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치악산 상원사에도 천마바위가 있는데 비슷한 내용이 아닐까 싶다.
그 얘기나 좀 해 줄까?
불가에서 세상을 인과법에 따른 윤회로 보듯이, 세상 만물이 모두 흥망성쇠가 반복함은
정해진 이치라, 절과 절집 사람들도 이 것을 벗어나지 못한다.
아주 오랜 옛날, (으레 이렇게 시작하는 거래)
본래 상원사는 사세가 큰 절로 아주 융성했는데 한 때 이 절에 부임한 주지가 천하장사에다
하늘을 나는 천마를 타고 다녔대.
그런데 이 중이 상원사에 부임해서는 마누라를 들이고, 그것도 모자라 멀리 산 아래 보이는
지금의 신림면 성남리에 첩까지 두었단다.
그리고 밤이면 상원사 종각 뒤편의 높은 절벽에서 천마를 타고 한 달음에 첩의 집까지 날아
가서 밤을 지내고 아침이면 돌아오곤 했단다.
실제 그 곳에 가 보면 말발굽 자리가 지금도 있다.
그 꼴을 보다 못한 본처가 어느 날 항상 두 소쿠리의 여물을 먹이는 천마에게 한 소쿠리의
여물만 쑤어 먹였대.
그 날 저녁 아무것도 모르는 주지가 천마를 타고 첩의 집에 가려고 날아 오르는데 여물을
반 밖에 못 먹은 천마는 힘이 딸려서 중간에 허공에서 떨어져버리고 주지도 함께 덜어져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대.
주지의 악행에다 본처의 질투심에 의한 살생등으로 부처님의 벌을 받아 이후 사세가 기울다
못해 거의 버려진 폐사가 되었대.
혹시 그렇게 폐사가 되었을 때 꿩과 구렁이와 선비가 얽힌 전설이 또 탄생된 것 아닐까?
그래서 본래 적악산이라는 이름에서 치악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거고......
赤岳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시뻘건 산이라는 의미인데 아주 옛날에 나무가 없어서 그런 이름이 붙여진건 아닐거고, 얼마전 치악산은 풍수 상 야만의 산이라고 얘기한 적 있는데
그런 쪽에서 보면 이상할 것도 없는 이름이다.
지금의 치악산이라는 이름도 개인적으로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덩치는 커다란 산에다 새 이름을 붙였으니 어울리지 않고,
구렁이는 죽이고, 살리려고 하던 꿩도 결국은 죽고, 선비도 까딱했으면 죽을 뻔 하는 등,
불가에서 금기로 하는 살생이 배경이 되었으며,
구렁이 암놈은 졸지에 생과부가 되었으니 요즘 표현으로는 선비가 가정파괴범이라.
어차피 먹고 먹힘은 자연의 조화인데 이를 억지로 깨트리려 한 전설을 산 이름의 앞자리에
떡하니 걸어놓았으니 내 마음에 안든다는 게다.
전국적으로 보아도 이름 있는 산은 동물 이름 들어간 산도 별로 없을뿐더러, 되려 운치있고
깊이있는 산 이름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엥이, ㅉㅉㅉ
구룡사도 본래 용 밖에 없던 것이 나중에는 거북이가 이름으로 들어갔으니 온통 축생 판이라......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치악산 정상의 이름을, 가장 높은 부처님의 경지인 비로자나부처님의
명호에서 따 온 비로봉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지. (이하 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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