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속담에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란 말이 있다.
그토록 귀하고 맛있다는 홍어가 왜 ‘만만한 것’으로 비유됐을까?
첫 번째 수컷의 생식기는 한 쌍으로 꼬리 양쪽에 길게 늘어져 있는데, 이게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홍어 물건(?)에는 가시까지 돋쳐 있어 조업에 방해가 되므로 어민들이 잡자마자 잘라 버린단다.
두 번째는 홍어 수컷은 암컷에 비해 값을 쳐주지 않기 때문에 눈속임을 하기 위해서 잘라버린다는 설이다.
세 번째는 주막집에서 막걸리를 시키면 홍어 거시기가 서비스 안주로 따라 나왔는데 안주 값을 따로 받지 않을 만큼 하찮은 것이었다는 데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네 번째 설도 재미있다. 홍어 생식기는 대롱 모양으로 꼬리를 사이에 두고 두개가 몸 밖으로 나와 있는데 그게 신기해서 이놈도 만지고 저놈도 만지고, 과부도 만져 보고 처녀도 만져 보고 하다 보니 '만만한 게 홍어X'이 됐다는 것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현산어보'라 읽는 이도 있다)에도 홍어에 대한 정보가 있다. 그 중의 일부이다.
<수컷에는 흰 칼 모양으로 생긴 좆(陽莖)이 있고, 그 밑에는 알주머니가 있다. 두 개의 날개(가슴지느러미)에는 가느다란 가시가 있는데, 암놈과 교미를 할 때에는 그 가시를 박고 교미를 한다. 암컷이 낚시바늘을 물고 발버둥칠 때 수컷이 붙어서 교미를 하게 되면 암수 다 같이 낚시줄에 끌려 올라오는 예가 있다. 암컷은 낚시에 걸렸기 때문에 결국 죽고 수컷은 간음 때문에 죽는다고 흔히 말하는 바, 이는 음(淫)을 탐내는 자의 본보기라고 한다.>
<봄 바다에 진달래 꽃빛이 드리울 무렵이면 홍어의 북상이 시작된다.
한류성 어족인 홍어가 남쪽 바다에서 자취를 감추면 봄이 완연하다는 증거이다.
동지 후에 비로소 잡히나 입춘 전후라야 살이 두껍고 제맛이 난다.
2∼4월이면 몸이 쇠약해져 맛이 떨어진다.>
어쨌든 홍어 거시기는 뭍에 나오기만 하면 잘리는 신세이니 그만큼 만만했다는 것 아닌가.
사람들 사이엔 그래서 <만만한 게 홍어좆>이란 말이 소통되었을 것이다.
<만만한 게 홍어좆이냐>라고 했을 때는 "내가 그렇게 홍어좆 처럼 만만하냐"는 항변이고, "나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라는 자기주장이다.
소리 높여 말한다면, 상대방의 마음에 가시가 박히도록 대항하는 언사인 것이다.
직설적이고 꾸밈이 없는, 오히려 격정적인 남도인들의 정서를 잘 표현하는 말이라고 본다.
요즘 되고말고 이유도 없이 남의 험담부터 하고보는 풍토가 심한 것 같아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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