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찾아 가는 길

선운사 갔을 때 마눌이 들려 준 상사화 이야기

難勝 2007. 9. 29. 04:59
 

아주 옛날(이렇게 시작하는거라나?) 천상에 오누이가 살았대.

 누이가 열여섯, 남동생은 그보다 몇 살 어렸고.

 어느 날 둘이 놀러갔다가 누이가 넘어져서 다리를 다쳤대.

 남동생은 당황해서 누이를 풀밭에 눕히고 정성껏 다리를 만져 주었대.

 누이는 살포시 눈을 감고 동생의 치료를 받고 있었대.

 그러다가 누이는 동생의 손을 끌어 꼭 잡고 자기의 가슴에 갖다 대었대.

 누이와 동생은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걸 느끼고 당황하다가 누가 먼저인지 모르게 입을  포갰대.

 자연스럽게 둘은 사랑에 빠졌대.

 그렇게 꿈 같은 날이 흐르고 흐르는 중에 옥황상제가 사실을 알게 되었대.

 노한 상제는 둘을 처형하려 했으나 나이가 어린지라 둘을 하계로 내려보내는 벌을 줬대.

 그래도 안쓰러운 마음에 하계에서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냐고 물어 보았대.

 누이는 꽃이 되고 싶다고 했고, 동생도 같은 꽃의 잎이 되고 싶다고 했대.

 둘의 말을 들은 상제는 소원을 들어주겠노라고 하면서도 벌은 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대.

 그래서 그 둘은 하계로 내쳐 져서 한 몸의 꽃으로 태어났대.

 그런데 벌은 벌인지라 꽃이 피면 잎이 돋기 전이고, 잎이 돋으면 꽃이 진 후라 둘은 한 몸에 살면서도 영원히 만나지 못하고 서로(相) 그리워하며(思) 꽃이 피고 지고, 잎이 피고 지고, 엇갈린 삶을 반복하며 살 수 밖에 없었대.

 그래서 사람들이 그 사연이 안타까워 그 꽃을 상사화라고 이름지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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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예나 지금이나, 천상이나 인세나 왜 여자들이 더 조숙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