤ 마두관음(馬頭觀音, Hayagriva) ⑥ 준제관음(准提觀音, Candi) 등으로 출현하고 계십니다. 『천수경』에서는 이 같은 6관음 중에서 천수관음이 중심이 됩니다. 천수천안의 신비한 위신력과 자비력으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천수경』의 다라니(陀羅尼)를 외우도록 한 것입니다. 현재의 『천수경』 지금 우리나라에서 봉독되고 있는 『천수경』은 천수다라니만으로 구성된 것은 아닙니다. 앞과 뒤에 여러 청원문(請願文)과 게송문(偈頌文)이 안배되어 상당히 복잡하면서도 치밀하게 짜여져 있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현행본(現行本) 『천수경』은 언제 편집되었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의상 대사 당시 신라에 전래된 천수다라니가 신라시대에 많이 독송되면서 어떠한 의식의 법칙[儀車凡]이 있었으리라 생각되나 참고할 수는 없는 실정입니다. 다만 지금 확실한 문헌으로는 송(宋)나라의 사명산(四明山) 지례 법사(知禮法師, 960~1028)가 편집한 ‘천수대비심주행법(千手大悲心呪行法)’이 있습니다(『대정신수대장경』 제46책 p 973~978). 이것은 밀교의 의식에 근거한 천수다라니 독송법으로서 비교적 상세하게 짜여졌습니다. 고려에서도 천수다라니의 독송에 이러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아무튼 『천수경』의 유통에 있어서 상세한 고찰은 할 수 없으나 현행 독송본 『천수경』은 지금으로부터 백 년 이상을 소급하지 못하는 근대에 성립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천수경』 본문 강의 1. 경초의 진언 『천수경』은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으로 시작됩니다. 진언은 법어의 다라니(dharani) 또는 만다라(mantra)를 번역한 말입니다. 진언은 주사(呪詞), 주문(呪文)과도 같은 뜻입니다. 이는 호법신의 노래, 부처님의 참다운 말씀, 보살님들의 기원하는 말씀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정구업진언이란 천수다라니를 독송하기 전에 우리의 입을 청결히 해야 하기 때문에 정구업진언을 외우는 것입니다. 이 진언에는 옴(唵, om) 자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옴 자가 있는 예도 있습니다. 진언에서 ‘옴’과 ‘사바하’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옴은 매우 신성한 뜻을 간직한 음이라 하여, 인도에서는 종교 의식에 꼭 제창하는 음이며, 귀의(歸依), 공양(供養)의 뜻이 있습니다. 사바하(sva-ha)는 ‘원만(圓滿)·성취(成就)’ 등의 뜻입니다. 진언은 옴으로 시작해서 사바하로 끝나는 것이 상례입니다. 이것은 ‘비옵나이다. ……들이 속히 성취되기를 비옵나이다. 원만히 성취되기를 비옵나이다’ 하는 격식입니다. 옴 자가 없는 진언에도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진언의 본문에서는 해석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고, 진언의 신비성과 불가사의성을 감안하여 해석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천수경』 강의에서도 진언 자체에 대해서는 해설을 피하고자 합니다. 두 번째 진언으로는 ‘오방내외안위제신진언(五方內外安慰諸神眞言)’입니다. 『천수경』을 봉독하기 전에 온 주위에 있는 신들을 편안히 안심시키고자 하는 뜻에서 이 진언을 외웁니다. 여기서 신이라는 말은 천신, 지신 등 중생과 동격의 신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두 진언이 끝나면 ‘개경게(開經偈)’가 나옵니다. 이것은 경전을 펴면서 찬탄과 원력(願力)을 일으키는 게송(偈頌)입니다. 게송이란 범어의 가타(Ga-tha-)를 ‘게(偈)’로 음역했으며, 뜻으로는 ‘가요·성가·시구’의 내용을 나타냅니다. 여기에 시경(詩經)에 나오는 ‘풍(風)·아(雅)·송(頌)’ 중의 송(頌)을 붙여 게송이라 합니다. 어원을 분석하면 ‘게’는 범어이고 ‘송’은 한문입니다. 이 둘이 합해져서 하나의 시구를 표현하는 말로 ‘게송’이라 합니다. 무상심심미묘법(無上甚深微妙法)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遇) 아금문견득수지(我今聞見得受持) 원해여래진실의(願解如來眞實義) 부처님의 높고 깊은 가르침은 백천만 겁이 지나도록 만나기가 어렵도다. 나는 지금 듣고 보아 받아 간직했으니 여래의 참된 뜻을 알 수 있기를 원합니다. 이리하여 개법장진언(開法藏眞言)으로 이어집니다. 법장(法藏)은 진리가 소장된 창고란 뜻이며, 경전(經典)을 가리킵니다. 부처님의 경전은 한없는 진리가 담겨 있기 때문에 법장이라 합니다. 이 개법장진언은 경전을 펴면서 발원하는 진언입니다. 2. 계청문(啓請文) 개법장진언에 이어 ‘천수천안관자재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다라니’의 경의 제목이 나오고, 바로 계청문으로 연결됩니다. 