尋劍堂

부처님의 십대제자(9) - 지계제일 우바리 존자

難勝 2008. 2. 20. 14:26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에는 왕과 왕족, 그리고 바라문 등의 지배계급이 있는가 하면 윤락 여성, 대장장이와 같은 당시에 어렵게 생활하던 천민들도 있습니다. 강물이 흘러 바다에 이르면 강물은 제각각의 이름을 버리고 "바다"라고 불리듯 불법의 바다에 이르면 모두가 하나라고 이르신 부처님의 가르침 때문이지요. 그들은 모두가 계급사회 인도에서 계급없는 수행생활을 통해 가장 민주적인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의 10대 제자 가운데에 한 분인 우바리도 그런 천민출신의 한 사람입니다. 계급사회였던 당시에 가장 천민에 속하는 수드라 계급 출신인데요. 본성이 성실해 왕가의 신임을 받던 왕사성의 이발사였습니다. 팔리어로 우팔리(Upali)라고 하고 한역으로 우바리(優婆離)라고도 합니다.


정반왕에게는 밑으로 세 명의 동생이 있었고 그들에겐 모두 여섯명의 왕자들이 있었습니다.다들 우리에게 낯익은 이름들이지요. 아난다, 데바닷타, 밧다이, 바샤, 콤비라 등이 그들입니다. 이들은 석가족의 청년들이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고 있음을 보고 함께 출가하기로 결의합니다.


그리고는 전속 이발사인 우바리를 불러 차례로 머리를 깍았습니다. 삭발을 단행하며 여섯 왕자는 자신들이 지니고 있던 온갖 장신구와 값비싼 옷을 우바리에게 주었습니다.


이 여섯 왕자들은 곧바로 출가하는 것이 왠지 아쉽게만 여겨져 그동안 못 누려 본 자유로움을 일주일만 누려보다가 출가하기로 동의합니다. 왕자로서 향유하던 습관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았던가 봅니다.


여섯 왕자의 머리를 깎아 주는 동안 우팔리는 "저들처럼 부귀와 영화를 헌신짝 버리듯 떠날수 있는 출가란 과연 무엇일까."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나도 저 여섯 왕자처럼 수행할 수 없을까를 고민했습니다. 때마침 길에서 사리불 존자와 마주친 우바리는 그 고민을털어놓게 됩니다.


"스님, 저 같은 천한 신분도 부처님의 제자가 될 수 있을까요?"


"부처님 법은 신분이 귀하고 천하거나 지혜가 있거나 없거나 가리지 않습니다. 다만 진리의가르침에 따라 참되고 깨끗한 마음으로 수행하는 사람은 부처님의 제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에 용기를 얻은 우바리는 그 길로 출가 수행자가 됩니다. 삭발한 여섯 왕자가 향락생활에빠져 사는 그 일주일 사이, 이발사 우바리는 수행자가 된 것입니다.


여섯 왕자는 진탕 향락을 누린 뒤 부처님을 찾아와 제자가 되길 간청했습니다. 한 명 한 명의 수행자들에게 예를 갖추어 인사를 올리다가 그들은 그만 천민인 우바리가 거룩한 수행자로 변모한 모습을 보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일주일 전만 해도 머리를 깎아 주던 이발사였고, 늘 하인으로 대하던 천민이었는데, 그 앞에서 한순간 예를 갖춘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때 부처님이 준엄하게 이르십니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부처님의 법에서는 교만함을 버려야 하다. 사형(師兄)이 되는 우바리에 대한 예로 그에게 정례(頂禮)를 하라."


구마라집이 번역한 <대장엄논경> 제8권에 보면 미천한 수드라 출신의 우바리에게 우리가 어떻게 예배를 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위없는 진리엔차별이 없다면서 그들을 납득시켰다고 적고 있는데요. 석가족 여섯 왕자들의 오만함을 제어하는 이 일화는 불교가 신분의 차별을 부정하고 인간 본래의 인격을 존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또한 동시에 평등한 대자비의 가르침이 어떤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바리 존자는 부지런히 수행한 결과 많은 수행자 가운데 뛰어나게 계율을 지켰습니다. 그때문에 가장 먼저 수계자가 되었으며 교단의 상수로 인정받아 "지계제일"이란 칭호를 받게되었지요.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 경전결집 때 그는 가장 어려운 율장결집을 담당했습니다.


계급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 그의 일화만으로도 확증이 되지 않습니까. 엄청난 계급사회에서 부처님께서 승가라는 수행공동체를 통해 평등을 이루신 일은 가히 혁명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