尋劍堂

조계종의 소의경전

難勝 2008. 3. 2. 05:27

대한불교조계종 종헌(宗憲)에 "본 종(宗)의 소의경전(所依經典:의거하는 경전)은 『금강경(金剛經)』과 「전등법어(傳燈法語)」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소의(所依)란 '의지할 바 대상'을 말하며, 소의경전(所依經典)은 개인이나 종파에서 신행(信行)·교의(敎義)상 의거하는 근본 경전을 뜻합니다.

소의경전은 불교에만 있는 개념입니다. 다른 종교는 대부분 1개의 성전을 가지고 있으나 불교는 8만 4천의 방대한 경전을 가지고 있고, 이 다양한 경전들은 다양한 근기(根機)의 중생들이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다양한 길을 가르치고 있으므로, 자신들 근기에 맞는 경전을 중시하는 체계가 성립될 수 있는 것입니다.


화엄종(華嚴宗)은 『화엄경(華嚴經)』, 천태종(天台宗)은 「법화삼부경」을 소의경전으로 삼고 있는 것처럼, 조계종(曹溪宗)은 『금강경(金剛經)』을 소의경전으로 삼고 있습니다. 조계종이 『금강경』을 소의경전으로 하는 까닭은, 『금강경』은 존재의 실상인 공(空)에 대한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 것으로 6조 조계 혜능 조사께서 항상 곁에 두고 읽으셨으며, 제자들에게 『금강경』을 널리 의지하라고 가르치셨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조계종이 소의(所依)로 삼고 있는 것은 [전등법어(傳燈法語)]입니다.


전등(傳燈)이란 전법(傳法)과 같은 말로, 등이 차례로 켜져 꺼지지 않는 것처럼 법(法, 곧 敎)을 받아 전승하여 끊어지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이에 전등법어는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법을 전해 받은 가섭존자(迦葉尊者)를 비롯한 많은 역대 조사(祖師)들의 가르침을 말하는 것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래 이어진 법맥(法脈)이 중국으로 건너와 보리달마 대사로부터 6조 조계혜능 대사로 이어지고, 이어 신라시대의 도의선사, 고려조 태고와 보우선사, 조선시대 청허휴정(서산대사), 부휴 등의 양 법맥으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법맥이 이어 내려오는 과정에서 법을 전하였던 많은 법어(法語)들이 있었는데, 조계종은 이 법어를 근본으로 삼고 의지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대한불교조계종의 소의경전은 선종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는 조계종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편 조계종 종헌(宗憲)에서는 '『금강경』과 「전등법어」 이외에 기타 경전의 연구와 염불, 지주(持呪) 등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하여 화엄(華嚴), 법화(法華), 정토(淨土), 밀교(密敎) 등 불교의 다양한 측면을 인정하고 통합하는 통불교적(通佛敎的) 전통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