일반적인 경의 체제는 경의 제목이 나오면 역자를 소개하고 곧 본문으로 들어가는 것이 상례입니다. 그러나 천수다라니에서는 그렇지 않고 중간에 긴 계청문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천수다라니를 읽기 전에 관세음보살과 아미타불을 청하는 의식문(儀式文)입니다. 이 계청문의 게송은 『대장경』의 『천수경』에도 수록되었으나, 본래 경의 본문은 아니고 관세음보살을 청하는 문장입니다. 계청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계수관음대비주(稽首觀音大悲主) 원력홍심상호신(願力弘深相好身) 천비장엄보호지(天臂莊嚴普護持) 천안광명변관조(天眼光明遍觀照) 진실어중선밀어(眞實語中宣密語) 무위심내기비심(無爲心內起悲心) 속령만족제희구(速令滿足諸希求) 영사멸제제죄업(永使滅除諸罪業) 천룡중성동자호(天龍衆聖同慈護) 백천삼매돈훈수(百千三昧頓薰修) 수지신시광명당(受持身是光明幢) 수지심시신통장(受持心是神通藏) 세척진로원제해(洗滌塵勞願濟海) 초증보리방편문(超證菩提方便門) 아금칭송서귀의(我今稱誦誓歸依) 소원종심실원만(所願從心悉圓滿) 자비하신 관세음보살님께 경례하옵니다. 원력이 너르고 깊으시며, 상호 거룩하사 천 손으로 중생을 돌보시고 천 눈으로 법계(法界)를 관찰하시나이다. 진실한 말씀으로 비밀어를 선설하시고 평등한 마음으로 자비심을 일으키시옵니다. 저희들이 원하는 일 만족하게 하시고 저희들의 죄업들을 영원히 소멸하게 하소서. 천룡의 호법성중은 자비로 보살피어 우리들의 온갖 불법을 다 이루게 되기를 원합니다. 『천수경』을 외우면 이 몸은 광명의 깃발이고 『천수경』을 외우면 이 마음은 신통의 곳집이옵니다. 번뇌를 씻고 고해를 건너 속히 성불하게 하소서. 저희들은 『천수경』을 독송하고 관세음보살님께 귀의하옵니다. 저희들이 원하는 일 다 성취되게 하소서. 이 계청문은 문장이 아름다우며 장엄하고 내용의 폭이 매우 넓습니다. 관세음보살님에 대한 깊은 찬탄과 발원이며, 자신의 죄업에 대한 깊은 참회의 문장입니다. 이러한 계청문에 이어 다시 관세음보살님께 귀의하며 발원(發願)을 올립니다. 하나하나에 대승불교의 근본 발원(중생교화와 불국토 건설)이 선명합니다. 3. 십원 육향(十願六向)에 대하여 십원 육향 중 먼저 10원문이 나옵니다. 나무대비관세음(南無大悲觀世音) (1) 원아속지일체법(願我速知一切法) (2) 원아조득지혜안(願我早得智慧眼) (3) 원아속도일체중(願我速度一切衆) (4) 원아조득선방편(願我早得善方便) (5) 원아속승반야선(願我速乘般若船) (6) 원아조득월고해(願我早得越苦海) (7) 원아속득계족도(願我速得戒足道) (8) 원아조등원적산(願我早登圓寂山) (9) 원아속회무위사(願我速會無爲舍) (10) 원아조동법성신(願我早同法性身) 자비하신 관세음보살님께 귀의(南無)하옵니다. 저로 하여금 진리를 알게 하소서. 저로 하여금 지혜를 얻게 하소서. 저로 하여금 중생을 제도하게 하소서. 저로 하여금 방편을 얻게 하소서. 저로 하여금 반야의 배를 타게 하소서. 저로 하여금 고해를 뛰어넘게 하소서. 저로 하여금 계행의 길을 가게 하소서. 저로 하여금 열반에 오르게 하소서. 저로 하여금 해탈을 이루게 하소서 저로 하여금 진리와 하나가 되게 하소서. 이상은 10원 6향 중 전반에 해당하는 10대원(十大願)입니다. 대승불교의 광대한 이념을 이 심대원에 유감없이 함축하고 있습니다. 독송할 때는 원마다 ‘나무대비관세음’을 다 봉독하고 이 원문(願文)을 읽습니다. 불교의 본질은 해탈에 있습니다. 해탈을 성취하는 데는 죄악을 소멸해야 성취하는 길과 선업을 이루어서 성취하는 길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10원 6향 중에서는 전 10원은 성취법(成就法)을 밝히고, 후 6향은 소멸법(消滅法)을 밝힌 내용입니다. 4. 10대 이명(十大異名)의 관음보살과 본사 아미타불 십원 육향의 발원문이 끝나면 십대 이면의 명호와 본사 아미타불의 명호가 나옵니다. 나무관세음보살마하살(南無觀世音菩薩摩訶薩) 나무대세지보살마하살(南無大勢至菩薩摩訶薩) 나무천수보살마하살(南無千手菩薩摩訶薩) 나무여의륜보살마하살(南無如意輪菩薩摩訶薩) 나무대륜보살마하살(南無大菩輪薩摩訶薩) 나무관자재보살마하살(南無觀自在菩薩摩訶薩) 나무정취보살마하살(南無正趣菩薩摩訶薩) 나무만월보살마하살(南無滿月菩薩摩訶薩) 나무수월보살마하살(南無水月菩薩摩訶薩) 나무군다리보살마하살(南無軍茶利菩薩摩訶薩) 나무십일면보살마하살(南無十日面菩薩摩訶薩) 나무제대보살마하살(南無諸大菩薩摩訶薩) 나무본사아미타불(南無本師阿彌陀佛) 이상의 성호 중에 아미타불을 제외하고는 다 관음보살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 중에서 제일 처음에 나오는 ‘관세음보살’은 관음보살의 근본을 말하는 것이며, 맨 마지막에 나오는 제대보살은 관음보살의 총칭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이 보살들을 관음보살의 10대 이명(十大異名)이라 합니다. 이번 호는 여기까지 설명하고 다음 호에서 계속 말씀 드리겠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
출처 : 안아띠마아니 (Anatimaani)
글쓴이 : 히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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