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가는 연 잡지 말고, 오는 연 맞이하세!

難勝 2009. 1. 1. 03:36

"가는 연 잡지 말고, 오는 연 맞이하세!"

객적은 글이지만 왠지 새해 시작을 웃음으로 시작하고 싶어서...


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해마다 이맘 때면 연하장을 보낸다.


어느 해, 어느 스님이 아주 재미있는 연하장 하나를 받았다.

그림도 없는 하얀 종이 위에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이年 가면 저年이 오고 저年이 가면 새年이 오네.

가는 年 잡지 말고 오는 年 맞이하세.


이 정도면 오는 年에 대한 기막힌 연하 인사다.

스님 또한 붓을 들어 화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림 한 점 그린 후 이렇게 적었다.


새年 인사는 잘 받았네. 잡年 되지 않도록

새年 잘 다스리세. 참 좋은 年이네.


이 스님은 온갖 蓮들을 다 좋아한다.


밤새 그 년들을 기다렸다가 아침에 일보고 돌아오는 스님이다.

어떤 날은 그 년들 얼굴도 보지 못했다고 화를 내기도 한다.

그래도 그 년들을 포기하지 못하는 스님은 오늘도 이년 저년 찾아다닌다.

그러다 이 스님 눈에 찍히기만 하면? 바로 작품으로 걸리는 년이 된다.

이 스님 입담이 참 걸다. 옆에서 들으면 무슨 욕을 하는 것 같다.

혼자 피는 蓮을 보면, 孤얀 년!

둘이 피어 있으면, 쌍年!

무더기로 피어 있으면 잡년이고 잘 떨어지지 않으면 아주 독한 년이다.

어쩌다 망가지면, 조진 년이 된다.

한 번은 꽃이 다 죽었더란다.

그래서 나온 말, 썩을 년!

이 스님은 연꽃이 좋아 카메라를 들고 전국 곳곳을 다니는 연꽃에 미친 사나이다.

그런 탓에 스님들은 그를 이렇게 부른다.


“이년 저년 다 좋아하는 蓮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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